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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이젠 합의보다 이행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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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협력, 이젠 합의보다 이행이 중요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23> 장관급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중)

***중대(重大)제안과 마샬 플랜**

김정일ㆍ정동영 6.17 면담에서 제기된 중대제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포괄적이고 대담한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부가 구상중인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남북경협계획’의 수준을 넘어 북한경제의 신속한 회복을 위한 종합경제사회발전계획인 대북 마샬 플랜의 수립의 필요성까지 언급됨에 따라 이에 대한 불가피성과 문제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측에서는 어짜피 북핵이 해결된 이후에 남측이 북한경제의 회복과 보상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가 국가재건 계획인 포괄적 대북경제회복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남한에게도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북한판 마샬 플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측에서는 우선 여론의 공론화없이 남북 당국간의 밀실거래에 의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으며 설사 북한판 마샬 플랜이 성공하려고 해도 유럽의 사례와 같이 전체주의 국가체제가 소멸된 후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후 언론에서는 정 장관이 언급한 내용이 7대 사업인가 8대 사업인가 등 명칭도 다양하게 문제제기를 하였다. 남북관계 7대 신동력 사업에는 에너지협력, 북한철도 현대화, 남북공동영농단지 개발, 북한산림녹화협력, 남포항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들의 객관적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우선 상기 사업들의 재정적 소요측면을 고려해보자. 이 사업들은 규모를 대폭 확대하면 북한판 마샬 플랜이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로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진행해온 경협의 규모에서 보면 역시 또 다른 시범사업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을 정부가 어느 정도 규모로 추진할 수 있는가이다.

에너지 협력만 해도 다양한 규모로 추진될 수 있다. 단순히 무연탄 몇 장 정도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지원과 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규모로 진행될 수 있다. 단순 무연탄 지원의 경우 수십억원선에서 해결이 되지만 전력지원과 발전소 건설은 수천억원이 소요된다. 단일 사업의 경우에만도 이 정도로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큰데 7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예산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들은 한국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 마샬 플랜의 타당성 여부를 갑론을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판 마샬 플랜은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현재로서 그 자체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것은 별로 실익이 없을 것 같다. 설사 마살 플랜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계획 중인 7대 동력사업 범위 내에서 한국의 남북협력기금 규모에 맞게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북협력기금 이외에 추가로 예산을 배정하여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 등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의 경제협력 합의**

15차 장관급에서 남북한은 역대 어느 회담보다도 다양한 주제의 경제협력을 합의하였다. 합의사항 중에는 신규 분야도 많아 과거 남측에서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북측이 수용을 거부한 주제인 남북농업협력도 포함되었다. 수산분야처럼 전혀 새로운 분야까지 포함됨으로써 경협의 스펙트럼이 매우 확대되었다는 느낌이다. 일단 남북 당국간 대화가 10개월 이상 중단되는 상황에서 재개된 회담이라 경협의 주제가 확대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각종 회담을 일정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1주일에 한번씩 회담이 열린다고까지 예상할 수 있다.

<표 1> 향후 당국간 회담 일정
(* 표 생략, 내려받기 문서 참조)

우선 12개항의 합의문은 경협과 비경협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북은 7항에서 서해 평화정착 촉진을 위해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하고, 이 협의회를 7월중 개최하여 공동어로 등 수산협력문제들을 협의·해결하기로 하였다. 수산협력은 최근 들어 중국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는 틈을 타서 싹쓸이 조업을 하는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성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남북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중국 어선들에게 공동으로 대응하여 서해상의 조업권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합의라고 볼 수 있다. 백령도 등 서해상은 남북이 조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 해군이 예기치 않게 충돌하는 전례가 많았다. 이제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의 구성을 통하여 긴장도 완화하고 조업도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농업협력위원회, 시범농장 등 실질적 사업 추진해야**

8항에서는 남북은 농업분야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농업협력위원회를 구성·운영하되 제1차 회의를 7월 중순경 개성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우리측은 북측의 식량난을 인도적 차원에서 개선하기 위해서는 농업생산성 향상이 긴요하다는 점과 북측이 농업부문을 금년도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점을 감안, 남북 농업협력 추진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하였다. 통일부장관의 다보스포럼 연설(1.30)에서 포괄적 농업협력 추진의사를 밝힌 데 이어, 여러 계기에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시 농업협력문제를 우선적으로 협의하자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동안의 식량·비료 지원 등 1회성 지원을 넘어 공동의 농업협력을 추진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하고, 농업협력에 대한 북측의 의사를 타진하였다. 북측도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남북간 농업협력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우리측 제안에 이례적으로 호응하였다.

북한이 남북농업협력위원회의 구성에 합의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남측에게 그간 장ㆍ차관급 회담에서 식량과 비료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은 북측에게는 커다란 과제이자 짐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보다 정례화되고 체계화된 지원 창구가 필요하였다. 북한은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통하여 계절마다 필요한 농자재를 남측의 지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은 봄에는 종자와 비닐 및 이양기를, 여름철에는 농약과 제초제를, 가을철에는 컴바인과 트랙터 등을 요구할 것이다.

물론 농자재와 식량의 여유가 있는 남측이 북한을 지원하여 북한의 식량난이 다소나마 해소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북농업협력위원회는 남측의 자재를 단순하게 지원하는 통로가 아니라 체계적인 대북농업협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채널이 되어야 한다. 즉 물고기를 단순히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실질적인 대북협력의 모델이 형성되어야 한다. 남북은 북측의 각도별 시범농장 사업을 통하여 남측의 식량자급 경험을 전수하여 성공모델을 마련하여야 한다. 시범농장의 성공모델을 확산시킴으로써 농업개혁을 유도하는 단계별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남북은 10항에서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고 구체적 절차는 경제협력추진위 제10차 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초 예년 수준인 40만톤의 지원이 논의되었다고 추정되었으나 북한은 장관급 회담에서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지원양인 50만톤의 지원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대북 식량지원의 중요한 기준은 합의의 투명성과 분배의 모니터링 실시 등을 확보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반대급부를 북측으로부터 얻어내는 데 있을 것이다. 금년도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됨에 따라 대북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지원 과정 결정에 따른 공론화와 이산가족 상봉 등 남측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어야 일방적 식량지원에 따른 남측 내부의 논란이 진정될 것이다.

<표2> 대북 식량지원 현황
(* 표 생략, 내려받기 문서 참조)

또한 남북은 9항에서 북측 민간선박들의 제주해협 통과에 합의하고, 그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적 문제들을 협의·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북측선박의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인정한 것이다. 그간 북측은 남북간 해상운송에 있어서의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우리측의 무해통항권 허용을 지속 요청하였다. 북측 민간선박에 대한 제주해협 통과는 북측에게 시간상으로 서해안 남포항에서 동해안 원산항으로 이동하는데 400해리 이상의 운항거리와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절약시켜 줄 것이다. 북측의 무해통항권은 남북간 실질적인 해운협력 확대 및 해상에서의 평화정착에 긍정적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나 한편으로 북측에게만 일방적으로 권리를 인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남측이 요구한 각종 물자의 육로 수송과 항공로 직항로 확보 등이 병행적으로 합의되어야 균형적인 경제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항공로 직항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이 6.17 면담에서 언급한 사항인 만큼 후속조치가 있어야 되고 물자의 육로수송도 남북경협의 심각한 장애물인 물류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한편 남북은 11항에서 경제협력추진위 제10차 회의를 7.9~12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다. 경추위 개최시 남측은 금번 회의에서 북측에 이미 제의한 바 있는 9개 경협 합의서 발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진척 문제 등을 중심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남측은 9개 합의서 발효에 필요한 내부절차를 밟았다. 그간 남측은 2004년 9월 5개, 2004년 12월 4개 합의서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였다.

<표 3> 미발효 9개 경협합의서 현황
(* 표 생략, 내려받기 문서 참조)

이번 경추위의 주요 핵심의제 중의 하나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개설이다. 경협을 상설화하기 위해서는 정례적인 협력 채널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민간차원의 경협은 상설적인 경협 창구가 부재하여 중국 북경이나 심양, 단동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어 낭비가 심하다. 남북은 제8차 경추위(’04.3)에서 2004년 상반기 중 개성공단 개발사무소와 동시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개설에 합의하였고, 제9차 경추위(’04.6)에서는 협의사무소 개설·운영 합의서(안)을 협의, 인원·기능 등 주요 사항에 대해 상호 의견 접근을 본 바 있다. 따라서 금번 경추위에서는 사무소 개설에 완전히 합의를 하여야 한다.

***합의사항 이행이 합의 자체보다 더 중요해**

향후 남북한은 경추위와 수산당국 회담, 남북농업협력위원회 등 다양한 채널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경제협의가 있었지만 이행보다는 불이행 사례가 훨씬 빈번하였다. 합의는 지켜질 때 의의가 있다. 그간 남북한은 소모적인 협상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지켜지지도 않을 합의를 이끌어내느라 협상과정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이제 협상의 방식도 15차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합의사항 이행의 관행도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북합의의 의의가 빛을 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의 윤곽을 잡아야 한다. 북핵의 해결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경협은 ‘속도조절론’의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착상태에 처할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단계에 따라 남북경협도 활기를 보일 것이다. 현재 상반기로 예정된 개성공단의 본 단지 1단계의 분양이 하반기로 지연되고 있는 것은 결국 북핵 위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결국 북핵 문제의 해결속도와 경협의 진전 속도는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관급 회담 이후의 경협은 우선 북한의 7월 복귀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각국의 입장 등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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