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 사회 '좌-우의 대화'는 가능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 사회 '좌-우의 대화'는 가능할까?

KBS <8.15의 기억> ③ 좌우익 간부였던 이수갑-손아무개 옹

해방 뒤 좌·우익 각 진영에서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얼마전 60여년만에 부산진역에서 만났다.

이수갑(81세) 옹은 3대를 머슴으로, 가난한 소작인으로 살아 온 집안에서 성장한 뒤 자동차 수리공이 되었고 해방 직후에는 좌익 운동원이 되어 전국노동평의회(전평)와 남로당에서 활동했다. 또 한사람 손아무개(88세) 옹은 해방 뒤 북한에서 자치위원회 보안대장을 하다 1947년 월남해 반공조직인 서북청년단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해방 공간'에서 한번쯤은 만났을 법한 두 사람. 60년 만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동시에 겪은 역사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시각은 마치 철길에 놓인 레일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격정적인 토론을 벌인 뒤 헤어지는 마당에도 제대로 된 화해의 악수조차 나누지 못했다. 남북이 분단돼 있는 상황처럼 말이다.

<프레시안>은 KBS 특별기획 <TV구술사-8.15의 기억> 미리보기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편으로 이들 두 사람이 나눈 격정토론의 내용을 요약·발췌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우리 사회 진보-보수 대립의 출발점을 형성했던 이들이 60년 만에 처음 만나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도대체 접점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손 옹은 본인이 이름과 얼굴을 밝히기를 원치 않아 익명 처리했다. <편집자>

***손 "신탁통치, 좌익이 뒤집어" vs 이 "인식의 차이"**

이수갑(이) : 선생님도 해방 뒤 여러 역경을 잘 아실 것이고 더군다나 저보다 연세가 더 위이기 때문에 지식이랄까 의식도 저보다 더 나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60년 된 오늘날까지 고충을 많이 겪고 다행히도 살아남아 지금도 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데, 선생님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 민족이 기구하게 많은 대립과 충돌이 있었지 않습니까. 모든 원인은 일제가 조선을 침략해서 36년 동안 했던 그게 원인이었고, 이런 기구한 운명 속에서 젊었을 때, 그런데 선생님은 젊었을 때 상당히 미군정의 보호 아래 상당히 힘찬 활약(?)을 했는데….

손아무개(손) : (손사래 치며) 아니 말씀 도중에 우리 미군정 보호 받은 적 없었습니다.

이 : 아, 없었습니까. 아무튼 우리는 계속 이렇게 당하고 저렇게 당하고, 재야로 피하고 많이 당하고 이러고 왔지요.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돌연 60년이 됐습니다.

손 : 오늘날 와서 과거에 내가 당했다? 당했다는 건 내가 누구에게 당했느냐, 이런 문제가 나오잖아요. 그거는 좌우충돌에 우익에게 당했다, 이런 표현이거든요. 그러면 왜 좌익을 하지 않으면 안 됐고 왜 우익을 하지 않으면 안 됐느냐, 그러면 내가 택한 길이 옳았느냐 옳지 않았느냐, 이거를 서로 대화해야지 무슨 '난 많이 당했다' 이건….

이 : 저는 일종의 경위를 말씀드리는 거죠.

손 : 그런 의미는 알아요. 내 자신은 해방을 남한에서 맞이한 게 아닙니다. 강원도 철원이니까 38선에 가깝다구요. 해방은 철원에서 맞이했지만 서울에 하루면 왔다갔다 해요. 중학교를 서울에서 나와 친구들도 있고…. 아주 넘어온 것은 1947년 5월입니다. (말을 돌려)사상적인 선택이라는 게 그래요. 공산주의 사상을 가졌다는 게 나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사상은 누구든지 자유니까. 그러나 그 사상을 표현했을 적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과거에 공산주의 조직에 속했던 사람들은 마냥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고. 하지만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고. 왜 피해를 봤느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졌잖아요. 또 우리는 북한에서 공산주의 김일성한테 당한 피해가 여기서 좌익이 대한민국에서 당한 피해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고.

이 : 몰라서 물어보는데 그 때 북한에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참고로 알고 싶습니다.

손 : 간단합니다. 해방되자마자 남한에는 여운형이가 지도하는 건국준비위원회와 동시에 인민위원회가 구성됐지요. 좌익 조직력이 빨라요. 그 때 우익은 조직이 없었다고. 46년 돼 가지고 소위 신탁통치 문제가 나오니까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지지하는 세력이 모아졌다고요. 좌익은 처음에는 같이 신탁통치를 반대했다가 이틀 만에 지지로 돌아섰다고. 그러니 신탁통치를 지지하는 건 좌익이 되고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건 우익이 돼버렸다고.

이 : 신탁통치를 어디서 결정했습니까. 모스크바에서 했지요. 3상회의에서. 하지만 제가 알기로 당시에는 모든 주권을 조선인민에게 넘기겠다고 했다가 미국이 일제 36년 동안 군사·문화·정치적으로 지배를 받았으니까 즉시 독립할 능력이 모자란다고 주장해 '그럼, 5년 동안 3개국이 후원하자' 이렇게 결정을 했는데 이것을 신탁통치로 보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달라지지요.

손 : 아니, 이게 참…. 이런 얘기 하는 걸 용서하세요. 처음 3상회의의 발표가 신탁통치입니다. 내가 박헌영, 허헌, 여운형 씨도 만난 적이 있지만 신탁통치를 반대하다가 지지로 돌아서면서 박헌영이 한 얘기가 있다고.

이 : 죄송하지만도 그건 선생님이 잘못 안 건데, 좌익에서는 신탁통치를 반대한 사실이 없어요.

손 : 이러니까 6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대화가 안 되는 거야. 엄연히 박헌영 이하 좌익에서도 신탁통치를 반대했다고. 그러면 그때 신탁통치 아니고 뭐라 그랬어요. 나중에.

이 : 후견제입니다. 5년 후견제. 결의사항 문헌을 한번 보십쇼.

손 : 후견이라는 얘기가 그때 박헌영이가 외신기자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뭐라 그랬냐면 '한국은 소련 연방에 속해야 된다'고 해서 그때부터 우익에서 박헌영 매국노 얘기가 나왔거든요.

이 : 선생님 말씀에 차이가 있는 게 소련연방에 속해야 된다는 그 결정이 사실은 '국제적 연대는 소련 연방에 속해야 된다'는 말이었을 것이죠. 모스크바 결의하고 조선인민이 가진 주권이 국제적으로 어떤 연대를 가지냐 그런 문제에 대해 박헌영은 소련 연방에 속해야 된다고 주장한 겁니다. 그럼 우리 주권의 정체는 뭐냐. 인민이 전체 주인이다, 이런 얘기거든.

손 : 내가 북한에 있을 적에 신탁통치 문제가 났다고요. 북한에서 조만식 씨 이하 소위 우익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내놓고 반대를 못했다고. 그게 12월 28일 공포됐다고. 그런데 정월 5일인가 철원 한 중학교에 보안처하고 소련 대위하고 학생들을 모아놨다고. 그런 뒤 나보고 신탁통치를 받아 들여야 된다는 걸 설명하라는 거야. 철원에 당시 대학 나온 사람이 나밖에 없었거든.

이 : 그런데 선생님. 그 사실은 모르겠는데, 모스크바 결의 자체가 신탁통치가 아닌데 그 말을 소련사람이 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그러면 이 문제는 이럽시다. 3상회의 결의를 신탁통치 결의라고 보는 우익 측하고, 그 결의사항 자체가 5년 후견제이고 주권은 조선인민에게 넘긴다….

손 : 아니, 후견제라는 게 뭡니까. 그때도 그 얘기가 나왔다고. 신탁통치를 반대하다가 지지하면서 이거는 신탁통치가 아니라 후견제다.

이 :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3상회의 할 적에 모든 주권은 조선인민에게 즉시 넘긴다. 그런 결의가 없었습니까?

손 : 뭘 즉시 넘긴다고 그랬어요?

이 : 소련에서는 군정 했습니까? 단 하루라도 소련이 군정 한 사실 있습니까?

손 : 이 양반이…. 미군은 한국에 점령군입니다. 북한은 소련군을 해방군이라고 했어요. 그게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때 조선 민족이 소련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지식이 없어요. 해방되자마자 남한에서는 여운형이가 조선총독부 돈을 받아가지고 일사천리로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인민회도 조직했어요. 그런데 그와 반대로 북한은 어떻게 됐느냐 하면 일본놈들이 도망가고 공백기에 지방 유지들이 소위 자치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내가 보안대장을 했습니다. 경찰서장급이지요. 그러다 소련군이 진주를 했다고. 소련군이 진주하고 나니까 '뻘건' 완장을 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생기더니 아무 죄 없는 날 구속해버리더라고. 2주 뒤 나와 보니 자치위원회가 인민위원회로 간판이 달라졌더라고.

***손 "해방 뒤 좌익 온갖 거짓말" vs 이 "우익 대부분 친일파"**

이 : 문제는 주권이 인민위원회로 넘어갔느냐, 이쪽(남한)처럼 군정을 했느냐 이걸 질문한 겁니다. 얘기가 밤을 새도 안 되니까 하나 질문 또 있습니다. 아까 처음 만났을 때 미군정 보호 얘기를 했는데 실례가 됐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미군정 후원 없이 좌익사무소를 전부 다 테러하고 폭격하고, 다 때려 부수고 할 수 있었는지 질문해봅니다.

손 : 거꾸로 내 하나 질문합시다. 그럼 좌익은 미군정 지원 받아 우익진영을 죽이고 살리고 했어요?

이 : 그런 일 없습니다. 군정이 좌익을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

손 : 아니, 인민공화국이 그를 부인하기 위해서….

이 : 자꾸 사상적으로 하는데, 아까 내 질문이 지원이 없으면 좌익 사무실을 전부 테러로 때려 부수고 나중에 미군 스물 몇 명이 들어와서 종로에서 전부 다 구속하고 했는데 그때 서북청년들이 좌익을 때려 부술 때 군정의 도움 없이 할 수 있었겠느냐는 거죠.

손 : 도움 없었습니다. 여기(남한)서 사형언도 받은 사람이 우리 서북청년회원에서 네 사람이 있습니다.

이 : 그런데 북에서 학대를 받은 사실이 별로 안 나오네. 선생님이 치안대장이라 하면 경찰서장 정도, 치안책임자 이런 정돈데…. 서북청년들이, 그때 제가 알기로 재산도 많이 몰수당하고, 전부 다 숙청당해 왔다고 해서 남쪽에서 좌익을 싫어하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그쪽이 아니라고 하니까.

손 : 피해 입은 거요? 농지개혁이 46년에 있었습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입니다. 그 한계가 1만5000평입니다. 그 정도면 그 때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실정으로는 1만5000평을 전부 자작으로 할 수가 없어요. 요샌 더해요. 기계화 되니까. 그런데 이 땅을 몰수당하고 이거를 경작인에게 나눠준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어요. 북한에서. 내가 몇 번 얘기를 했지만 우익 조직은 늦었다고. 그럼 빨리 한 좌익은 한 가지 예로 10월 폭동 사건이라는 게 대구에서 일어났어요. 그 때는 우익이 조직 안됐을 때예요. 그러면 공산당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왜 사람들이 대구에 모였는가 하면 쌀 배급 준다고 그랬다고.

이 : 거짓말 많이 한다는데 많은 우리 국민들이 말하자면 그 땐 정부수립 전인데 좌익이 거짓말로 한다고 해서 그 많은 80~90% 국민들이 지지를 하겠느냐. 오히려 국민들도 다 현명한데 어느 주장이 옳다 그르다 판단해서 많이 참가한 거 아니예요. 일제 치하 탄압 속에서 노동운동 하고 민중운동 한 사람이 좌익입니까, 우익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없는 게 당연하지요. 전부 친일파인데 노동단체들이 있을 턱이 없지요.

손 : 이 양반하고는 대화가 안 되겠어. 다시 말하면 6.25가 북침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그러면 우익은 전부 친일파다. 친일파 규정을 어떻게 하세요?

이 : 우익 주동자들이 누구냐, 선생님 아실 겁니다. 그 때 한민당하고 우익들 주동자들이 거의 다 친일파 아닙니까. 조선일보, 동아일보 각 요소에 다 드러나고 있잖아요. 그렇지요?

손 : 그러니까 국민이 좌익을 지지했기 때문에 좌익은 조직이 되고…. 이건 완전히 궤변입니다.

이 : 아니 좌익이 만든 노동단체들이 있었다. 해방 후에. 이런데 우익은 없었다 하는 거는... 있었다고 하면 그거는 일제 때 노동운동 하고 했기 때문에 그게 있는 거 아니겠냐. 내 그 말이에요. 그건 상식적으로 우리가 분석을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손 "김일성은 민족의 죄인" vs 이 "항일투쟁 인정하라"**

이 : 우리 이것도 토론해 봅시다. 해방 뒤 서로가 충돌하고 대립하고 했는데 그걸 서로 한번 대조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우리가 민족의 비극이라 할까 좌우대립에서….

손 : 민족 얘기 꺼내지 마세요. 지금 북한에서 '우리는 하나다, 같은 민족이다'라고 얘기하는데 김일성이가 6.25 사변을 일으킬 적에 민족이란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스탈린 공산주의에 민족이 있습니까?

이 : 김일성이 일제 때 항일 빨치산 투쟁을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그거 하나 내가 물어봅시다.

손 : 날조된 것이 많고 또 거짓말을 잘 하니까 그 자체를 전적으로 믿지 않아요.

이 : 믿지 않는다…. 선생님은 안 했다고 부정하는데 요즘 이런 게 나옵니다. 과거 애국선열 국가공훈을 하는데 좌익이라고 해서, 김일성이라고 해서 항일 투쟁한 것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보도가 있어요. 대한민국 보훈처에서 그런 문제가 지금 논의되고 있습니다.

손 : 아니, 김일성이가 항일 투쟁 하고 안하고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 뒤 우리나라 민족에 끼친 죄악이 얼마나 큰데….

이 : 아까 폭력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저는 압니다. 좌익이 먼저 한 사실은 전혀 없고, 우익이 때려 부수고 파괴하고 테러를 하니까 거기에 대한 항거로 했다고 보는데 제 생각이 잘못인지 선생님 생각대로 말씀을 하시죠.

손 : 질문이 이상하지만…. 얘기를 하자면 내가 대한민국 건국회 창립자의 한 사람이고, 또 해방공간까지 그 운동을 전개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면 건국회 우리 회원들이 피살된 사람들이 2089명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다 죽었어? 서울이 제일 적습니다. 제일 많은 게 전라남도입니다. 그 밑에가 경상북도고. 그 다음이 강원돕니다.

***이 "미군정 보호 아래 우익테러 기승" vs 손 "그런 일 없어"**

이 : 그때 전평(전국노동평의회)이라든지 좌익 노동단체가 많은 파업을 주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뭔가? 저는 이렇게 봅니다. 일본사람 가고나니 미군정이 공장이고 다 국유화했어요. 그리고 몇 개 빼고 전부 가동을 중지했어요. 그럼 왜 (그렇게) 했느냐. 2차대전 마치고 난 뒤 많은 시설이 있던 그걸 가져왔지요. 여기에. 그래 공장이 중지되니까 파업으로 노동자 직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이렇게 투쟁하고 쌀 배급하라고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손 : 이 양반이 얘기하는 거 하고 내가 겪은 거 하고 정 반대라고. 왜 그러냐면 미국이 자기네 제품을 한국에 팔아먹기 위해서 일본놈들이 생산하던 거를 그저 생산 안했다. 이거는 좌익에서 선전하는 얘기지. 절차가 이렇게 돼 있다고. 아까 내가 얘기했지만 일본놈들이 가지고 있던 공장이 미군정에 다 넘어갔다고. 그럼 미군정은 그 공장을 가동해야 되겠으니까 관리를 임명했다고. 한국사람을. 그런데 그걸 노동자들이 딱 뻗대고 안 받아주는 거야. 당시 밀양모직이라고 있어요. 거기 사장으로 온 사람이 내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친일파 아닙니다. 전부 친일파만 골라가지고 이렇게 내보냈다는 얘기도, 이것도 조금 극단적인 얘기입니다. 그래 한번은 서북청년회를 찾아왔어요. 나중에 장면이가 정권을 잡았을 때 전매청장을 했어요. 힘을 빌려 달라 하더라고.

이 : 제가 볼 때는 이 우익들이 좌익 세력이 방대해지니까 미군정에다가 청원해 '자유세력 사무실을 집단적으로 테러하고 부셔라' 그런 것이 미군정의 방침이었다고 봅니다.

***이 "4.3은 인민항쟁" vs 손 "대한민국 부정한 폭동"**

이 : 제주 4.3 좀 얘기해 볼까요. 저는 '4.3사건' '4.3폭동'도 아니고 제주도 인민들의 항쟁으로 봅니다.

손 : 무슨 항쟁입니까? 항쟁 대상이 있어야 될 거 아니요. 뭐에 대한 항쟁이냐. 그것이 제주도 폭동이 4.3 폭동인데 미군정 때부터 일어나가지고 대한민국이 수립됐는데도 그 폭동은 아직 종식이 안됐다고. 그 후에 결국은 제주에서 더 뻗댈 수 없으니까 그 주도자인 김달삼은 이북으로 가버리고 그러한 모든 사람들이 북한을 업고 있다고. 지금도 그래요.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남한에 공산당이 있어야 하겠다, 나도 공산당 있는 거 좋다구요. 북한만 들먹이지 않은 공산당이 있으면 좋아요.

이 : 제주도 인민항쟁에 대해 난 단정(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해서는 안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단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벌어진 일로 받아들이는데,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니…. 그럼 제주도 인민항쟁에서 소위 경찰이나 군인들이 왜 일반 제주도민을 학살한 겁니까.

손 : 이거 보세요. 학살한 군·경이 있었어요? 문제는 폭동을 일으키고, 경찰서를 습격을 하고, 또 뭐냐 우익진영 경찰 집 부수고 이러니까 진압을 한 거지.

이 : 원래 당초부터 군·경에 제주도민이 무장을 들고 달려가지고... 먼저 경찰들한테, 군·경한테 총질하고 달려들었나요? 그거는 아니잖아요?

손 : 그거 모르는 얘기 하지 마세요. 거기에 연대가 있지 않았어요? 국방경비대 연대가 있었다고요. 연대장이 중령인데 대령으로 진급을 했다고. 그러니까 영내에서 축하연을 하고 영내에서 자는데 그 부하가 연대장을 쏴 죽였다고. 그리고 중위하고 도망을 갔습니다. 그러면 왜, 공산당이 경비대 내에 그 세포가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여순, 순천 반란 사건도 나지 않았어요? 그것뿐만 아니에요. 일개 연대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요.

이 : 근데 왜 그러냐면 저절로 도민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았으면 진압군들까지도 거기에 호응을 했겠느냐.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손 : 그건 프락치라니까요. 제주도 폭동 사건도 일종의 사상전입니다. 사상전에는 무서운 게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예를 들자면 국민학교 학생들이 그 무슨 죄가 있다고 희생이 됐느냐.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그러면 좌익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 안 가려요. 어른들이 부락하고 공비들하고 연락을 하려면 그건 발각이 되니까 국민학교 학생이 연락은 가능하다고. 그걸 많이 이용을 했다고. 그것을 했다 해서 그 놈을 잡아다가 숙청하는 이런 일은 없어. 다만 이 놈은 교전을 한다고요. 교전을 하다보면 국민학교 학생도 희생이 된다고. 그러면 어떻게 이걸 우린 그 때 이걸 보면, 이것이 그야말로 제주도 도민들의 실수고 그거 할 때는 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안해요. 결론을 내립시다. 참 좋은 세상 됐다고. 아마 속된 얘기가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선생하고 나하고 만나서 이런 얘기 선생이 감히 못하지.

이 : 그때도 세상이 안 바뀌었어요. 저도 물고문·전기고문 많이 당했습니다. 사형수로 전포동 감방에도 있었어요. 좋은 게 아니에요. 그때도 당했어요. 여전히 그 때도 당했습니다.

손 : 그 얘기 하지 마세요. '나는 이렇게 했다'는 얘기를 하면 나도 한이 없다고요. 일제 때도 형무소 들어가 봤고, 아니 북한에서도 들어가 봤고.

***손 "세상 참 많이 변했네" vs 이 "좌우 대립한 우리부터 반성"**

이 : 아니 좋은 세상이라고 하니까 10년, 20년 전에 그 때는 어떻게 내가 그래 당할 수가 있었느냐.

손 : 아니 그 때는 반공 사상이 강했지요. 일반 국민도 그렇고 지금 아니, 김일성이가 빨치산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하는 세상이 됐는데, 또 여운형한테 건국훈장을 주고. 요전 3.1절에 54명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에서 훈장을 주었다고요. 이런 세상으로 변했으니까.

이 : 그런데 항일 투쟁을 했으면 좌익이든 우익이든 그런 항일투쟁한 공로로서 주는 거니까 정당한 거 아닙니까?

손 : 아니죠. 왜 그러냐면 김일성이가 대한민국에 끼친 죄악이 얼마나 되고, 또 북한 주민에게 죄악이 얼마나 되는데. 훈장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 후에 행동이 나쁘면 훈장을 몰수를 한다고요. 그러면 몰수하기 전에 줄 수는 없는 거 아니야. 잘못됐지. 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 그걸 시행한 노무현 정권이 잘못된 것이라.

이 : 이렇게 변한 것은 제가 볼 때 정상적인 역사의 진전이다. 정상적인 역사의 진전이라고 보는데….

손 : 나는 정상적으로 보지 않아요.

이 : 아무튼 오늘 서로 다르지만 다 같은 우리 민족인데 만나서 아무튼 반갑소.

손 : 아니, 민족 얘기하지 마세요. 공산주의자는 필요할 적에 민족을 얘기하지. 전에 6.25 남침할 때 김일성이가 민족 얘기 한 마디 했어요?

이 : 아무튼 통일되면 하나의 민족을 찾읍시다. 부탁합니다. 지난날의 우리가 고집을 해가지고 민족 대립한 것을 지금부터 해소합시다.

손 : 아니 고집이 아니라, 적이라는 게 뭐야. 적이라는 게 뭡니까.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적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