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남성 중심적이고 권력 중심적인 국회에서 민노당 남성 보좌관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며 '일상의 진보 실천'을 요구했던 민노당 여성 보좌관들이 민노당 남성 보좌관 가운데 가장 양성평등에 모범적인 '양성평등지킴이' 남성 보좌관으로 현애자 의원실의 이덕준 보좌관을 선정했다.
***민노 여성 보좌관들의 문제제기, 그후...**
지난해 파문 당시 민노당 여성 보좌관들은 보좌관 협의회 발족식에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기 손님은 자기가 챙긴다, 청소·설겆이 등은 같이 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 보좌관들이 남성 중심적인 국회 관행에 신경이 곤두설 때도 남성 보좌관들은 이에 무관심했다"고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었다.
그 후 이들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여성 보좌관들로부터 "우리의 경우는 더 심하다" "386이 더 한다"는 제보(?)를 받는 등 국회내 여성 보좌진들의 상당한 불만을 느낄 수 있었으나, 국회내 성차별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양성평등지킴이상 수여는 '포지티브' 방식의 문제제기 2탄인 셈. 다른 당 의원실에 '참견'할 순 없지만, 민노당이 '모범'을 보이겠다는 바램이다. 선정은 각 의원실에서 전원 설문을 통해 1명의 후보를 추천한 후, 이렇게 모아진 10개 의원실의 10명의 후보에 관해 여성보좌관들이 다시 한번 투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설문 항목에는 '내 손님의 접대·뒷정리는 내가 한다, 내가 마신 컵은 내가 씻는다, 전화를 자주 받는다, 나이 직책과 상관없이 우편물, 팩스, 복사 수발을 미루지 않는다'등의 '일상에서의 성역할 평가'가 포함됐으며, '성(性)적인 유머로 방 분위기를 즐겁게 한다'등의 마이너스 항목도 있다.
<프레시안>은 18일 국회 후생관에서 '양성평등지킴이'로 선정된 보건복지위 현애자 의원실의 이덕준 보좌관(43)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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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수석을 맡고 있는 이 보좌관은 관례적으로 수석에게 보장된 안쪽의 '넓고 안정적인 자리'의 권위를 마다하고 출입문 앞쪽에서 모든 외부인과 민원을 처리하는 점, 컵이 보이면 치우고 닦기, 자료 정리, 간식 후 뒷정리등이 몸에 배여 있는 점, 바쁜 국정감사 시기에 가사노동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등 특히 가사노동과 육아가 일상 속에 체득화되있어 양성평등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인의 가사노동 감소폭만큼 늘어나는 사회활동 눈에 보였다"**
프레시안 : '민노당 양성평등지킴이'가 되셨다. 전화받기, 우편물, 팩스, 복사등 '잡일'로 분류되는 일을 꺼리지 않고, 혈우병이 있는 중3아들의 병원 가기를 직접 챙기는 등 가사노동과 육아가 일상 속에 체득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덕준 : 우선 기쁘고, 고맙고, 쑥스럽다.
어떻게 가사노동으로 분류되는 일이 몸에 배게 됐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전노협 시절에 노동운동을 하다 만나 결혼한 부인과 사회활동을 같이 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지금도 부인이 민노당 부천시 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어 일이 저보다 바빠 제 가사노동량이 많다. 그래도 너무 저만 하면 가끔 싸움도 하고 그런다.(웃음)
그래도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부인의 가사노동이 줄어드는 만큼 밖의 활동이 더 늘어나는게 눈에 보여서다.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바가 모순의 당사자인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대안세력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라면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활동만큼 우리의 목표에 근접하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여성활동가들이 잘하는 모습 보면 믿음이 가고, 그들과 같이 운동하는 게 힘도 되고 희망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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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반 년전 여성보좌관들이 남성보좌관들에 대한 불만을 집단적으로 표했는데, 이것이 다른 당 여성보좌관들에게는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그 이후로 민노당 남성 보좌관들에게 전반적인 변화가 있었나.
이덕준 : 냉정하게 말하면 '찻잔 속 폭풍'이었다. 여성보좌관들은 민감했지만 남성보좌관들에게 강력히 전달된 것 같진 않다. 다들 기본적인 의식은 있지만 '뭐 그런 걸...다른 당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가 기본적인 긴장감은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이번 설문조사도 남성 보좌관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는 의문이다.
***"자꾸 수다를 떨어야 서로를 안다"**
프레시안 : 진보진영의 많은 남성들이 머리로는 양성평등을 말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신데, '양성평등 지킴이'로서의 조언을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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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준 : 일터에서 그런 문제는 결국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 '소통'은 요즘 업무에 있어서나 관계에 있어서나 우리 의원실의 화두이기도 하다.
관계 속의 어느 일방이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실 저나 현애자 의원님이나 방의 젊은 보좌관들과 나이 차이도 있고 성격도 과묵한 편이라 많이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의원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자꾸 '수다를 많이 떨자'고 그런다. 의식적으로도 수다를 떨며 대화하다 보면 서로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눌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상호간의 신뢰로 갈등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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