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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나”

[기고] <스포츠조선> 피해 여성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나

<조선일보>가 지난 11일자에 보도한 직장내 성희롱 기획취재와 관련해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기고 글을 보내왔다. 신 위원장은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가 지난 2003년 8월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에서 발생했던 성희롱 사건에 대비해 볼 때 진정성이 결여된 기획취재였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은 전국언론노조와 <조선일보><스포츠조선>이 당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였거나 또는 일부 소송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조선일보> 또는 <스포츠조선>의 반론이 있을 경우 이를 게재할 방침이다. 편집자주

***조선일보, 정녕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나**

여성들이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직장에서 그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성희롱과 여성차별이 여전함을 생생하게 보여준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보도는 시의 적절한 기획취재였다. 이런 보도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개인과 사회발전을 위해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에 무척이나 반갑고 환영할 만한 보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보도를 본 순간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조선일보가 성희롱과 여성차별 사례라고 소개한 것들과 너무나 흡사하거나, 훨씬 더 심각한 행태가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에서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의 일부 여성들은 간부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호소하며 해결책을 촉구하다가 동정은커녕 오히려 징계를 당했고, 또 그것을 빌미로 정리해고까지 당했다. 어디 그뿐인가. 이들 피해 여성들과 함께 싸우던 다른 조합원들도 무더기로 정리해고를 당한 상태다.

실제로 <스포츠조선>에서는 모 회사 간부가 한 여성 직원에게 회식자리에서 술을 권했고 이 여성이 임신 7개월째라고 말하자 “술은 뱃속에서부터 배워 나와야 한다”며 술을 강권한 사실이 있었다. 여성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사가 파견·임명한 하원 사장과 회사측은 지금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희롱 사태를 호도했고, 심지어 피해 여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이들과 함께 추운 길바닥에서 천막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스포츠조선지부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잔인함과 뻔뻔함을 보여주었다.

여기다가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을 “피의자 심문 하듯이” 다룬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는 성희롱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조선> 회사측 손을 들어주었다. 이것이 약자인 노동자를 위해서 존재하거나 설립된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의 현 주소이자 성희롱과 여성 차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다. 그 위원회에는 일간지 논설위원을 지낸 전직 여성 언론인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조선일보를 상징하는 특징 중의 하나인 ‘뻔뻔함’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으로 조선일보답다.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 티끌’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보도할 수 있을까?

***보도 진정성 높일 요량이면 ‘등잔 밑’부터 살펴라**

<스포츠조선>은 스포츠신문 4개사 중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하고, 누적흑자도 가장 많으며, 사옥과 토지 등 고정자산도 가장 많다. 그러나 <스포츠조선>은 신문시장과 광고시장의 침체를 틈 타 지난해 말 단행한 정리해고에서 해고통보 대상자 18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17명을 조합원에서 선택했다. 17명의 정리해고 대상 조합원 중 할 수 없이 2명은 1년 무급휴직을, 1명은 희망퇴직을 선택했고, 나머지 14명의 해고 조합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회사측이 이들 조합원들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회사 설립 뒤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는 사원평가를 실시한 것도 문제지만, 백번 양보해서 이는 정리해고 사업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회사측은 이들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포상을 받은 경우는 1백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반대로 징계를 받은 경우는 20점을 감점하는 비상식적인 기준까지 만들었다.

더군다나 정리해고 대상자와 다른 사원들의 심사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한 <스포츠조선> 회사 고위 관계자의 대답은 걸작이었다. 지난 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렸던 심문회의에서 이 관계자는 “그것은 스포츠조선의 경영기법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11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읽고 이 기사를 취재한 조선일보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성희롱과 성차별 사례를 수집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과 여성차별 사례를 직접 고발하거나 공개하는 용기를 갖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번 기획취재 보도의 진정성과 목적을 제대로 살리려면 멀리서 사례를 찾을 것이 아니었다.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에서 있었던 더욱 생생하고 처절한 사례를 보도하고 교훈을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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