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여성 보좌관들이 "남성 중심적이고 권력 중심적인 관행이 뿌리박힌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남성보좌관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일상에서의 진보 실천'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민노 여성 보좌관들 "더 이상 못 참겠다"**
원내 10석을 가진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은 총 78명. 이 중 여성 보좌관은 각 방별로 1~3명씩 총 20여명으로 약 25%를 차지한다. 다른 당이 방별로 전화를 받고 차를 타는 등의 일을 하는 전담 비서를 두고 있는 것에 반해, 민주노동당은 '자기 손님은 자기가 챙기고 청소ㆍ설겆이 등은 같이 한다'는 원칙을 세워왔다.
이들은 "그러나 이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공문발송, 전화, 팩스 보내기등을 여성 보좌관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았고, 전화 받는 일은 당연하게 여성의 몫처럼 여기고, 심지어 컵 씻고 수건 빨라는 요구를 거리낌없이 강요하는 남성 보좌관도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 속으로 곱씹던 이들의 불만은 민원인과 피감기관 손님이 넘쳐나는 국감 때 폭발했다. 이들은 "민원인들이 방에 들어왔다가 여성들만 있으면 '어, 여기 사람이 없네'하고 나가거나, 여자는 당연히 비서로 생각하고 중요한 논의에는 남성 보좌관들만 찾을 때마다 속상했다"며 "그럴 때마다 같은 동지라고 생각했던 남성 보좌관들은 무심했다"고 털어놨다.
***내부 설문조사서, '의원실 내 성희롱' 경험 20%**
이들은 '여성 국감 준비'를 계기로 '공론화'에 뜻을 모으고, 지난 15일부터 '일상의 진보를 위한 의식실태조사'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6일에 걸쳐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는 예측 이상이었고, 결과는 26일 '민주노동당 보좌관 협의회' 발족식에서 발표됐다.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개선 필요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남성 보좌관들은 41%가 무응답, '당장은 개선 필요 없음'이 23%, '개선 불필요' 응답도 10%나 나왔다. 이에 비해 여성보좌관들은 '반드시 개선해야한다'가 73%로 압도적이었다.
'의원실 내 보좌관들의 관계가 평등합니까'라는 질문에도 남성 64% 여성 31%가 '그렇다'로, 남성 30% 여성 63%가 '아니오'로 답해 정반대의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성차별적 대우를 받았을 때의 대응'에 관해서는 '대립하지 않기 위해 참음'이 31%로 제일 많았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박명혜 보좌관은 "여성 보좌관의 20% 이상이 의원실 내에서 성희롱ㆍ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고, 1-2명은 신체적 불쾌감과 함께 구체적인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우리안의 불합리에 대해 머리로만 고민하고 입으로만 진보를 외치는 것은 아닌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운동하는 이들이 본인의 실천에는 무딘 경우 많아"**
이날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강연에 나선 최순영 의원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다 보니 옛날 YH무역 지부장할 때, 나를 찾아온 이들에게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면 답을 안하고 계속해서 지부장을 찾던 기억이 난다"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보통 분석은 참 잘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비판만 하다보니 본인의 실천에는 무딘 경우가 많다"고 여성보좌관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남성 보좌관은 "처음에는 차 심부름 같은 것 시키지 말자는 말도 나오고 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저씨 문화'라는 게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문제는 있다고 보지만 그러나 설문조사가 많은 자극이 됐다. 양성평등 교육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공론화를 시키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한편, 이날 공식 발족된 민주노동당 보좌관 협의회는 회장에 김정희 보좌관, 사무국장에 최철원 보좌관을 각각 선출하고, 산하에 여성위를 두어 이러한 문제등을 논의하고 내달 운영위를 소집해 보좌관 임금 인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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