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신문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석현·중앙일보 회장)가 소유지분 제한 등 신문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외국사례 연구 자료집을 만든 뒤 회원사들에게 배포,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협회 “현행 신문개혁 방향 위헌소지 높다”**
신문협회는 최근 발간한 <언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수단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시정 조치,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의 의무화 등은 위헌의 소지가 큰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자는 신문협회의 의뢰로 문재완 단국대 법학과 조교수가 작성했다.
연구서는 서론에서 “‘개혁의 목적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고 있는가의 문제”라며 “따라서 만약 신문시장의 독과점으로 언론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되더라도 정부는 그 해소를 명분으로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연구서는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 10개국의 신문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서는 결론에서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일부 일간지의 높은 시장점유율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점 구조를 깨려는 수단 역시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실제로 많은 국가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신문시장의 독과점화 현상이고, 이같은 언론의 집중화 속에서 각 국 정부는 신문을 포함한 언론의 다양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지는 않으며, 만약 이러한 수단이 법제화될 경우 위헌 시비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서는 이어 “이와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은 언론의 규제완화 조치”라며 신문·방송의 겸업 허용 등을 강조했다.
연구서는 또 시장점유율 제한과 관련해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을 통한 의견의 다양성 보호에 치중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었으며, 편집권 독립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개별 신문의 편집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정부 개입은 금기시된다”고 역설했다.
***일부 회원사 등 “‘조중동’ 보호협회인가” 반발**
그러나 신문협회의 이러한 연구책자 발간에 대해 일부 회원사들과 언론학계, 언론·시민단체들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전개”라며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신문협회 한 회원사 관계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신문개혁에 대해 신문협회가 전체 회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서를 발간한 것은 시기적으로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신문협회는 이러한 행동들이 신문협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다른 마이너신문사들에게 ‘무시’내지 ‘지나친 충성’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조 신문정책국장은 “문 교수의 연구는 여러 측면에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며 “실제로 문 교수는 각 국의 시장점유율을 수치화하면서 마치 한국의 ‘조중동’이 가진 시장점유율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폈으나 사실은 각 국의 경우 해당 신문기업이 발행하는 모든 매체들을 종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문 교수는 한편으로 언론·시민단체들이 보수신문만을 겨냥해 인위적으로 당장 점유율을 끌어내리자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지나친 착각”이라며 “엄밀히 말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문법상의 점유율 제한은 과점신문의 경우 시장 질서를 해치게 되면 가중처벌하자는 것이고, 만약 진보적인 논조의 신문이 과점신문일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결국 문 교수의 주장은 자율개혁론에 입각해 언론개혁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만 방법론적으로 법제화를 통한 정책적 접근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입장이라면 예컨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유지분 분산문제와 관련해 언론사주의 지분 제한을 재산권 침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그 취지와 배경이 언론내부의 편집 간섭 금지, 편집자율성 확보와 연관된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법제화를 대신할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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