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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무상화를 외면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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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무상화를 외면하는 일본

[기고] 인터휴먼의 동아시아시민문화운동

일본 땅에는 동포들이 산다. 재일동포는 일제식민지시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서 대부분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돌아올 고향도 없어 조국으로 못 돌아오고 일본에 남은 조선인이 되었다. 이들은 조국이 없는 식민지 종주국에 살면서 스스로를 조선인이라 불러왔다. 패전국 일본과 미군정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선학교를 세워 67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누가 뭐라 해도 전후 일본에서 조선학교는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지켜낸 곳이고 재일동포사회 커뮤니티의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지난 해 말의 동경 개인전을 마무리하고 이 조선학교 무상화 시위현장부터 방문한 것이다.

2012년 3월1일 오후 3시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는 일본인들이 주도하는 조선학교 무상화 시위가 있었다. 이 시위는 놀랍게도 재일동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전국에 329시민단체가 참여하는 <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전일본 연락회 > 일본시민들의 시위였다. 이들은 각각의 시민모임들 이름들을 담은 헝겊을 기워서 플랜카드를 만들어 일본 문부과학성을 빙 둘러섰다.

▲ 2012년 3월1일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조선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329개 일인 시민모임들의 전국연대 <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전일본 연락회 >
ⓒ프레시안
"조선학교 무상화 실시하라" 이들의 일본정부를 향한 외침은 간결하다.

일본에는 2010년부터 전 일본고교도 의무교육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교교육 무상화 실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조선고등학교만은 무상화에서 배제한 것이다. 일본 전국에는 10개의 조선고등학교가 아직 살아 남아 있으나 배제되었다. 일본 공립학교는 학생 1인당 년간 100만엔, 사립학교는 30만엔을 지원한다. 외국인학교로 화교인, 미국인, 브라질인 학교가 있는데 여기 학생들에겐 1인당 월 1만엔 씩 이미 지급하고 있다.(사노 미치오 佐野通夫 호센대학 교수) 모든 고등학교에는 지원금이 가고 있는데 조선학교만 뺀 것이다.

조선학교 차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그냥 차별을 놓아 두었다가는 조선학교가 모두 괴멸하고 만다. 오죽하면 유엔 유네스코 대사도 조선학교 의무교육 배제는 인권침해이고 인종차별이라고 말 할까. 일본 국가의 인권침해는 동아시아의 전쟁범죄 역사와 관련 있다. 이 파렴치한 과거사는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인권차별문제의 하나로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에 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인권 없이는 진정한 평화는 없다.

2012년 3월1일 시위는 전례가 드물게 전국의 시민사회 일인들이 주도한 것이다. 전직 학교교사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모임, 한글사랑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모임, 노조 등 다양한 시민모임들이 합류하여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연대행동을 보였으니 이들은 한결같이 다문화공생의 일본사회를 희망한다. 성숙한 일본사회를 위해서는 일본이 자국 내 소수민족의 문화와도 공존하는 교육을 해야 하며 특히 조선학교는 일제침략으로 강제징용으로 남게 된 조선인들로 후손에 대한 전후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는 문제로도 인식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양식 있는 시민이라면 다 같은 생각이다.

나 역시 일본시민의 의로운 행동에 감동하며 시위에 동참하였다. 그런데 길 건너에서는 우익단체가 이 소식을 미리 알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다. "불법이민 온 조선인은 당장 떠나라" "일본인 납치한 북조선으로 가라" 이들은 재일동포의 조선학교를 북한이 사주하고 지원한다며 예전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무상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우익은 일본제국주의가 침략전쟁의 죄를 아직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들에게도 동아시아의 침략전쟁에 대하여 물으면 아마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다.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대 당시로서는 우리 일본은 어쩔 수 없었다. 먹히느냐 먹느냐의 세계대전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우리는 대륙진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우파 지식인들이 자주 들먹이는 일본역사에 대한 괴변이다. 아시아의 침략전쟁을 미화면서 세계평화의 상징인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으려는 일본이다. 일본은 인권 문제, 전후배상 문제, 역사적 진실문제 등을 외면하고 국제사회에 지도적 국가가 되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 3월1일 고교무상화 조선학교 배제 일인시민시위 길 건너편에서 일본 우익단체가 배제에 찬성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문화과학성 담담 책임자 면담에서 <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전일본 연락회 >(대표 하세가와 가쯔오)는 먼저 요구사항을 이야기하였다. "조선학교 무상화 排除는 인권문제로 조선학교를 다른 외국인학교에 준하여 즉시 무상화를 하라"고 요청하였다. 나에게도 발언을 청하였다. "일본은 일제 시민지 침략을 교육시키지 않고 일제침략을 미화하기에 급급하지만 침략 당했던 아시아 민중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번 조선학교 무상화는 일본의 전쟁과오에 대해 아직도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다는 증거로 아시아인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이고 민족차별 문제다." 라고 말했다.

문부과학성 책임자는 겉으로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우리도 애쓰고 있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언제 결정될지 말할 수 없다." 고만 말했다. 그 이상 시원한 답변이 없다. 교육무상화 정책위원인 사노 미치오 교수는 이런 답변은 의전적 발언으로 '못 하겠다'와 같다는 말이란다. 일본 민주당 정부도 자민당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은 집권초기 이미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바 있으나 의원간에 정치적 입장이 다양하다며 결정을 미루다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현 수상은 일본 우익의 여론을 의식해서 조선학교 무상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종 결정은 문부과학성이 아니라 노다 수상에게 있었다.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의 시민들은 요요기 공원에서 재일조선학교 학부모회가 펼치는 집회로 전철을 타고 찾아갔다. 밤 7시부터 여기서는 조선동포(한인동포)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들, 그리고 일본시민들이 약 700명 가량 모여서 일본의 무상화 배제정책을 성토하였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올라가 연설을 하였는데 어느 학부모의 말이 주목된다. "조선학교가 반일교육을 해서 지원할 수 없다고 정부는 말하는데 반일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조선학교가 아니라 문부과학성이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은 절반이 남측 국적을 가진 가정의 학생들이고 절반이 북측, 소수가 일본 국적 가정의 자녀들이다. 일본 우익들이 주장하듯이 전부 북측을 조국으로 따르는 가정의 학생들도 아니다. 조선학교 대부분은 학부형들의 반대로 이미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부담이 된다고 하여 교실에서 내려졌다. 조선학교는 남북 일방을 지지한다기보다 조국이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선학교 교정 내 포스터에는 남북 양측이 합의한 6.15공동성명을 자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남북분단의 최대 피해자는 식민지종주국에서 아직도 어느 나라로부터도 국민적 보호를 못 받고 사는 사람들이 일본의 조선인이다. 일본의 조선인은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식민지종주국에서 일본사회에선 이지메 당하는 소수민족으로, 한국으로부터는 '버려진 민족'(棄民)으로 아직도 살고 있다.
우리겨레의 조국분단의 아픔은 일본에서도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조선인은 3,4,5세로 갈수록 겨레문화와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 일본을 떠나던지 아니면 일본국민으로 귀화하기를 강요당한다. 조선학교를 나온 청년들은 일본 기업에 취직도 안되고 일본사회에서 평생 이지메를 당하며 산다. 그래서 대부분 자영업자가 되거나 3D 업종에 종사한다.

가난한집은 학비가 비싼 조선학교조차 보내기 힘들게 되었다. 가난한 집 학생들은 겨레문화와 말을 배울 기회마저 잃는 것이다. 남쪽 정부가 조선학교를 외면한 결과 일본 속의 한 겨레 인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때로는 이념보다 진하다. 우리는 소련 소비에트의 붕괴 이후 다시 민족국가로 분리독립운동이 일어난 현실을 지켜보았다. 동포는 혈연적 동질성만으로 동포가 아니다. 문화의 동질성을 가져야 소통과 이해가 남다른 동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선물하려고 공황 면세점 화장품가게에 들렀다. 점원들이 말을 건네는데 우리말을 하는 것이다. 반가워서 어디서 우리말을 배웠냐고 물으니 조선학교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이 점포에만 직원의 절반이 조선학교 출신 동포들이란다. 조선학교의 겨레말 겨레문화의 교육은 지금은 특별한 것 같지만 취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만일 유라시아 대륙의 길이 열려 일본, 부산을 거쳐 동해안 루트를 타고 북측 함흥과 두만강하류 회령을 거쳐 연해주 핫산, 그리고 우스리크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아무르 강변을 타고 치타, 브리야트, 이르쿠츠크, 튜바, 알타이, 우랄을 거쳐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 암스트레담 런던으로 이어지는 대륙의 물류유통과 인류교류가 이어진다면! 고려인과 조선인의 겨레말과 겨레문화는 한민족적의 유라시아길잡이의 큰 인적자원이 될 것이다. 유라시아대륙의 길이 멀지 않아 열릴 것이다.

유라시아 길의 다문화 공생을 이해하고 활약할 수 있는 동포로는 아시아에서 다문화공생의 삶을 살아 온 일본의 조선인과 러시아의 고려인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귀국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 할 수 있었다. 만일 일본에 67년의 조선학교 전통이 없었다면 한인 3세4세는 우리말 우리글도 모르고 살 것이고 일본에서 겨레문화는 사라졌을 것이다. 한국은 박정희 정권이래 일본의 동포를 버리는 기민정책을 했으니 일본의 '조선동포'는 섭섭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조국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통일조국이 되기만을 바란다.

이제 한국인들은 재일동포를 이념의 색 안경으로 가리지 말고 크게 손잡고 가야하고 일본시민사회인으로도 공생하도록 도와야 한다. 내가 만난 일본시민들은 동아시아 친선우호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류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고 조선학교가 우리겨레문화를 일본에 뿌리 내려온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정부는 더 이상 낡은 이념의 편가르기로 조선학교를 방치해 둘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가 우투로 교민지역 토지매입운동을 도와서 우투로 동포에 희망을 주었듯이 재일동포의 미래가 걸린 조선학교를 외교적으로도 풀어야 하고 직접 지원방안도 찾아야 한다.

조선학교도 변하고 있다. 조선학교는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재일동포 우리말 우리글의 산실) 또 다른 한류문화의 산실이다. 대중상업문화의 물량공세로 펼치는 한류와 다르게 일본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용한 한류'가 있었다. 인권평화와 동아시아 다문화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인권차별을 반대하는 성숙한 일본시민의 한류인 것이다. 동아시아인들의 친선우호를 바라는 東流이기도 하다. 일본의 성숙한 시민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동아시아 평화에 희망이 되는 삯은 동아시아 시민의 친선연대 정신에 있었다.

일본과 한국은 유엔 상임이사국 지위를 노리거나 국제회의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등 국가관료들 끼리의 목표에만 급급하지 말고 먼저 동아시아의 성숙한 시민사회를 조성하기를 바란다. 국가는 양국 시민들의 자발적 '세계시민'의식의 성장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선학교 의무교육 차별을 철폐하라는 시민운동을 참관하면서 동아시아평화의 진정한 희망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국가이념이 쳐 논 프레임에 갇힌 인터내셔날이 아니라 시민의 직접교류인 인터휴먼, 인터로칼의 시민문화야말로 동아시아 평화의 희망길이다.

▲일본에는 또 다른 한류가 불고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밑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우리우리'같은 모임이 많다. 이들은 동아시아 친선우호가 전면화되는 동아시아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화가인 나는 내가 공부한 시서화가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전통이고 공감하는 매체임을 확인하였다. 나의 목판화와 서예가 이번 일본시민과의 문화 나눔과 시위현장에도 유용하였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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