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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大阪府) 보조금 정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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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大阪府) 보조금 정지 문제

[기고] 日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왕따' 된 조선학교

"억지가 통하면 도리가 물러난다."

일본에서 재일한국인들이 민족교육을 수십 년 동안 일본 정부와의 대립과 긴장 속에서도 어렵게 지켜오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일본 정부는 전체 고등학생에 대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일한국인의 민족교육의 산실인 조선 고급학교에 대한 '무상화' 실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태도는 이 격언의 전형적인 예로서 후세에 기록될 것이다.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은 가정 형편과는 상관없이 학습 의지를 가진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립 고등학교의 학비를 징수하지 않으며,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공립 고등학교 학비에 상당하는 금액의 취학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민주당 정권의 주요 정책 중의 하나이다. 2010년 4월 소위 '고교무상화'법이 제정된 이래 이미 33개교의 외국인 학교의 학생들도 취학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독 조선 고급학교에만 정치적인 이유로 법적으로 별도 취급하고, 더욱이 '부작위'로 지급을 연기하는 행정 측의 공공연한 '왕따'와 '따돌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왕따'와 '따돌림' 이상으로 악질적인 것은 지난해에 갑자기 오사카부(大阪府)가 조선 고급학교에 대해 그때까지 지급해 오던 보조금을 정지한 문제이다. 그리고 오사카부와 같은 조치가 지금 도쿄도(東京都)를 비롯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오사카부는 1991년 '오사카부 사립외국인학교 진흥보조금' 제도를 창설하였는데, 조선학교도 보조 대상에 포함되었다. 2009년도 조선 초·중·고급학교 10개교에 대한 교부 금액은 총 1억2099만 엔이었다. 그런데, 2010년도에 당시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 오사카부지사가 조선학교에 대해 일방적으로 소위 4요건(후술)을 교부 조건으로 제시하고,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이하 오사카조고)가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이유로 보조금 교부를 정지한 것이다. 이 외에 오사카부에서는 일본 정부의 '무상화' 정책과 보조를 맞춰 발족시킨 '사립 고등학교 등 수업료 지원보조금'까지 오사카조고 학부모에게만 동결시켜 버렸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는가? 이 문제의 경위를 간단히 되짚어 보겠다.

▲ 한 조선 초급학교 공개 수업 현장. 오사카부 내에 현재 10개 조선 초·중·고급학교에 1600명의 학생이 있다. ⓒ후지나가 다케시

하시모토 지사의 '4요건' 제시

사태의 단초는 2009년 12월, 당시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 장관이 무상화 제도에서 조선 고급학교를 제외하도록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건의한 것이다. 정권 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2010년 3월 하시모토 지사는 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의 보조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시모토는 3월 2일 고교 무상화 문제에 대해 조선총련과 "조선학교의 관계를 확인해 '오사카'부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면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며, 무상화가 실시될 경우에도 "'오사카'부가 독자적으로 조성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할 것을 검토할 생각"임을 시사했다. 3월 3일에는 "북한이라는 국가는 폭력단과 기본적으로 같다", "'북한과' 관계된 학교나 시설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본인이 직접 오사카조고를 시찰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리고 3월 10일에는 "교실에 불법국가 지도자의 초상화를 내건 학교라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초상화를 교실에 걸었느냐를 확인하겠다는 의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렇게 해서 3월 12일, 하시모토 지사는 오사카조고와 이쿠노(生野) 조선 초급학교를 시찰한 자리에서 오사카부가 독자적으로 보조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소위 4요건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①일본의 학습지도요령에 준한 교육활동을 할 것, ②학교의 재무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것, ③특정 정치단체(=조선총련)와 일선을 그을 것, ④특정 정치지도자의 초상화를 교실에 걸지 말 것 등이었다.

한편, 오사카부가 2010년 5월에 설치한 전문가모임(워킹그룹)은 9월 22일 하시모토 지사에게 16항목의 제언을 제출했다. 그 골자는 ①교과서에서 특정 정치지도자에 대한 경칭 사용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다른 견해가 있는 역사적 사상(事象)에 대해서는 양론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독립성 향상을 위한 대처로 재무정보 공개 등의 투명화를 도모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한 학교운영에 노력해야 한다 등이었다. 교육 내용에까지 파고든 오사카부 전문가모임의 이 같은 '제언'은 하시모토 지사의 4요건을 추인한 위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는 기능을 담당했다고 하겠다. 오사카의 조선 초·중·고급학교의 운영 모체인 학교법인 오사카 조선학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그 후 무상화 적용과 오사카부 보조금의 지속적인 지급을 목표로 오사카부 당국과 4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보조금 정지와 새로운 조건

이렇게 해서 2010년도가 저물면서 2011년 3월 8일에 오사카 조선학원은 4요건에 대한 회답서를 오사카부에 제출했다. 요지는 ①조선총련 등의 지원을 받겠지만 조선학원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②초상화에 대해서는 우리들의 심정과 관련된 우리들 자신이 결론을 낼 문제이다, ③견해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양론을 병기한다, ④학원 홈페이지에 재무상황을 공개한다 등이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지사는 오사카 조선학원 측이 오사카조고의 초상화를 뗀다는 결단을 하지 않은 것 등을 문제 삼아, 오사카조고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3월 23일 조선학원이 오사카부에 '독립성 향상을 위한 기본방침'을 제출함으로, 교실에 초상화가 없는 초·중급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또 이때, 하시모토 지사는 다음 2011년도에도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9월 정례 오사카부의회에서 보정예산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4월 10일의 통일 지방선거 결과, 하시모토 지사가 대표로 있는 지방정당 '오사카유신회'가 오사카부의회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오사카부의회 교육상임위원회(위원 14명 중 7명이 '오사카유신회' 소속)에서 10월 11, 13, 17일 보정예산에 관한 심의가 있었다. 거기서 '오사카유신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초상화를 교실뿐 아니라 교직원실(학교 전체)에서도 떼어야 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초·중급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반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사카부의회에서 보조금 지급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조건의 설정이 논의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하시모토 지사는 오사카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오사카 부지사를 사임하고 11월 27일에 오사카 부지사와 오사카 시장의 더블선거(이중선거)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하시모토는 오사카 시장에 당선되었고, 오사카 부지사에는 같은 '오사카유신회'의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가 당선됐다.

마쓰이 지사 밑에서 재개된 오사카부의회에서 '오사카유신회'의 일부 의원들은 집요하게 조선 초·중급학교 교직원실에 초상화가 걸려 있는 점 등을 공격했다. 그 결과, 12월 21일의 오사카부의회 본회의에서 교직원실에 초상화가 걸려 있지 않은 초급학교 1개교에만 보조금을 교부하고, 다른 초·중급학교 8개교에 대한 보조금은 교부하지 않는다는 보정예산안을 가결한 것이다.

▲ 조선 고급학교에 대한 '무상화' 실시와 오사카부 보조금 부활을 위해 지난달 1일 변호사와 오사카 각지 일본인들의 조선학교 후원 모임들 그리고 조선학교 관계자 등 3자가 모여 '조선 고급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연락회·오사카'를 결성했다. ⓒ후지나가 다케시

보조금 부활을 요구하며

그런데 올해 3월 9일, 오사카 조선학원은 초·중급학교 교직원실의 초상화를 떼고 8개교 분의 보조금을 오사카부에 신청했다(1개교는 학생 수가 보조 대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신청하지 못함). 이에 마쓰이 지사는 12일, 2011년도 보조금으로 7개교 분 약 7300만 엔을 추가하는 보정예산안을 개회 중인 오사카부의회에 제출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보조금 교부를 저지하려는 정치세력은 조선학교 학생이 올해 1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후계자를 찬양하는 가극에 출연한 것 등을 들어 보조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위 4요건 중에서 '특정 정치단체=조선총련'과는 일선을 긋는다는 항목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인데, 조선 초·중급학교 측이 교직원실의 초상화를 치운 뒤에, 새롭게 이러한 논의를 제기하는 것은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새로운 장애물을 설정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마쓰이 지사는 3월 19일, 조선학원 측이 이번의 북한 방문이 조선총련의 행사가 아니라는 증거서류(안내장 등)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조금의 지급을 중지했다. 그리고 22일, 설상가상으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오사카부의 결정에 맞춘다며, 3월 말까지 지불할 예정이던 오사카 시내 조선 초·중급학교 8개교에 대한 2011년도 보조금 약 2700만 엔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부 정치세력은 '납치 문제'를 방패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선전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자칫하면 유린되기 쉬운 마이너리티의 민족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재일한국인의 민족교육은 과거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도 일본의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진흥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당대의 정치권력이 교육 내용에 간섭하는 전례를 만든다면 문제는 조선학교에만 머무르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학교의 무상화 실현, 보조금 부활을 요구하는 운동은 일본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도 결단코 물러날 수 없는 투쟁일 것이다.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일본 오사카산업대 교수) 교수는 일본 내 한국학 연구에 있어서 대표적인 중진학자이다. 한국에 연구생으로 서울대에서 연구하던 중 "1932년 제주도 해녀투쟁" 논문을 발표했고, 1980년대 말 역사문제연구소 주최 세미나 등에 참가하면서 한국 연구자들과 교류를 넓혀 나갔다. 일본에 돌아간 후 많은 한국 현대사 관련 연구를 발표하였고, 대표적인 저서로는 <日本の植民地支配 : 肯定·贊美論を檢證する>(공저, 東京 : 岩波書店, 200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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