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의 ‘탄핵방송’ 보고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그동안 언론학계를 대표해온 단체들이 ‘탄핵방송’ 보고서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데 이어 언론·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보고서 내용을 맹비난했다.
***언론학계 “일부 언론, 보고서 ‘침소봉대’ 말라”**
한국방송학회(회장 김재범),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김남석)는 15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보고서 공개 뒤 일부 언론이 보이고 있는 보도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감을 표출했다.
이들 두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언론학회 보고서는 연구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이론적 틀과 학문적 소양에 근거해 도출해낸 하나의 연구결과물일 뿐”이라며 “따라서 일부 언론이 언론학회의 연구결과물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보도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문적 연구결과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재단해서 과장보도 하는 것은 언론의 바른 보도태도가 아니다”라며 “방송보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양한 세계관과 학문적·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또 탄핵보도 관련 공정성 문제도 학자들 사이의 논쟁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언론은 성숙한 토론을 위해 선정적 보도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 언론정보학회장은 “공정성 문제에 대한 연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엄밀히 말해 이번 보고서보다 좀더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연구해온 이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번 보고서는 짧은 기간에 많은 자료를 분석해 냈다는 점에서는 ‘노작’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는 하나의 견해일 뿐 전체 학계의 입장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재범 방송학회장은 “보고서의 언론 유출 경위와 관련해 애초 연구를 의뢰했던 방송위원회측은 ‘관례적인 참고자료의 개방에 불과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방송위가 이렇듯 소홀히 다뤘다는 것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만약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유출한 것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방송심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방송위가 비슷한 유형의 연구보고서를 의뢰해올 경우 이를 일절 거절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이번 보고서의 작성에 참여했던 연구진을 초청해 토론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언론·시민단체 “보고서 파문 원인 제공한 ‘방송위 개혁’부터”**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민중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년 동안 일련의 ‘편파심의’ 의혹에 이어 또다시 탄핵방송 심의과정에서 심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방송위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들은 이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이와 함께 방송위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투철하며 중립적인 인사들로 새로이 심의위를 구성해 탄핵방송에 대한 공정한 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보고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게 앞서 먼저, 이번 파문의 원인을 제공한 방송위의 무책임함과 무소신은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정당 추천제에 따라 자리를 나눠 갖는 방송위 구성의 문제점을 개혁해 내지 못한다면 방송은 언제나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보고서는 87년 6월 항쟁의 맥을 계승했던 촛불시위를 정치적인 행위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움을 넘어 참담함까지 안겨주고 있다”며 “이는 방송위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정치적 논리에 깊게 개입돼 있다는 반증인 만큼 방송개혁 차원에서 먼저 방송위 개혁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은 “언론학회는 스스로의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한겨레신문과 공영방송을 권력의 대리인으로 간주한 뒤 이에 부합하는 근거를 찾고자 이번 탄핵방송을 분석하고 있다”며 “편향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시작된 연구에 대해 언론학회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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