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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KBS 위기원인은 관행·기득권·비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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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KBS 위기원인은 관행·기득권·비효율"

2개월여만에 입장 밝혀…노조, 정 사장 불신임 투표 강행

'6.1 경영혁신안' 발표 뒤 더욱 첨예해진 노사 대립 국면 속에서도 2개월여 침묵해 온 정연주 KBS 사장이 개인 명의의 글을 통해 전 사원의 단결을 호소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러나 노조는 19일 부재자 투표에 이어 20일 정 사장 불신임 투표에 돌입했다.

***정 사장 "불신임 투표 결코 용납 못 해"**

정 사장은 20일 오전 개인 명의로 발표한 글에서 "현재 KBS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경영적자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잘못된 관행과 기득권 집착, 비효율 등이 중층적으로 겹쳐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정 사장은 이 글에서 먼저, 불신임 투표에 직면한 현재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으로 서두를 꺼냈다. 정 사장은 "역대 어떤 사장보다도 노조의 큰 지지를 받으며 사장이 됐지만 지금은 첨예한 노사갈등의 한 축이 돼 노조위원장이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걸 바라보고 있다"며 "더욱이 유신과 군부독재의 암흑기 때 이런저런 시련과 아픔을 겪은 저로서는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와 비판, 논박의 자유가 거의 무제한으로 허락된 민주사회에서 이러한 극한 투쟁방식이 존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비애감마저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어 "그동안 저는 지난해의 경영적자에서 회사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회사 내 일부 주장을 지켜보면서 가능한 한 개인적인 의견 개진을 자제하고 사장으로서의 공식적 업무와 정책 집행에 충실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틀을 넘어 무분별한 선동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어 노와 사가 어떻게 해원상생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이어진 글에서 노조 등이 제기하고 있는 'KBS 위기론'에 대해 하나씩 반박했다. 정 사장은 "노조는 지금 극한투쟁을 벌이는 명분으로 2년 연속의 경영적자를 내세우며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 시점에서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KBS의 구조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노조가 단식중단과 대화복귀의 조건으로 특정인을 겨냥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을 뛰어넘는 부당한 요구"라고 잘라 말했다.

정 사장은 또 노조의 투쟁에 상당수 구성원들이 동조하는 이유가 임금 삭감 등 고용불안에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신문사에서 쫓겨나 생계를 위해 이런저런 궂은 일들을 경험해 본 저로서는 봉급 생활자에게 임금이 줄어드는 고통과 고용의 불안이 안겨주는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들이 KBS를 고임금에 철밥통으로 각인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경기침체로 민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철밥통의 상징이라는 관료사회조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공공연히 100% 고용을 보장한다는 주장이나 약속은 결코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맞춰 KBS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노와 사가 머리를 맞대고 비효율을 걷어내고 생산성을 높이고, 또 수익을 확충하는 윈-윈 전략을 통해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번 글에서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감추지 않았다. 정 사장은 "노조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은 지난 88년 KBS에 노조가 생긴 이후 노사가 땀 흘려 쌓아 온 신뢰관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단식투쟁에 이어 사장 불신임 투표를 강행하려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조대의원 잇따라 사퇴…노조 "갈 길 가라"**

한편 노조는 정 사장의 이러한 입장 표명과 상관없이 20일 본격적인 사장 불신임 투표에 들어갔다. 불신임 투표의 결과는 22일 저녁 최종 집계돼 발표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20일자로 발행된 특보에서 "이번 투표는 고용안정 보장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며 "노조가 회사측에 대한 유일한 교섭단체로서 힘을 갖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단결이라면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자신부터이고 이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해 달라"고 호소했다.

KBS본부는 또 불신임 투표 강행에 반발해 18일 보도부문 대의원 9명, 19일 제작부문 대의원 25명, 아나운서부문 대의원 3명 등 모두 37명의 대의원이 잇따라 사퇴한 것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그 조직이 건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의견과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본다"며 "그러나 갈 길을 가더라도 사내 게시판에 '부역자' '복수노조 설립' 등을 운운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는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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