메인화면으로
"기자가 비위 사주 경호원 노릇까지 하다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자가 비위 사주 경호원 노릇까지 하다니…"

<중앙> 홍 전 대사 '과잉경호'에 언론계 안팎 비판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지난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권영빈 중앙일보 발행인과 편집국 간부, 2명의 기자 등이 동원돼 '경호'를 한 것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6년 전인 지난 99년 중앙일보 기자들의 '홍 사장, 힘내세요' 사건이 또다시 재현됐다"며 "중앙일보 본사 사옥 앞 등에서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언련 "중앙 기자들, '다짐의 글' 벌써 잊었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이명순)은 14일 논평을 내고 "중앙일보 기자들은 홍석현 씨의 '정치적 보디가드'가 되기로 작정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두 명의 중앙일보 현직 기자들은 홍씨가 입국하기 전부터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질문 방법, 촬영 기자 숫자 등을 '지시'하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홍씨가 입국한 뒤에도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을 몸으로 막으면서까지 취재를 방해했다"며 "중앙일보 기자들의 취재 방해가 얼마나 치열했으면 동아일보가 '홍씨를 취재하려는 언론사 기자들과 홍 전 대사의 경호원, 경찰 등이 뒤엉키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면서 중앙일보 기자를 '경호원'이라고 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 "더군다나 중앙일보는 14일자 12면 구석에 <홍석현 전 대사 입국 이번주 피고발인 조사>라는 제목의 짧은 2단 기사를 싣는데 그쳤고, 내용 또한 홍 씨의 해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홍 씨의 비자금 전달과 관련한 의혹을 1면에 보도한 한겨레, 사설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한 경향신문 등은 물론이고, 2면과 4면에서 홍씨 입국 현장의 모습과 수사 전망 등을 보도한 동아일보, 12면에서 홍씨의 출국금지 소식과 수사 방향을 다룬 조선일보와 비교할 때에도 중앙일보의 홍 씨 관련 기사는 양적·질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중앙일보 기자들은 지난 8월 5일 자사 지면에 '다짐의 글'을 싣고 △홍석현 씨가 삼성과 정치권의 부적절한 관계에 개입한 데 대해 반성 △삼성과의 관계 재점검 △ 공정보도를 위한 노력 등의 뜻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그러나 12일 공항에서 보여준 일부 중앙일보 기자들의 사주 비호 태도는 스스로 밝힌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독자들을 상대로 한 '다짐의 글'이 그저 자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수에 불과했다는 지탄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 본관 앞에서 10차례의 촛불문화행사를 진행했던 'X파일 공동대책위원회'도 조만간 중앙일보 본사 사옥 앞에서 다시 항의집회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공대위에는 민주노총, 민중연대, 민주노동당 등 110여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 한 관계자는 "공항에서 보여준 중앙일보 기자들의 모습은 X파일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투쟁에서 중앙일보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라며 "현재 중앙일보를 상대로 한 지속적인 투쟁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21일을 앞뒤로 이러한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또 21일로 예정돼 있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목표로 'X파일 특별법' 입법청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모 기자 "개인판단으로 통상적인 의전업무 한 것"**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앙일보 강모 기자(인천공항 출입)는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홍 (전) 회장의 입국 전날인 11일 오후 회장 쪽으로부터 12일 귀국한다는 연락을 받고 불상사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의전과 신변보호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전에 공항 출입기자를 오래한 바 있는 김모 기자(건설교통부 출입)의 도움을 받아 함께 (취재진들로부터) 홍 회장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강 기자는 '사전에 편집국 내에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앞서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카메라에 맞아 이미가 찢어진 일이 있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취재진에 둘러싸여 2시간 동안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던 전례가 있어 적어도 우리 회사 최대주주에게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 기자는 또 "원론적으로 지적한다면 반박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자사 사주나 사장 등의 출입국 때 마중을 나가는 등의 의전업무는 통상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노조(위원장 김준현)의 한 관계자는 15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두 기자의 행동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며 "설령 있다고 해도 외부에 밝힐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편집국 대부분의 기자들도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해 온 관행에 비춰보면 문제를 삼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15일 오전 브리핑에서 "16일 오전 홍 씨를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우선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사실들을 확인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차장은 홍 전 대사의 소환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 한-중 정상회담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억측"이라며 "가급적 빨리 부른다는 게 16일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