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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자율화라니? 정부, 보육의무 포기하려는가"

정부의 '보육의 완전시장화' 움직임에 현장 '아우성'

"지은희 장관 시절에는 여성부가 경제부처의 '보육료 자율화' 요구를 앞장서 막아 검토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게 했는데, 장하진 장관 체제에 오니 기획예산처등이 '보육시설의 완전시장화'를 공공연히 주도하는데도 여성부가 이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 보육단체들의 여성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가고 있는 가운데, 14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여성부 보육정책 1년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영유아보육법의 전면개정으로 지자체의 보육시설 확보 책임을 명시하고, 보육업무도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해 보육정책 우선순위를 강화했지만,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냐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1년만에 많은 것을 평가하기는 가혹한 면이 있다"면서도 여성부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1>

***"보육료 자율화는 정부 책임 버리겠다는 것"**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는 "2002년부터 경제부처 중심으로 '육아비용 정부지원 예외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보육료 상한선 폐지'와 '보육시장의 영리법인 진입' 요구가 있었지만 여성부가 이를 앞장서 방어해왔다"며 "그런데 이제는 공공연히 논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간보육시설 비중이 95%일 정도로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보육료 상한선을 푼다면 보육시설의 고급화 경쟁속에 보육료는 대폭 오르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학부모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후 "보육료 자율화 후 4배이상 보육비용이 올랐던 호주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남윤 대표는 "보육시설은 비영리사업의 성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효율적이고 공공적인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며 "여성부는 점차 '시설 지원'에서 '아동별 직접 지원'으로 바꿔가고 있지만, 사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무한한 선택가능성보다는 거주지 근처의 저렴하고 믿을만한 시설이다. 전면적인 아동별 지원으로 시장에 떠맡기기보다는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민간시설에도 국공립시설과 같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심환 한국보육시설연합회 민간분과 부위원장도 "정부의 재정 지원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보육료 자율화는 곧 보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보육비용이 취업이익보다 높아져 여성들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시설간의 과열경쟁으로 출생과 동시에 빈부에 따른 불평등한 보육이 전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부 "실수요자들은 '직접 지원' 원해"**

그러나 여성부는 이와 같은 '시설 지원 확대'의 목소리는 공급자의 것이고, 실 수요자들은 직접 지원을 더 원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부는 지난해 국공립시설에 대한 인건비 지원(2천1백억->2천6백억)보다는 개별가정에 대한 지원(1천5백억->2천6백억)을 대폭 늘렸다. 국공립시설 확충은 지난해 20개소, 6월 후에는 5개소에 불과하다.

최성지 여성부 보육기획과장이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은 중앙정부가 건축비의 30, 지자체가 60을 부담하고 땅도 지자체가 제공하도록 돼있어 지자체 부담이 너무 커 기존의 공공기관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이에 "시설확충은 물론 지자체 의지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 여성부 의지가 강하다면 지자체를 유도할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및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도 제기됐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전문인력으로서 자부심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여성부다운 보육정책인데, 보육정책에 있어 '보육교사의 질 향상 대책'은 부차적으로 취급된다는 지적이다.

***"보육교사의 비정규직화, 급속도로 진행중"**

보육교사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이윤경 전국보육노조 사무처장은 흥분된 어조를 감추지 않으며 여성부를 질타했다. "현재 여성부는 보육노동자 자격증제 도입등으로 보육의 질을 강화하고 보육노동자의 전문성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전문성을 재생산하기 위한 기본적인 노동조건'부터 절실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일 일하며 너무 지쳐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고 밝은 얼굴 하기도 어려운데, 무슨 전문성이냐. 보육노동은 단순한 애보기가 아니라 경험과 숙련, 훈련이 필요한 일인데 지금 시스템은 1~2년정도 악물고 버티다가 나가떨어지는 소모되는 시스템"이라며 "시설 지원을 줄이고 개별 보육료를 늘여 보육시설의 질 향상을 전면적으로 시장에 맡기겠다는 정책 기조하에서는 시설은 지속적인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건비를 책정할 것이고 이는 보육노동자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개정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근로계약시 계약기간 명시조항'으로 보육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현재 보육노조의 반 이상이 계약직 노동자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여성부 "이달 중으로 보육계획 시안 수립할 것"**

이렇게 쏟아지는 보육료 자율화에 대한 우려와 열악한 보육노동자에 대한 개선요구에 여성부 최성지 보육기획과장은 "보육료 자율화는 현재 결정된 사항이 아니며 중장기 보육계획수립을 위해 관계부처가 협의중"이라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며, 교사처우에 관련해서는 "교육을 받거나 출산 휴가시 대체교사 파견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최 보육기획과장은 "최소 이달중에는 보육계획 시안을 수립할 것"이라며 "지난해 보육실태조사 결과 이용부모의 60%가량이 비용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보육예산의 절반이 전체 15%밖에 안되는 국공립시설의 인건비 지원에 쓰여 재정이 늘어나도 국민 체감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답해 '아동별 지원의 확대'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가가 국공립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열악한 보육예산의 절대액 확충으로 보육을 책임지려는 자세 없이 최소한의 증액으로 국민들에게 생색내고, 장기적으로는 시장화를 통해 민간의존도를 높이려는 정책으로는 '보육의 공공성'은 절대 이룰 수 없다는 현장의 요구도 만만치 않아 '보육'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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