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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1년, D학점밖에 못준다"

'인력난'과 '불법체류' 왜 계속되나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오는 16일로 시행 1년째를 맞지만 산업현장의 인력난, 불법체류, 인권침해 등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허가제는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간 MOU(국가간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투명한 인력 송출과 안정적 인력수급, 외국인노동자 지위 인정(산재·건강보험 보장 등) 등을 통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7월말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외국인 인력은 3만4000명 수준(고용특례 중국동포 1만9000명 포함)이다. 이 중 올해 상반기 입국인원은 2만여 명으로 외국인 근로자 구인신청이 5만4000여명임을 감안하면 크게 모자라는 숫자다. 게다가 고용허가제를 통한 인력도입 소요기간이 올 1월 평균 58일에서 3월 67일, 6월 77일 등으로 계속 늘어남에 따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또다른 문제는 강도 높은 단속과 추방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외국인노동자는 총35만5000명으로 이 중 불법체류자는 55.5%인 19만7000명에 달한다. 올 1월 18만7000명에서 1만명이 늘었다.

***바뀐 제도, 여전히 남는 문제들**

정부의 고용합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왜 불법체류자는 양산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허덕일까.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10일 발표한 '고용허가제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어도 외국인노동자들이 여전히 높은 입국 비용을 물어야 하고, 사업주가 계약을 위반해도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력난과 불법체류'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담당 기관의 인원 부족과 시스템 미비가 '인력수급 부족'의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입국 비용'과 '근로계약을 둘러싼 사업주와의 갈등'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본국에서 보증을 세워 고리대금을 이용하는 형편이고, 막상 한국에 와서도 장시간 저임금·근로계약위반으로 사업주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로 인해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임금을 좇아 사업장을 이탈하는 이들의 선택이 '불법체류'와 '인력난'으로 이어진다는 것.

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고용허가제 1년, D학점밖에 줄 수 없다"며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 전'과 '입국 후'로 나누어 설명했다.

***"송출과정 투명화와 외국인노동자 지원 필요"**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20일까지 고용허가제로 신규 입국한 이주노동자 134명을 대상으로 설문·심층면접을 진행하고 현지 조사도 다녀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친척과 인력소개업체를 통해 '고용허가제'를 알게 됐고 △입국비용도 평균 900~1100달러에 달하며 △특히 현지에서 필요인원의 5배수 신청을 받아 전산추첨 방식으로 결정하는데, 선발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통보 외에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 공무원과 인력업체의 비리가 개입할 공산이 크다는 것 등을 확인했다.

특히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한국어 교육은 본국 지정 민간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데 이 교육기관이 사실상 브로커 집단으로 변질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

박 소장은 "6~10일로 되어 있는 교육기간 동안 적절한 한국어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2주 교육에 40만원을 받는데 현지 한달 임금수준이 7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비싸다"며 "노동부가 당위적으로 해야 할 일을 이들 기관이 형식적으로 하면서 비용을 가로채고 있다"고 우려했다.

입국 후에는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근로계약 불이행(27.3%), 언어·신체적 폭력(20.5%), 임금체불(15.9%) 등의 이유로 회사를 옮기고 싶어하지만,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고 회사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고용허가제의 불평등한 고용관계 악용하는 사업주 여전"**

'아시아의 친구들'의 정국희씨는 "회사는 언제든지 자신의 상황에 따라 외국인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회사측의 계약위반에도 이동에 제한을 받고, 이동했을 때 사주가 이탈신고를 하면 바로 불법체류 신분이 된다"며 "사업장 변경신청의 사유가 되는 근로계약기준 위반이 '임금액의 2할 이상 차이'라는 사실을 많은 기업주들이 악용해 일방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안은 없을까? 이들은 "사업장 이동제한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고용허가제 하의 신규입국자들은 형식적인 교육으로 대부분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때리지 마세요", "월급 주세요" 같은 말조차 하지 못해 권익을 지킬 수 없는 것은 물론 사업주와의 갈등을 풀지 못해 쉽게 사업장 이탈, 즉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동부 산하에 비영리화된 한국어교육기관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양혜우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대표는 또 "국가기관이 담당하지만 아직도 투명한 노동자 송출 과정이 되려면 멀었다"며 "송출비리 관련 브로커가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산업인력제도를 조속히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 제한'을 대폭 완화함과 함께, 보다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외국인 담당 부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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