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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여왕의 나라, 무섭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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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여왕의 나라, 무섭지 아니한가?

[데스크 칼럼] '박근혜 불가론'의 실체

5년 전 이맘, 박근혜 의원은 세 가지 불가론에 시달렸다. 여성이기 때문에,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실상의 본선이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1.5% 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였음을 감안하면, 3대 불가론 중 한 두 가지만 없었더라도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지 모를 일이다.

따져보면 3대 불가론은 박 의원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얘기들이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게 죄인가? 세상에 부모를 골라 나올 수 있는 자식 있나? 아버지의 유산 탓에 개인사마저 기구해진 마당에 숨겨놓은 자식이라니?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일에 정치적 선동을 덧씌운 박근혜 불가론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했다.

절치부심 5년. 굳이 독일까지 날아가 메르켈 총리를 만나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성 지도자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사라졌다. 정수장학회 문제 등 털고 가야 할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 남아있다지만, 이젠 독재자의 딸이라는 감정적 공격이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다. '숨겨놓은 자식' 운운했다간 입에 올린 쪽이 벼락 맞을 판이다. 박근혜 불가론은 박 의원이 아버지로부터 벗어난 독립 정치인으로 확인된 지난 5년을 거치며 거의 해체됐다.

그런 조건에서, 박 의원의 두 번째 대선 출마 선언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 2012년 대선 정국. 야권주자들 걸음이 분주해지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만만찮아 보여도 아직까지의 절대강자는 박근혜다.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는다는 30%의 시멘트 지지층에 오갈 데 없는 보수층이 묶이고 시대적 화두라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전선에서 중도성향의 표를 끌어들이면 박 의원의 대통령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 같다. 바야흐로 올해 대선은 박근혜냐 아니냐의 구도다.

하지만 철옹성도 균열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법.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비롯된 새누리당의 모양이 그 꼴이다. 우선 박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쇄신과 기득권 포기의 상징으로 약속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공염불이 됐다. 박 의원의 강점인 신뢰의 정치에 생채기가 났다.

박 의원이 모든 대선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이 사태 해결에 매달리면서 더 큰 사달이 났다.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다. 박 의원은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 직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 의원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한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박 의원의 세 가지 요구는 새누리당에서 그대로 관철됐다. 곧바로 황우여 대표의 대국민 사과가 발표됐다. 검찰이 부를 계획이 없다는데도 정두언 의원에 대한 자진 출두 요구가 빗발치는가 하면 탈당론까지 봇물처럼 터졌다. 급기야 사퇴 번복은 없다던 이한구 원내대표마저 7월 임시국회까지는 직을 수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의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빛의 속도로 움직인 새누리당의 모습은 '박근혜가 한번 결정하면 끝'이라는 박근혜식 소통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스'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치도 따져보지 않고 걸음부터 내딛는 게 사당화다. 4.11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박 의원에 대한 견제, 비판세력이 실종되면서 강화된 현상이다.
▲ 박근혜 의원이 지난 13일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불통의 이미지,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리더십은 현재적 의미의 '박근혜 불가론'을 구축한다. 5년 전 불가론과는 달리 박 의원 스스로 만든 탓에 책임도 고스란히 박 의원 몫으로 돌아간다. 게다가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마저 하향길에 접어들어 박 의원을 더 이상 '여당 내 야당'으로 봐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국민들의 시선이 미래로 향할수록 민주적 운영과 동떨어진 박근혜 리더십은 문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의 나라'를 그려봄에 있어 그가 출마선언문에서 강조한 소통과 공개, 투명성 같은 단어보다 그로부터 불과 사흘 뒤에 벌어진 정두언 파동에서 목격한 '권위적 통치의 공포'가 훨씬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까닭이다. 일부 의원들은 "박근혜의 일방통행이 당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팀 버튼이 재구성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공포 통치의 세상이 그려진다. 절대 권력인 '붉은 여왕'의 주변에는 침묵하는 예스맨과 아첨꾼들만 넘쳐난다. 그들은 모두 흉물스런 귀, 축 쳐진 턱, 괴물처럼 튀어나온 이마를 가진 못난이들이다. 머리가 크고 못생겨서 싹튼 외모 콤플렉스가 공포 통치의 이유가 된 붉은 여왕 주변에서 동질감을 얻어 생존하려면 그럴 수밖에.

새누리당은 완벽한 '박근혜 월드'다. 일사불란한 충성경쟁,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풍토가 정두언 파동의 토양이다. 예스맨과 아첨꾼들이 차고 넘친다. 정치인 출신 대선후보에게 정당 운영은 국가 운영의 프리즘이다. 매일 박근혜 소식을 듣고 쓰는 정치부 기자들이 박 의원을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후보' 1위로 뽑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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