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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 개정, 투기자본 배만 불려줄 것"

[토론회] "규모농 하면 규모 있게 망한다" 불신

"이러한 농지법 개정안이라면 농지는 투기 자본들에게 다 물어뜯긴다. 도대체 이 법으로 이득을 볼 사람들이 누구기에 정부는 이렇게 허술한 법의 통과를 서두르나." (김병문 변호사)

"노무현 정부가 민주주의에서 오는 지지가 아닌, 토지를 활용한 지방에서의 선심정책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닌가? 한국경제의 투기구조를 되돌이킬 수 없게 만들 위험한 법안을 정권 안정 차원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위원장)

"정부는 규모화 농업을 위해 '농지 임대'를 허용한다지만, 농민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규모화 하면 규모있게 망한다'는 걸 알고 있다. 현 농지법 개정안은 농지 소유권을 풀었을 뿐, 농지 이용 및 보존에 대한 안전장치는 거의 없다."(유양종 전농 강원도연맹 정책위원장)

도시민의 농지 소유를 무제한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오는 21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9일 '농지법 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농지법 개정안, "농지은행에 5년만 맡기면, 누구나 무제한 소유 가능"**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건강한 농지제도 개편을 위한 연석회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농토에 대한 전면적인 난개발과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농지법 개정안은 현재 도시민이 주말농장등의 용도로 3백평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농지 소유 규제를 풀어, 매입 후 농업기반공사라는 '농지은행'에 위탁해 5년만 기다리면 누구나 매매나 전용이 자유로운 농지를 무제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 농지법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축이다. 한 축은 '농지임대 허용범위 확대'를 통해 고령농민의 탈농과 전업농 육성이라는 '농민 구조조정 및 농업 규모화'를 촉진하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농업회사법인의 농지소유요건 폐기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을 통한 특화사업자의 농지 소유 허용 ▲농업보호구역 내 농촌관광등 소득·편의시설 설치 허용등의 개발 유도로 농토를 '돈 나는 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규모농하면 규모있게 망한다는 게 농심(農心)"**

그러나 개정안의 한 축인 '임대 확대를 통한 규모농 육성'은 전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은 "정부가 현재 농가당 평균 3천5백평정도의 토지보유를 1만8천평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6h 규모농' 정책은 우리 현실에서 농업을 포기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 없다"며 "더군다나 농림부는 농지 소유권 규제를 풀면서 농업진흥지역은 지키겠다고 하지만, 50%밖에 안될 뿐더러 향후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이 발효되면 조정의 전권은 건설교통부가 쥐게 된다. 농지는 공장, 아파트, 도로는 물론이고 골프장과 경쟁해도 후순위로 밀려나고 농지 보존은 아무도 장담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양종 전농 강원도연맹 정책위원장도 "지금 농지법이 '규모농 육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들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며 "농민들은 김영삼 정부 이후 '규모농하면 규모있게 망하고 규모있게 빚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크게 망하면 정부가 그 부채를 책임질건가? 지금 농민들은 가치를 기대할 수 없고 돈도 없어 농지를 안 사기도 하지만, 사는 농민들도 개발을 통한 가치증식을 노리고 사지 규모화를 위해 사지는 않는다. 농민들이 원하는 건 규모농이 아니라 가족적 전업농이고 일한만큼 먹고 살수 있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김병문 변호사도 "현재 이 법의 핵심은 농지가 소득창출 기능을 못하니 자산 가치라도 인정하자는 것이지 어딜 봐도 농민과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은 찾아볼 수 없다"며 "또, '농업기반공사에 위탁하면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의 임대를 허용한다'고 규정했는데, 이 '농업경영목적'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다. 분명히 도시 투기자본들이 농지를 물어뜯을 것이다. 안 그래도 농지전용이 최근 법률적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추세인데, 왜 굳이 이러한 허술한 농지법을 만들어 정부가 통과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누구의 이득을 위한 법이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현재 이어지는 농지 전용으로 농지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

한마디로 정부가 법 개정의 가장 주된 이유로 설명하는 '농업 규모화를 통한 농민의 소득 보전'은 실현되기 어렵고, 무분별한 자본 진출 허용으로 투기자본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다. 그러나 현재 자작농주의 또한 비현실적이며, 도시 자본을 통하지 않고서는 점점 심화되는 도농간 격차를 메꿀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혁재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예전에는 지주의 존재로 농지가 모자라 경자유전 원칙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땅이 있어도 가격이 안 맞아 농사 못 짓는다. 소득보전을 위해 땅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는 임차농의 보호를 위해 임대 대폭 확대는 허용돼야 한다"며 "농지의 일부도 전용해 도시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으면 도농격차는 더 벌어지고 사람들은 농촌을 계속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석두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농촌에서는 분산 소규모 농지전용이 계속되면서 농지 가격은 수익지가 이상으로 상승하고, 임차료는 인하돼 비농업인은 농지를 보유하려 하고 농민은 임대하려 해 농지임대차가 확대된 상황"이라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와 임대차를 자유화해도 농지전용 이익환수제나 농지보전 보상제등을 체계적으로 갖춘다면 투기적 소유와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이에 대해 김종훈 농림부 농지과장은 "규모화는 계속되는 쌀개방으로 줄어들 농민소득을 대규모 경작으로 메꿔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현재 1백20만 농가가 10년 후면 70만으로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국내 쌀생산의 50%는 7만호 정도의 6h 규모농이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투기 문제는 실거래가로 양도취득세를 매긴다든지, 농지보존 부담금등을 통한 전용이익 환수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석훈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농림부의 농업농촌 종합계획 시행 1년반만에 주요 농지가는 이미 3배에서 10배가량 올랐다"며 "식량자급도를 높이고 농업을 살린다는 목표 없이 그저 농지 소유를 비농민에게 개방하는 이번 농지법은 한번 통과되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되돌이킬 수 없는 중차대한 사항으로 국민투표 수준의 깊은 국민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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