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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원 의원, "의원들 장애인 인식 아직 문제 많아"

의원들 장애인 인식 조사 발표, "아직도 동정의식 차원"

"동료 의원들은 날 장애인 문제에만 관심 있는 의원으로 보더라."

1급 시각장애인으로 비례대표로 17대에 등원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4일 기자회견장을 찾아 장애인을 바라보는 동료 의원들에 대한 인식을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장애인인식바로잡기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17대 국회의원의 장애인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지도층인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인식은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여전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봐"**

17대 의원 가운데 1백96명을 직접 만나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55%인 1백11명만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법적인 명칭인 '장애인'으로 불렀다. '장애우'로 부르는 사람은 44%인 89명에 달했고, '장애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두명이나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를 가진 사람의 명칭은 '장애인'으로 돼 있다.

거리에서 장애인을 바라볼 때의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장애인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59.1%인 1백20명으로 가장 높게 조사됐지만, '마음이 아프다'는 응답이 48명(23.6%), '불편하겠다'는 응답이 32명(15.8%)으로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상당수 있었다. '나는 행복하다'는 응답도 3명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인식도 다른 장애인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적적 인식이 높았다. 장애인 국회의원의 영입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97명(47.8%)으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고, '장애인복지를 맡아줄 국회의원이 생겼다'는 응답은 58명(28.6%),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했구나'는 응답이 45명(22.2%)으로 조사됐다. '어떻게 대해야할지 다소 염려가 됐다'는 응답자도 3명이 있었다.

장애인 국회의원에 대한 느낌을 묻는 조사에선 '훌륭하다'는 응답이 69명(34.2%), '새 동료가 생겼다'는 응답이 60명(29.7%)로 조사됐지만, '도와줘야 하겠다'는 응답도 60명(29.7%)에 달했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는 응답은 13명으로 조사됐다.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선 '있다'는 응답이 26명(12.7%), '일에 도움이 된다면 장애는 상관없다'는 응답이 1백40명(68.6%)에 달했다. '차차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은 32명(15.7%), 없다는 응답은 3명(1.6%)에 달했다.

자녀가 장애인 배우자를 선택했을 때 어떻게 하겠나는 질문에선 '본인의 의사에 따른다'가 1백23명(60.9%)로 가장 높았지만, '솔직히 말리고 싶다'는 응답은 20명(9.9%)에 달했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59명(29.2%)이었다.

***정화원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제도개선보다 중요"**

정 의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나를 보는 동료의원들의 친절과 관심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아직도 내가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고백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폭넓은 문제를 다 다룰 수 있는 동료 국회의원으로 바라보기보다, '장애인의 일만 전문적으로 하고 그런 생각만 갖고 있지 않겠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사회의 인식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장애인에 대한 제도를 만드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인식이 달라지면 장애인들에 대한 한 단계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이번 조사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등원한 정 의원이 '장애인 차량의 LPG특소세 면제', '저상버스 의무 도입' 등 장애인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의정활동에 주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정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인식에 대해 "우선 내가 더 열심히 해야 되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된다"며 "초선이라서 주저한 측면이 있었는데, 앞으로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인기가수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씨도 "장애인식 바로잡기 조사는 첫 번째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했고, 연예인 2백50여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그 분들 역시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고 장애인에 대해 많이 알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보통 시민들과 별로 다른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장애인식바로잡기연구소에서 한국인의 장애인 인식도를 각 전문집단별로 조사한 것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첫 번째 조사는 2월임시국회 한달간 정 의원실과 공동으로 전체 2백95명의 의원들 가운데 1백96명을 대면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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