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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드라마 속 장애인은 꼭 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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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드라마 속 장애인은 꼭 착해야 하나"

장애우권익연구소 설문조사 "드라마 속 장애인, 수동적이거나 인간승리이거나"

"대중 매체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슬픈 연가>의 김희선처럼 수동적인 비운의 여성이거나 <부모님 전상서>의 자폐 아동처럼 가족간 불화의 원인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말아톤>만 해도 가족들이 너무 불행하게 그려진다."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프레시안>과 '420 장애인의 날' 인터뷰를 하며 털어놨던 불만이다. 그는 "장애 여성들끼리 드라마를 보다보면 허점이 바로바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집안에만 '갇혀 있는' 청순가련형 여성 장애인을 보면서 "쟤는 집도 부자면서 왜 전동휠체어를 안 쓸까?"라는 식이다.

그는 당시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와 드라마로 '장애인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환영이지만 과장되거나 정형화된 캐릭터는 또 하나의 왜곡일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TV드라마 속 장애인, 구색 맞추기거나 갈등의 원인제공자"**

TV 드라마의 장애인 캐릭터에 대한 문제 의식은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었다. 장애우권익연구소가 20일 밝힌 설문조사(전국의 장애인 시청자 261명, 비장애인시청자 5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28.6%가 장애인의 드라마 속 역할을 '구색 맞추기 정도', 27.8%가 '갈등의 원인 제공자'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2.0%, 35.6%가 각각 연출자들이 장애를 강조하기 위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거나 휠체어나 흰 지팡이 등 장애인 보장구를 부각시킨다고 답했고, 이에 비해 활발하게 사회활동 하는 모습을 묘사한다는 평가는 18.6%에 불과했다.

드라마 속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항상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본다'가 49.1%, '가족의 애물단지로 본다'가 30.2% 였으며, 드라마가 그리는 장애인의 주된 이미지는 '연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가 31.6%, '장애극복-인간승리가 돋보이는 이미지'가 23.9%로 '장애/장애극복'의 이분법적 성격이 강했다.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도 16.6%나 차지했다.

***"여성장애인의 단골 소재, '청순가련형 비운의 여성'"**

이는 장애인들이 "우리는 장애를 껴안고 싶고, 내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이를 인정받고 싶지 장애를 '극복'하고 싶지 않다"고 외쳐온 것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53.4%, 남성비장애인 39.7%가 드라마 속 여성장애인의 주된 이미지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한 이미지'라고 답했으며 여성장애인의 40.9%, 남성비장애인의 29.9%가 '여성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주요 소재는 비운의 여주인공'이라고 답했다.

또 드라마가 장애인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장애인의 19.4%, 장애인의 9.3%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비장애인의 27.7%, 장애인의 34.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비장애인의 장애인 연기가 리얼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비장애인의 43.6%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장애인의 30.4%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제 '나쁜 장애인' 캐릭터도 나와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김민경 간사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짐에도 여전히 드라마는 장애인을 우중충하고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존재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장애란 이유 하나만으로 갈등이 조장되기보다는 인간의 여러 갈등 요소 중 하나로 장애를 이해하고, 장애인이기 전에 다양한 특징을 지닌 한 인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장애인은 꼭 착해야 하냐. 나쁜 장애인이 서슴없이 나와도 장애를 따로 의식하지 않는 드라마가 제작돼야 한다"며 "인간은 사라지고 장애만 드러나는 묘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방송제작진이 장애인 당사자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간사는 이와 함께 "방송사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평가하는 장애인모니터 요원을 적극 고용하고, PD연합회, 방송작가협회 등 방송제작진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정규화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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