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진이 14일 오전 구조혁신을 위한 대토론회 개최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노조측이 사실상 이를 거부키로 결의했다. 대신 노조는 같은 날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사퇴하는 게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다.
***노조측, 임시 대의원대회서 ‘先경영진 퇴진’ 결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14일 오후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지난 1일 정연주 사장이 발표한 ‘6.1 경영혁신안’에 대한 노조측 입장을 정리했다.
대의원들은 이날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상정한 △선 경영진 사퇴를 전제로 한 고통분담 △KBS 공영성 비전수립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동수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의제를 놓고 4시간가량 토의를 벌였으나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비대위측이 제안한 경영진 사퇴 요구의 경우 정 사장의 사퇴 또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본부장 등 일부 경영진의 사퇴로 범위를 축소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결국 논의가 지리한 공방으로 접어들자 대의원들은 찬반 표결을 벌였고, 그 결과 1백53명의 참석 대의원 가운데 찬성 1백명, 반대 53명으로 노조 비대위측의 원안을 그대로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한 관계자는 “경영혁신안 발표 이후 오히려 KBS 전체가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된 것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영진의 뻔뻔한 태도 때문”이라며 “대의원들의 이번 결정은 반드시 정 사장의 퇴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진의 임금삭감만으로는 고통 분담의 자세가 될 수 없다는 구성원 전체의 경고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KBS 경영진이 임시 대의원대회에 앞서 ‘구조혁신 대토론회’를 전격 제안한 것과 관련해 “토론이 없어서 지금의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다”라며 “무작위 대토론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경영진 “임금 20% 삭감 등 어떤 것도 감내할 준비돼 있어”**
한편 이에 앞서 KBS 경영진은 14일 오전 발표한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지금처럼 과거에나 통용되던 사업과 관행, 비효율을 껴안고 가면 경영위기를 벗어날 수 없고, 그 결과는 외부로부터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이에 경영진은 전 사원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KBS 구조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경영진은 먼저 20% 임금삭감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고,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무조건 자리를 떠나기보다는 오히려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구조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게 진정 책임을 지는 자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노조를 향해서도 “노동조합은 회사 경영의 중요한 한 축이기에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간의 대화창구 또한 긴급히 복원해야 한다”며 “KBS의 위기를 구조화시키고 있는 급격한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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