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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공영방송…"초토화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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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공영방송…"초토화 직전"

외부 '개혁' 압력 거세져…"자가 혁신만이 살아남는 길"

지상파 방송사들을 향한 외부로부터의 개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동안 방송협회를 중심으로 방송광고시장 확대에 골몰해 왔으나 이른바 'X파일' 사건, '홍씨 로비' 사건, 'S프로덕션 거액 금품·향응제공'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면서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극도의 불신에 직면해 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진해 내부를 개혁하지 않는 한 올해 하반기 지상파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조개혁 미적이다 다시 위기 맞은 KBS**

노사대립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진했던 KBS는 지난달 22일 극적으로 대화합을 이뤘으나 그 뒤 한 달여 동안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오지 않다가 또다시 'S프로덕션 거액 금품·향응제공'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S프로덕션' 사건은 한겨레신문이 지난 22일자에서 KBS 일부 간부들과 예능PD들의 관행적인 향응접대·금품수수 행위를 고발하면서 비롯됐다. 한겨레신문은 S프로덕션 전직 직원이 제공한 지난 2003년도 내부 자료를 토대로 관련보도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보도 직후 자체 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해당 PD들에게도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한겨레신문의 의혹 제기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KBS는 23일까지도 외부에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비판여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S 내부에서도 회사측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KBS의 한 직원은 "구성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영방송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영진은 시청자 사과나 하다못해 변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의 복지부동 태도는 오히려 국민여론을 자극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간부는 "향응·금품수수가 사실로 밝혀지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면 되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경영진의 발빠른 대응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악습적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말로만 떠돌던 지상파의 구조적 위기는 바로 턱 밑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혁 미뤘다가 자충수에 직면한 MBC**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신뢰도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던 MBC는 '홍씨 로비'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번 깊은 시름에 빠져든 상태다. MBC는 최문순 사장 명의로 지난 2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대안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KBS와 마찬가지로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지적된다.

최 사장은 올해 2월 중순 사장에 취임하면서 강력한 개혁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표방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동안의 성적은 자못 초라하기만 하다. 실제로 최 사장 취임 직후 MBC는 무려 5번이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내부개혁은 현실 안주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방송계 안팎의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강한 MBC도 좋지만 보다 윤리적이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송 하나쯤 시청자들이 고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공영방송사에 근무하는 자존심과 이를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하는 권위의식이 없는 언론인들은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조직의 신뢰를 망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MBC의 한 간부는 "지난해 구찌핸드백 파문 때와 마찬가지로 MBC 내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온정주의와 현실안주 의식 등이 결국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니겠느냐"며 "MBC가 '고여 썩어가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제 후퇴 없는 강력한 구조개혁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감사원, EBS 고강도 감사…공영방송 구조개혁 시작?**

한편 방송계는 최근 감사원이 EBS(교육방송)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달 초부터 EBS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정부가 표방한 공기업 경영혁신에 부응하기 위해 EBS 또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수능교재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팀은 특히 퇴직금 누진제와 관련해 제도의 폐지에 따른 구성원 보상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EBS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EBS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감사 진행상황을 보면 감사원이 진정 목표로 하는 것은 몇몇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EBS에 대한 구조개혁이고, 이는 곧 공영방송 전반에 대한 외부의 고강도 구조개혁 요구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모르긴 몰라도 EBS에 대한 감사가 끝나고 나면 다음 순서는 KBS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003년 12월 감사원 특별감사 수감 뒤 지난해 5월 감사원 권고에 따라 16개 지역방송국을 통폐합하고 외부 감독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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