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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일본 남부에 레이더 배치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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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일본 남부에 레이더 배치하려 하나?

[정욱식의 '오, 평화']<67> 미국의 동아시아 MD, '방 안의 코끼리'를 노린다

미국이 일본 남부에 미사일방어체제(MD)의 조기 경보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3일 미국 정부와 군 관계자를 인용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다음날 마틴 템프시 미 합참의장은 이러한 보도를 확인하면서 일본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한 필리핀에도 X-밴드 레이더 배치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이 이행될 경우 '일본 북부 아오모리(靑森)현-일본 남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MD 레이더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한 전역은 물론이고, 잠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어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도 격화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미국의 X-밴드 레이더 배치 추진 보도가 나오자 성명을 통해 "중국은 항상 MD 문제는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상호 신뢰의 관점에서 대단히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믿어왔다"며 자국의 안보를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는 24일 "MD 확대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갈등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유럽 MD가 이란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이란은 구실일 뿐 실질적으로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러한 미-러 간의 갈등은 '유럽 신냉전'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흡사한, 아니 훨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중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러시아 역시 MD를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놀이패, '북한위협론'

미국이 MD 구축을 위해 '북한위협론'을 활용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은 2009년 4월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한-미-일 MD 구축을 본격 시도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4월 광명성 3호 발사를 동아시아 MD 확대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MD 전문가인 스티븐 힐드레스는 "미국의 발언의 초점은 북한이지만 실제로는 방안의 코끼리, 즉 중국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 및 한국과 동아시아 MD 구축을 위해 "기반을 닦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남부에 고성능 레이더를 배치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보유수를 현재 26척에서 2018년까지 36척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60%인 20여척을 아시아-태평양에 배치할 예정이다.

▲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연합뉴스

왜 일본 남부인가,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와의 연관성은?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이 왜 일본 남부에 최신예 레이더를 배치하려고 하느냐에 있다. 우선 일본 남부가 주일미군 및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는데 중요한 위치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해병대를 감축해 이들 가운데 일부를 오키나와(沖繩)에 재배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수는 1만5천명에서 1만9천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X- 밴드 레이더를 일본 남부에 배치하려 하는 이유가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은 또한 주한·주일미군 기지의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패트리어트 시스템보다 요격 고도와 범위가 넒은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한국과 일본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X-밴드 레이더는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식별 정보를 THAAD에 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X-밴드 레이더 배치는 THAAD 배치로 이어질 공산이 대단히 크다. 대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은 '한 세트'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X-밴드 레이더는 최신예 요격미사일인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ABMD)에도 탐지·식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ABMD도 자체적으로 SPY 계열의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지만 X-밴드보다 탐지거리가 짧다. 이에 따라 X-밴드의 지원을 받을 경우 ABMD의 활동 반경도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이동식 해상 체제인 ABMD를 MD의 총아로 여기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ABMD 및 이와 연동된 X-밴드 전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망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 탄도미사일을 선보이는 등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를 선언한 미국의 핵심 목표는 중국의 이러한 차단/거부 전략을 무력화하는 데 있고, MD는 바로 그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강정마을에 건설 강행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위험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X-밴드 레이더의 일본 남부 배치는 한-미, 혹은 한-미-일의 해상 MD 체제가 제주 해군기지를 중간 기지로 이용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 동아시아 MD의 핵심 목표를 미 군사력의 거점인 오키나와-괌-하와이 및 대만 방어에 두고 있고 제주도는 이러한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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