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최근 열린 예산결산기금심사위원회(위원장 이계진)에서 내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총회 행사에 모두 10억원의 국가예산을 지원키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같은 국회의 결정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지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광위 “한국 알리는 행사…10억원은 지원해야”**
문광위 소위원회인 예산결산기금심사위는 이달 초 열린 회의에서 세계신문협회 서울 총회에 문화관광부 예산 5억원과 방송발전기금 5억원을 합해 모두 1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애초 문광부는 서울총회 국고 지원규모로 2억5천6백만원을 상정했었다.
이와 관련해 이계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7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행사는 대외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또, 한국을 대표할 만한 행사라고 생각해 이같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앞서 한국신문협회에서 국고 지원규모의 증액을 요구하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규모는 국내에서 열린 언론관련 다른 국제행사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5년 열린 국제언론인협회(IPI) 서울총회에 8억원을 지원했고, 2001년 국제기자동맹(JFJ) 서울총회 때는 4억원을, 2002년 국제언론학회 서울총회에는 1억원, 같은 해 국제잡지동맹 아시아·태평양지역 잡지매체 서울대회에는 1억9천2백만원만을 지원했었다.
해당 부처인 문광부도 국회 문광위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미디어진흥과 한 관계자는 “정부가 2억5천6백만원을 책정했던 이유는 다른 국제행사에 들어간 필수 비용을 계산해 본 결과에서 나온 것이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들지만 최종 칼자루는 국회가 쥐고 있어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회원사에 특별회비 거둬 치러야” 비난 성명**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 현업단체들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7일 오후 관련 성명을 내어 “우리는 단지 세계신문협회가 박정희·전두환 정권시절 언론탄압 상황을 ‘언론자유가 신장되고 있다’고 판단했거나,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신문협회 서울총회는 어디까지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책임자로 있는 한국신문협회가 회원사들로부터 특별회비를 거둬 치러야 하는 행사이며, 그 비용은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조중동’ 등 거대 신문사들이 충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더군다나 이들 신문사들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 7백만원인 신문협회 회비도 내지 않고 있으면서 국민 혈세에 눈독을 들이려 하고 있다”며 “국회 문광위는 대폭 늘린 서울총회 관련 예산을 문광부가 제시한 수준으로 당장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 중견기자는 “거대신문사들만을 대변해온 신문협회 주최 국제행사에 모두 10억원의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되레 언론인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라며 “문광위가 정녕 이번 행사에 국고를 지원하고 싶다면 신문고시 위반으로 ‘조중동’에 부과된 21억원의 위약금을 받아내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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