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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은 어떤 모습인가"

ODA 토론회 "국익 개념 넓게 봐야"

"해외원조에서 국익이란 걸 도외시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재경부가 신경쓰는 이해집단은 기업 아닌가. 당장 수출에 기여하고 이익을 환수하는 것만이 국익은 아니다. 우리가 국제 공영에 이바지하면 이미지도 제고되고 소프트파워가 생긴다. 재경부는 근시안적 국익 개념에서 해방돼야 한다."('월드비전' 관계자)

"원조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는 건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이 얼마나 수용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해외원조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홍보와 의식개혁이 필요하다."('참여연대' 관계자)

"대외원조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익이 뭐냐에 대해서도 첨예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

1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해외원조에 인색했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국익'이란 무엇인가,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

ODA에 관한 대국민 캠페인과 대정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ODA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 부처간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vs 재경부 갈등의 배경**

정부 부처간 갈등으로는 ODA 개선을 두고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 대표적이다.

외교통상부는 2003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0.06%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ODA를 확대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꾀하고자 '국제협력개발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이는 2차대전 이후 국제적인 원조 확대 분위기에 힘입어 OECD가 1969년 발족시킨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기 위한 제도적 측면의 보완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당시 외교부가 추진했던 국제협력개발법은 △ODA의 총괄·조정 부처를 외교부(무상 원조)와 재경부(유상 원조)로 명확하게 이원화 △외교부의 개발·협력 중기계획 수립 △ODA 관련 제도적 측면 선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법은 제정 움직임과 동시에 재경부 등 8개 부처·기관의 반발을 샀다. "법 제정 불필요"(재경부), "법 제정 실익 부족"(산자부) 등이 이유였으나 경제 관련 부처·기관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무상원조 사업뿐만 아니라 유상원조까지 외교부가 관할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국제협력개발법을 수정·보완해 무상원조에만 초점을 맞춘 '대외무상원조기본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법은 10월 말 나올 국무조정실 주관의 ODA 개선방안에 관한 보고서의 검토 결과에 따라 그 제정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 법 제정 및 DAC 조기가입 촉구**

'ODA 열심히 잘 하자'는 식으로 의견이 모아질 줄 알았던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다소간의 '답답함'과 불만을 드러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 토론회에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길 주저했던 재경부의 실무 담당 국장과 외교부·국무조정실의 관계자들도 패널로 참석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조현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외교부의 입장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어떤 형태로건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대외무상원조기본법 제정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조 국장은 우리나라의 DAC 가입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DAC에는 ODA 총액 1억 달러를 초과하거나 GNI의 0.2%를 ODA로 제공하는 나라가 가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자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나 각종 의무 이행에 대한 부담으로 가입을 미루고 있다.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의 김혜경 정책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DAC 가입 목표시점을 2010년으로 잡았다.

조 국장이 DAC 조기가입을 주장하는 것은 ODA 관련 의무 이행을 가입국 상호간에 견제하고 견인하는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각국의 모범사례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원조정책을 경제부처가 외교부에 집중해준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등의 말로 외교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재경부 당국자 "급격한 변화는 곤란"**

이시형 재경부 경제협력국장은 그러나 "원조기본법을 당장 제정하기보다 'ODA 헌장'을 만들어 원조의 대강과 비전 등을 담고, 시행과정에서 헌장의 핵심 부분을 법제화할 수 있겠다는 단계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ODA 헌장'이란 대외원조의 기본 이념과 방향을 담은 사회적 선언으로 ODA 수준이 현저히 낮은 우리의 현실로 볼 때 의미가 없진 않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원조 규모와 관련해서도 이 국장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과 지출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며 "증액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어느 정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상원조와 비구속성 원조(untied aid)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도 반대하지는 않지만 대국민 설득이 어렵다"며 "급격하게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상과 무상이 이원화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며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수출입은행이 그간 전문성을 확보해와 현행 체계를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어떤 선진국이 될 것인가?**

재경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토론회의 청중으로 참석한 국제 원조기구 '월드비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국익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만 재경부가 신경 쓰는 이해집단은 기업"이라며 "당장 수출에 기여하고 이익을 환수하는 단기적인 이익만이 국익은 아니다. 재경부는 근시안적 국익 개념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종무 기획실장도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대외 원조정책의 목표는 평화증진, 사회경제 발전, 환경보호, 정의실현, 민주주의 발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ODA 개선방안을 찾고 있는 국무조정실의 김창범 외교안보 심의관은 "최근 ODA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자 대부분이 인도주의적 가치와 우리나라의 대외적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며 "국익을 포괄적 의미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묘한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 ODA가 확대돼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한 목소리였다. 또 이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 못지않게 '우리도 어려운데 원조가 웬말이냐'는 식의 국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혜경 정책위원은 "한국 ODA의 개선을 위한 밑바탕에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선진국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같은 정치·군사적 강국인가, 일본과 같은 경제강국인가, 소득만 높은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인가, 아니면 국민소득의 1%를 가난한 나라를 위해 쓰겠다는 노르웨이나 덴마크와 같은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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