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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토의 1/3을 투기세력에게 주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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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토의 1/3을 투기세력에게 주겠다는 건가"

[기고] 정부의 농지법 개정에 강력 반대하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고 도시인의 농지 소유를 실질적으로 무제한 허용해 '농지 투기 조장법'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 들어가 사실상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농지법 개정 반대 운동을 계속 전개해온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이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그것을 극복할 대안을 <프레시안>에 기고해왔다. 우석훈 실장은 "농지법 개정으로 국토의 15%를 차지하는 도시 지역의 두 배 되는 면적이 투기 세력에게 넘어간다"며 "농지 투기 세력을 등에 업은 정부의 농지법 개정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편집자.

***정부 농지법 개정 움직임 맞춰, 벌써부터 농지 가격 최고 10배 폭등**

"헌법 제121조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현실적으로 이 헌법 제1백21조가 무너진 것은 IMF 사태 이후이며, 지금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일부 고위직의 토지 투기의 시점이 대략적으로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1987년 체계의 실질적 근간이 흔들리면서 농업에 구조적 위기가 발생한 것인지 농업이 자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역사적 맥락을 보여준다.

현재 농림부가 제출한 농지법 개정안은 헌법 1백21조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물론 "국가는… 노력하여야 한다"의 '노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지만, 관습헌법까지 포괄적으로 판단의 근거로 사용한 전례로 볼 때 이 정도 명백한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안은 3백평으로 구매를 제한한 현행 규제를 풀어 누구든지 마음껏 농지를 살 수 있으며, 구매 후 농업기반공사라는 '농지은행'에 예치하고 5년간 기다리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농지은행이라는 '농지 세탁' 장치까지 교묘하게 활용하며,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을 무너뜨린 셈이다.

물론 정부는 농업 진흥 지역 안의 농지는 보호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농업 진흥 지역은 전체 농지의 58% 밖에 되지 않으며 80%에 달하는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구나 개정 농지법에 의하여, 비영농인이 구입할 농지는 농업 진흥 지역 밖에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농지에 집중될 것이다. 규모로는 현재 국토의 15%에 달하는 '도시 지역'의 2배에 달하는 농지가 새로운 투기의 대상으로 풀려나는 셈이다.

이렇게 토지 투기를 전면화해서는 국토의 체계적 개발이나 국토 생태의 보전은 물론이고, 국민 경제도 보전하기 어렵다. 휴전선 바로 밑에서 남해안에 이르기까지, 2~3만원하던 농지가 정부의 농지법 개정 발표 이후 20만원까지 폭등한 상태이다.

***농지 정책인가, 토지 투기 정책인가?**

위헌 여부를 떠나서 이것이 농업 정책이고 경제 정책인지 혹은 토지 투기 조장 정책인지 묻지 않기가 어렵다. 40%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1%의 국민 그리고 소위 '기획 구매'를 진행하는 전문 업체들이 사들이는 농지는 현행법으로는 모두 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개발할 필요가 없는 농지를 '전원 개발' 혹은 '농가소득 특구' 같은 해괴한 이름을 붙여서 전면 개발로 몰아가고 있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발발하던 당시 '블랙 먼데이'를 격발시킨 플로리다 해안의 별장열풍과 너무도 흡사하게 닮아있다.

지금의 경자유전을 실질적으로 훼손한 농지투지 열풍이 과연 진짜 '농인(農人)'의 소득 보전에 도움이 되고,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농업이 WTO 개방 열풍의 파도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헌법 제1백21조가 노태우 시절에도 농지를 지켜주고, 일종의 경제적ㆍ사회적 버팀목을 해주고 있던 셈이다. 농림부가 나서서 '위헌의 요소는 있지만, 헌재에서는 위헌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농지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과도 다르고 미국과도 다르고, 일본과도 다른 한국형 토지투기, 이제는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서 친환경 농업 전환을 의결한 후, 최근 3년 동안 농업의 10%를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고, 적어도 곡물과 육류는 국내산 친환경 농업에서 공급하고 있다. 스위스보다 먼저 친환경 농업의 길을 걸었던 덴마크와 독일은 후기산업국가의 대안으로 친환경-친자연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영국은 광우병 파동으로 자국 농업의 초토화된 후, 환경, 식품안전, 그리고 농업을 통합한 DEFRA(Department of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를 설립하여 가장 극적으로 친환경농업 전환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서울 강남의 비싼 샌드위치 가게에서 파는 유기농 샌드위치는 대부분 영국산 호밀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미국의 경우에는 1930년 미국의 중서부를 강타한 흙먼지 폭풍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주도하여,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여 가장 강력한 토지 공개념을 실시하고 있다. "토지는 주인 마음대로 해도 되는 토마토와는 다르다"라는 토마토 논쟁이 바로 그 논쟁이며, 오하이오 주의 경우는 주대법원의 판결로 1943년, 토지 관리를 경찰이 맡고 있다. 지금 오하이오 대학에서는 미국에서도 친환경 농업에 관한 이론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유럽은 친환경사회를 모토로, 미국은 토지 공개념을 모토로 농지를 국가적으로 지키고 보호하고 있고, 농지를 보전하는 것이 국가 '성장 잠재력'의 소위 펀더멘탈 중의 펀더멘탈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만큼 농업을 지키기가 어려운 일본의 농지법은 기업이 농업에 투자하는 것을 예외로 농지 소유를 열어놓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농지법의 모델이 된 일본도 우리처럼 농지투기를 "네 맘대로 하세요"라고 열어놓고 있지는 않다.

정리하면, 유럽은 친환경적 인식이 높아서 농지를 지키고 있고, 미국은 토지공개념으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부 때의 투기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 토지 공개념을 도입한 바 있으나, 위헌 판결로 정책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토지 공개념의 역할을 한 헌법 1백21조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한 것이다. 해방 이후 최고의 반(反) 생태적 정부인 참여정부에서 국민의 환경적 요구는 개발 욕구에 비해서 도저히 균형을 맞출 수 없을뿐더러, 미국과 같이 기독교적 청빈주의에 근거한 토지 공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처럼 관료가 나름대로의 청렴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농지는 그야말로 "1%의 엘리트"의 놀잇감에 다름 아닌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래도 풀어야 한다. 농업도 살려야 하고, 국민 경제도 살려야 하고, 식품 안전도 살려야 할 뿐더러, 다음 세대를 위해서 국토생태와 식량안보도 일정하게는 지켜야 한다. 그 사회적 해법을 위해서 농림부는 헌법 121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농소정의 대타협 모델을 제안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시장의 만능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가의 부를 위해서 할 역할이 있고,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자본, 지주, 그리고 노동자가 정부의 중재 하에서 여하의 '자연적 법칙'을 활용하여 행복한 사회를 만들 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작은 교훈을 담고 있다. 물론 많은 경우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정부에게 경고하지만 말이다.

"농지투기반대 및 생명농지 지킴이 선언"에 참가한 열린우리당의 유승희 의원은 민간이 잘 운영하던 korea.com이라는 도메인을, 이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국가가 개입하는 마당에, 이보다 더 공공성이 높은 농지 문제에 대해서 왜 투기자본에게 내맡기는 시장 방치정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음식의 안전성을 갈구하는 소비자, 생명의 창출자인 농인, 그리고 이 사이에 적합한 중재를 할 수 있는 정부가 마음을 열고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농소정'이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시점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1백21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사회적 논의구조를 만들어 여기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필요하다면 스위스의 경우처럼 국민적 합의를 위한 국민투표까지 갈 정도의 각오 없이, "법률 몇 조를 참조하시오"와 같이 은근슬쩍 헌법을 고치려는 농림부의 국민을 무시하는 입법 행위 대신, 실제 농업과 국민경제를 살릴 국민들의 포괄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와 농민단체 그리고 소비자단체는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건강한 농지개편을 위한 연석회의'라는 새로운 논의틀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농림부만 국민적 논의를 하겠다는 조그마한 양보로 진정하게 우리나라의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농림부에서는 '도시자본'을 끌어들여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농지법 개정안의 취지라고 농민 대상의 설명회에서 설명한 바 있다. 도시자본이라… 내가 20년을 경제학 공부를 하면서 독점자본, 다국적자본 심지어는 서비스자본이라는 말까지 들어봤지만, 솔직히 도시자본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도대체 농림부가 의미하는 도시자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의 실제적 부재지주들인 투기자본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노후에 귀농하고 싶어서 1만 6천평씩 사들여 들이는 부패한 투기 엘리트를 의미하는가?

2005년 4월 21일, 대한민국 국회의 한 조그만 방에서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농업의 운명과 헌법 1백21조의 운명 그리고 국민경제의 큰 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방향이 여기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될 11월까지 위헌소송과 대체입법 제정을 위한 힘겨루기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대타협인 '농소정'의 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선 이날 하루의 논의가 아무쪼록 생산적인 국민경제를 위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대한민국은 농지 투기 세력과 생명 농지 세력이 농업의 운명을 둘러싸고 건곤일척의 힘겨루기를 앞두고 있는 폭풍 전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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