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경영혁신안'을 놓고 대립 양상을 지속해 온 KBS 노사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진종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13일 오전 일시적인 쇼크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으나 14일에도 열흘째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비상총회 참석 1500여명 "경영진 퇴진" 촉구**
KBS본부는 14일 정오 본관 앞에서 1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노조측은 애초 이번 총회에 1000여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지역총국 소속 조합원들이 임대 차량 편으로 대거 상경해 숫자가 대폭 늘었다.
총회에서 허종환 노조 부위원장은 "경영진은 노조가 전국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 정도로 분노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부실·무능경영에 대한 일말의 반성 없이 여전히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경영진은 KBS 위기의 원인이 공영방송의 방향타를 잃고 점점 민영방송처럼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11일 정연주 사장을 만나 현재의 노사 갈등을 주도적으로 풀도록 부탁과 설득을 시도했지만 신통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전한 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와 대화를 단절했던 정 사장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비상총회에 많은 조합원들이 모인 것은 노조를 대하는 회사측의 태도에 크게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한 예로 구성원들 또한 임금삭감 등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구성원들의 대표인 노조와 임금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삭감계획을 발표하는 등의 일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 개최 뒤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부실·적자경영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 △인적청산과 쇄신 약속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 대신 상생적 구조혁신 방안을 제시하라고 정 사장을 압박했다.
***회사측 비상총회 불인정, 참석자에 징계 움직임**
하지만 경영혁신을 둘러싼 KBS 내부 갈등은 비상총회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노조의 비상총회 소집이 오히려 경영진들의 퇴로를 차단해 지금보다 더 극심한 노사갈등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경영진은 노조측이 비상총회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지역총국까지 공문을 보내 복무규율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이 공문에서 "조합원 비상총회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과는 무관한 경영진 퇴진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단체협약 및 노조법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조합 활동이라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회사측이 공문까지 보낸 터라 어떤 식으로든 비상총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여 상황에 따라 대립전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한편 KBS 경영진은 비상총회 전날인 13일 경영본부장을 단식농성장에 보내 막판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협상에서 경영진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겠으며 △노조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화에 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노조는 "경영진 퇴진 없이는 단식투쟁은 물론 비상총회도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측 또한 노조 집행부의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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