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KBS 본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진종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의 투쟁과 관련해 일부 내부 구성원들이 본격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어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기자협회 “노조, 견고한 기득권부터 버려라”**
KBS기자협회(회장 윤석구)는 7일 저녁 성명을 내 극한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회사측을 향해 구조혁신에 대한 청사진 제시를 요구했고, 노조측을 향해서는 무리한 투쟁을 당장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연이은 재정 적자 속에 외부로부터의 개혁 요구에 직면한 현 상황 속에서 두 날개라 할 경영진과 노조가 자신의 명분만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고, 이를 틈타 내부 구성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사분오열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지금은 KBS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때”라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이어 “우리는 KBS의 위기가 단순히 단기적인 경영의 실패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부 관행과 구조를 개혁하지 않은 채 정체해 온 ‘체질’이 빚어낸 이미 예견된 위기라고 판단한다”며 “이같은 인식에 근거해 KBS가 살길은 오로지 근본적이고 뼈아픈 구조혁신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혀 일정 정도 회사측의 구조조정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기자협회는 “지난 6월 1일 발표한 사측의 경영 혁신안은 KBS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그쳐 경영 개선 노력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등 오히려 조직 내 분란만을 초래한 과오를 범했다”며 “단기적인 처방으로 침몰을 몇 해 미룰 수는 있어도 결국 조직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자협회는 회사측을 상대로 △구조혁신의 청사진 제시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 △구조개혁안이 완성 될 때까지 모든 경영진 일괄 사표 제출 등을 제안했다.
기자협회는 또 노조측을 향해서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에 동참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기자협회는 “우리는 당면한 위기의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로 돌림으로써 KBS가 안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구조를 안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며 “노조 집행부는 몇몇 경영진만 교체하면 KBS는 문제없다는 식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대안 없는 극한투쟁으로 절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기자협회는 이에 덧붙여 “우리는 노동조합이 경영진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으로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견고한 기득권을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혁신의 대안을 찾으려는 구성원들의 진실한 고민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중앙위원도 비판 가세, 노조-PD협회 ‘지상 논쟁’**
한편 노조의 단식투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노조 내부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기자협회·PD협회·아나운서협회 등에 소속돼 있는 5명의 노조 중앙위원들은 같은 날 저녁 공동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단식투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노조의 존립근거는 본질적으로 조합원의 이익 실현이기 때문에 아무리 KBS가 공영방송의 특수성이 있고, 또 방송노조의 탄생이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하더라도 답은 고용안정을 포함한 조합원 보호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위기가 공론화된 지금 위원장이 경영실책의 수장을 그냥 둔 채 ‘경영진 일부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당장 경영진에 대한 질타와 마타도어, 선동으로 조합원의 분노를 불러내고 거친 싸움을 전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진정 조합원들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며 “위원장의 단식이 너무도 ‘위험한 게임’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판단에 근거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회사측을 향해서도 “현재 조합원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유는 당장의 임금삭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의 부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경영진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제시를 못하겠고, 또 그런 능력이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KBS PD협회(회장 이강현)는 지난 5일 발행된 협회보를 통해 “노조 집행부는 정 사장을 ‘얼치기 개혁꾼’이라고 하지만 그가 ‘얼치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손님처럼 왔다가 떠날 정 사장을 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말고 노조 또는 우리 스스로가 반성과 자기부정을 통해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7일자 노조 특보를 통해 “이는 노조 대의원들을 히틀러에 열광한 나치주의자나 전두환 정권시절 체육관 선거에 동원됐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 비유하는 식으로 보란 듯이 모욕감을 안겨준 행위”라며 “PD협회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할 가치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반박했다.
KBS본부는 이어 “PD협회의 주장에는 다른 직종 동료들에게 들이밀려고 하는 그 칼날이 자신의 목은 절대 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녹아 있다”며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몽유병 환자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자본가 흉내를 내며 동료의 목을 칠 몹쓸 백정의 칼을 갈아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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