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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건설족' 위해 방송위 공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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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건설족' 위해 방송위 공격하나

[기자의 눈] 재허가 탈락 민방 절반 건설사 소유, 방송 인수뒤 급성장

한나라당이 민영방송사들의 '수호천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고흥길 박형준 이계진 정병국 주호영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민영방송장악음모 진상조사단'은 지난 16일 오후 방송위원회를 방문, 최근 있었던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과정에 이른바 '코드심사'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의원들은 그 근거로 "열린우리당이 방송개혁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소유·경영의 분리'가 평가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예전 같았으면 국회의원들의 방문에 전전긍긍했을 방송위는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성유보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1시간여 동안의 면담 내내 의원들과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면담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위는 심사가 종료되면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기준 등 심사경위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굳이 5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정기국회 회기 중에 방송위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성과물이었다.

***정치적 독립성 보장받아야 된다더니…**

한나라당은 방송위가 지난 14일 5개 민영방송사를 포함해 모두 9개 지상파방송사를 재허가 2차 의견청취대상자로 선정하자 곧바로 "정권차원의 방송장악 공작"이라고 몰아세웠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세는 안팎으로부터 '소유·경영 분리' 요구에 직면한 'SBS 구하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언론개혁국민행동과 국회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가 5회 연속으로 열었던 언론개혁 국민대토론회에서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한 예로 한나라당 미디어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고, 방송위원들 또한 정치적 견해를 떠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박탈돼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들이 말해온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 이들 의원들은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쟁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음모'를 들고 방송위에 몰려갔다. SBS를 관리·감독해야할 방송위는 그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나라, 왜 지배주주 사익 챙기기 외면하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득이 방송위를 찾아가야 했다면 정작 문제삼아야 할 내용은 따로 있었다는 게 방송전문가들의 다수의견이다. 민영방송사 지배주주들이 공공재인 지상파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또한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왜 그동안 방송위가 묵인해왔는가를 따져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2차 의견청취대상자로 선정된 SBS, 경인방송(iTV), 강원방송(GTB)의 경우만 보아도 이런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SBS가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주된 이유는 △지역사회 발전 기여실적 미흡 △지역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부족 △방송수익의 사회 환원 계획 미흡 △방송의 공적책임, 공공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미흡 등이다.

SBS는 지난 90년 개국 이후 현재까지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공공재인 지상파를 활용해 큰 돈을 벌었으니 방송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해 수익의 환원은 당연한 것임에도 현실은 주주사들의 잇속 챙기기가 우선시 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윤세영 현 회장은 아들인 윤석민 씨에게 방송사를 물려주려 해 '방송세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인방송과 강원방송은 지배주주들의 '사익 챙기기' 논란 때문에 현재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1천억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인방송의 지배주주인 (주)동양제철화학은 사옥과 토지 임대료로 3백여억원을 거둬간 상태며, 여기에다가 방송을 이용해 수천억원대의 이권 사업을 진행중이라는 의혹의 눈길도 받고 있다.

강원방송의 지배주주인 건설회사 (주)대양은 방송사를 소유한 뒤 불과 3년도 채 못돼 도내건설 도급순위 6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건설회사들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강원방송뿐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송사가 바로 SBS이고, 이밖에도 청주방송과 제주방송이 각각 (주)두진과 (주)유성건설 소유다. 광주방송은 (주)송촌건설이 지배주주였으나 최근 (주)럭키산업으로 바뀌었다.

요컨대 이른바 '건설족'이 민영방송들을 대거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설사들이 뻔히 적자를 볼 줄 알면서도 지방신문을 대거 창간해 언론계에 뛰어들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철옹성 지배구조**

민영방송사들의 경우 특정기업들의 소유 집중 현상도 심각하다.

SBS의 지배주주인 (주)태영은 전국 4개 민영방송사 출자총액의 26.69%(4백64억원 상당)를 점유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SBS의 2대 주주사인 (주)귀뚜라미보일러와 그 계열사들은 대구방송(최대주주)과 전주방송(2대 주주)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주)대한제분은 SBS 주식 이외에도 강원민방과 경인방송 등에 수억원대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결국 SBS를 통해 돈을 벌어들인 기업들이 또다른 민영방송사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식으로 공공재인 지상파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누구를 위해 방송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는지, 이제 국민들도 정확히 실상을 알 때가 됐다.

참고로 민영방송사 지배주주 및 보유지분 현황은 다음과 같다.

SBS (주)태영 30%
강원방송 (주)대양 30%
경인방송 (주)동양제철화학 22.93%
광주방송 (주)럭키산업 27.54%
대구방송 (주)귀뚜라미보일러 30%
대전방송 (주)우성사료 30%
부산방송 (주)넥센타이어, 넥센 30%
울산방송 (주)금강고려화학 30%
전주방송 (주)일진전기 30%
제주방송 (주)유성건설 22%
청주방송 (주)두진공영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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