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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상급식 확대는 예산보다 의지 문제”

[프레시안 캠페인] 학교급식도 교육이다③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대학교(총장 김성훈)는 오는 18일부터 ‘작은 혁명’을 시작한다. ‘건강·생명·환경’이라는 상지대 특성화 목표와 생명운동의 발상지라는 지역특성의 맥을 이어 국내 최초로 친환경 농산물로 조리된 식단을 구내식당에서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식자재는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윤현애)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공급받기로 했고, 주1회는 친환경 채소로 조리된 샐러드와 제철과일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대략 여섯 끼 정도를 친환경 농산물로 계속 식사를 하면 친환경 유기농산물 특유의 차별화된 맛과 건강증진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도 실증해 보일 참이다.

이를 위해 상지대측은 구내식당 위탁사업자에게 연간 6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지대는 내친 김에 지난 4일부터 연간 4천만원의 예산을 더 마련해 교직원, 외래교수, 조교들의 저녁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농림부 장관을 역임한 김성훈 총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운영예산이 넉넉잖은 지방대학에서 1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친환경농산물 식단을 마련하고 무료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이었다”며 “그러나 상지대 구성원 모두의 건강증진과 웰빙을 위해 학교예산을 꼼꼼히 살펴 씀씀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련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제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한 끼 때우기’식이나 비용차원으로만 접근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비전도, 예산도 없는 급식확대 공언**

무상급식 확대 움직임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국 초·중등학교로 서서히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충청남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최초로 면단위 이하 농·어촌지역 유치원·초등학교의 급식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고, 충청북도도 올해부터 중·고교까지 대상범위를 넓혀 모두 9백4명의 벽지학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계살림과 공교육 단계만큼은 무상급식이 옳다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고무적인 결정들이었다.

정부 또한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학교급식법개정안’을 통해 급식비 지원 대상을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와 농어촌지역 초등학생에서 △차상위계층 △농어촌지역 중·고등학생에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당시 발표한 ‘교육부문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서 “급식비 지원대상은 현재 초·중·고생의 5.2%인 40만8천명에게 지급되고 있으나 2007년에는 이를 10% 수준인 77만명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올해 초 수립한 ‘2005년 학교보건·급식 기본방향’에서 “올해 전체학생의 5.8% 수준으로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꽤 세부적인 실천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원대상자 선정기준 :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자녀, 복지시설 수용학생, 자치단체의 석식지원대상자(결식아동), 모·부자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차상위계층 자녀 중 급식비 지원이 필요한 학생. 차상위계층은 최저생계비의 상위 120%이내(’05년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113만6천원을 기준할 때 월평균 가구소득인정액 136만3천원 이하)를 말함
△대상자 선정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학교에서 읍·면·동사무소와 협의해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명단 등 증빙자료를 통보받아서 선정
△읍면동사무소의 객관적 입증자료 확보가 불가능한 학생에 한해 담임교사 의견서를 첨부한 추천을 받아 ‘학생복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학교장이 선정
△기존 지원대상자 이외에 갑작스런 사고나 실직 등으로 긴급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학교에 ‘급식지원 상담창구’ 운영
△학교급식비 미납 등을 이유로 급식제공을 중단하거나, 급식비 결손액 충당 등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대상자 선정 금지
△시·도교육청은 자체평가를 실시하여 중식지원사업의 효율성 제고
△국립학교는 올해부터 학교운영비로 해당 학교에서 직접 편성·운영(시·도교육청은 필요시 행정지도 등 협조)
△아동급식은 자치단체가 보다 열성과 책임을 갖고 추진해야할 사업이므로 민간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내실 있게 정착시켜 나가기로 방향 설정(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 ’05. 1. 19)
△방학기간 및 토·공휴일의 중식지원은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으나, 겨울방학 중 지원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2005. 3월부터 확대된 인원에 대한 학기 중 토·공휴일(연 95일)의 중식지원관련 행정지원업무는 현행과 같이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수행하되, 중식비는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논의됨**

하지만 교육부의 이같은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교육현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계획을 뒷받침할 만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관련 예산확보 방안 또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교육부는 이와 관련된 교육적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정책의지 또한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현행 교육부의 계획은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의지 결여는 물론 국무조정실이 임의로 산출한 차상위계층 10% 기준에 따라 2007년까지 77만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등 안일함마저 엿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치 앞도 못 본’ 저소득층 급식지원**

무엇보다도 올해부터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한 것도 정부의 무상급식 확대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자녀들의 급식지원과 관련해 가정에서 식사하는 토·공휴일 및 방학기간 중식지원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담당하도록 했다. 여기다가 올해 초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강행해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지원 소요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확보하도록 했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가 ‘국가의 재정 상황 고려’라는 명목을 앞세워 ‘국가의 의지’ 또한 고스란히 지자체로 이양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심대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고등학교들의 경우 시교육청이 예년 대비 급식지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3월 신학기 시작과 더불어 급식지원대상자 수를 강제 조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프레시안> 4월 14일자 ‘서울시교육청, 가난한 1만7천여명 굶길 판’ 보도 참조).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이 충분치 못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담배값 인상에 따른 추가재원 등을 활용하거나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빈곤가정학생 급식지원 사업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2005년 학교보건·급식 기본방향)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홍렬 서울시교육위원은 “서울시교육청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7천억이 넘는 예산을 차용해 쓰고 있는 상황이고, 어쩌면 올해 상반기 중 3천억원을 더해 모두 1조원이 넘는 돈을 꾸어 써야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저소득층자녀 급식지원사업이 온전히 시행될 리 만무하고, 더불어 무상급식 확대 또한 요원하기만 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저소득층자녀 급식지원사업이나 무상급식 확대는 교육예산이 넉넉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영영 현재의 빈약한 모습을 벗어날 수 없다”며 “당장은 다른 교육사업영역의 예산을 줄여서라도 실시해야 하고, 이는 각 시·도교육감의 ‘의지’만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국회 또한 올바른 학교급식법개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국가의 의무를 추동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절차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급식법개정을 위한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랍니다(www.geubsi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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