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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테러' 막으려면 세계의 '좌절'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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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테러' 막으려면 세계의 '좌절'에 주목해야"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미국의 북한인권법 효과 있을까"

"지하철역과 고층건물을 수색한다고 안보가 해결됩니까? 테러관련법 만든다고 테러가 사라집니까? 지난 6년간의 테러사망자 수와 똑같은 6만명이 매일 기아와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테러와 싸우기 위해서는 현재 양극화된 세계의 굴욕과 분노, 좌절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아일랜드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북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오고 이 나라의 경제를 국가경쟁력지수 5위까지 끌어올려 퇴임 무렵 93%의 지지도를 기록했던 메리 로빈슨(61)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27일 민통선 북방 DMZ 인근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이제는 국가안보가 아닌 인간안보"**

경기문화재단과 동아시아연구원이 세계평화축전의 사전행사로 기획한 이번 평화인권강연의 첫 연사로 나선 그는 "이제는 국가안보가 아닌 인간안보로 안보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냈고 90년~97년 대통령직을 역임한 그는 퇴임하자마자 2003년까지 UN 인권고등판무관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인권실현(Realizing Rights)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99년 한국을 방문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의 인권위 설치'를 강조하기도 했던 그는 '아시아의 용인 한국과 유럽의 호랑이인 아일랜드'라는 사회자의 비유에 "한국과 아일랜드가 처한 역사의 유사성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열정적인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는 "9.11테러부터 런던테러까지 겪으며 과연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 테러 대처 능력이 있는지 광범위하게 의문이 생기고 있다"면서 '군사력 배양을 통한 국가 안보'라는 근대국가의 전통적 개념을 비판했다. 전세계적 네트워크로 이어진 비정부 주체의 테러행위는 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도 필수"**

그는 "무엇이 젊은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그에 대한 답으로 UNDP 보고서를 인용했다.

"지난 6년간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6만명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숫자인 6만명이 빈곤과 기아, 질병으로 매일 죽어가고 있다. 또 전세계 8억 인구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며 취학연령 어린이 1억명이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또 10억 이상의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생활하고 있다. '9.11' 이후 세계의 약자들은 훨씬 더 포괄적인 삶의 불안정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하다"며 "그리고 이제는 국가안보를 넘어서 '사람들의 권리와 발전, 개발에 초점을 둔 인간안보'라는 개념으로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더이상 국가주권을 명분으로 한 인권 유린이 허용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안보'를 보호와 권한부여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보호는 시민 보호 의무가 있는 국가의 책임으로 국제사회의 책임도 포함되며, 권한 부여는 한 개인이 자신의 존엄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자신과 타인을 대표해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는 "특히 세계의 양극화와 전쟁은 여성들에게 더욱 재앙적으로 다가온다"며 "분쟁 지역에서 특히 취약한 여성들의 상속권과 교육권 박탈, 정치 소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가정폭력 등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유린 규탄, 그러나 미국식 '북한인권법' 접근엔 신중해야"**

로빈슨 전 대통령의 북한인권 거론도 이날 특별히 주목받은 대목이었다. 그는 "인권 전문가로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규탄하며, 북축 지도층은 평화를 위한 협상에 복귀하고 평화적 협상을 위한 초점을 흐려선 안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정치적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법 제정보다 대화를 좀 더 진행시키는 게 좋다고 본다"고 유보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현재 한반도는 6자회담이 시작돼 희망의 시기에 있다"며 "북핵문제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부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도라산 역에서 열린 강연회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유화선 파주시장,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이사장과 교수, 대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도라산 평화 인권강연회'의 다음 순서는 1일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17일 테드 터너 미국 CNN 창설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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