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지상파방송 재허 심사에 결국 ‘칼’을 빼 들었다. 방송위는 애초 지난 2001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재허가 심사과정을 서류전형으로 끝낼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언론·시민단체의 심사강화 요구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질타가 잇따르자 모두 9개 지상파방송사를 2차 의견청취대상으로 선정했다.
***방송위, 심사강화 요구 잇따르자 ‘강수’ 선회**
성유보 방송위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장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위원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42개 사업자 5백6개 방송국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벌인 결과 KBS MBC SBS 등 9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2차 의견청취를 한 뒤 청문회를 통해 재허가 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견청취란, 서류심사만으로 평가가 어려운 사항과 운영실적·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절차로 대상자는 심사위원회 회의에서 선정된다.
방송위는 구체적으로 KBS의 경우 청주-부산지역국 자체편성비율 저조와 감사원의 퇴직금 가산누진제폐지 권고 미이행 등을 지적했다.
대전MBC는 △협찬고지운영의 부적정 △공영방송에 합당하지 않은 조직과 인력운영 계획 △사업운영 기본방향 부재를 문제 삼았다. 춘천MBC도 사업계획서의 총체적 부실과 사업운영의 기본방향 부재가 지적됐다.
SBS는 △지역사회 발전 기여실적 미흡 △지역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부족 △방송수익의 사회 환원 계획 미흡 △방송의 공적책임, 공공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미흡 등으로 2차 의견청취 대상자로 선정됐다.
민영방송사인 경인방송(iTV)은 1천억원의 누적적자 등 재무구조 개선 미흡, 허가 당시 출연금 미납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원민방은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 소유제한 위반, 방송사 개설 이후 3년 이내 주식변동금지기간 중 주식이동 및 소유 경영 분리 미흡 등 '허가조건 위반'이 지적돼, 재허가 거부가 가능할 정도로 위반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청주방송은 2001년 재허가 추천시 제출한 이행계획에 의한 실적이 미흡하고 허가 당시의 방송발전 출연금 미납이 지적됐다. 울산방송·전주방송 역시 출연금 미납으로 2차 의견청취 대상이 됐다.
성유보 심사위원장은 “추석 등을 감안해 10월 초쯤 대상자들을 상대로 2차 의견청취를 들은 뒤 조건부 허가나 재허가 거부 등이 판단되면 방송위 전체 회의에 의견을 올릴 계획”이라며 “방송위는 이번 기회에 재허가 거부라는 쉽게 휘두를 수 없는 엄청난 칼 이외에 다음 장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로에 선 민영방송사들, 내부 투쟁 가속화될 듯**
방송위의 이번 2차 의견청취대상자 선정은 지적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공영방송사들보다 민영방송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방송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SBS, 경인방송(iTV), 강원민방 등 3개 민영방송사들의 사영화 반대 움직임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SBS의 경우 방송위가 지적한 내용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현재 노사간에 진행하고 있는 ‘방송독립 교섭’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평가다.
SBS노조(위원장 민성기)는 지난달 초부터 △사외이사 노조 추천제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 구성 △본부장 중간평가제 △보직국장 임명동의제 △프로그램 자문위원단 위촉 △인사고과 평가제 개정 △인력증원을 위한 외부 컨설팅 의뢰 △방송윤리강령 개정 △노조 전임자 확충 △방송편성규약 개정 △노사 공정방송협의회 활성화 △시청률로부터 보도·교양프로그램의 독립 △방송보도준칙·선거방송준칙 개정 △프로그램 공익지수 개정·실용화 등 모두 14개 개혁과제를 내걸고 회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경인방송(iTV)은 지난 10일 노조측이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주)을 상대로 하는 투쟁출정식을 가지면서 공익적 민영방송으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경인방송지부(위원장 이훈기)는 이날 투쟁선언문을 통해 △개국 당시 사업계획서에 명시했던 50억원 규모의 비영리재단 즉각 설립 △방송위로부터 매각명령이 내려진 우선주의 빠른 처리와 비영리재단 출연 △경인방송 사옥과 토지 등을 비영리재단에 출연하고 그동안 받아간 임대료 2백50억원 반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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