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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조, '본령'으로 좀더 다가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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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조, '본령'으로 좀더 다가가야

[기자의 눈] 최근 노조의 내부 비판을 주시하며

어느 때부터인가 매주 금요일이 되면 조선일보 노동조합 사이트를 찾는 것이 일과가 됐다. 올해 들어 조선일보 내부를 비판하는 노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내부, 변화의 움직임 일고 있나**

사실 이러한 움직임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티조선일보운동’이 일어날 즈음만 해도 조선일보 노조 또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회사측과 사주를 대변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당시를 두고 이른바 언론개혁 진영에서는 “더 이상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단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해가 거듭될수록 조선일보 노조의 내부비판 논조는 강화됐다. 아마도 안팎의 사정(정권교체와 안티조선운동의 활성화)이 현재와 같지 않았다면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올해로 16대를 맞은 조선일보 노조는 이전 노조 집행부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그렇게 외쳐대던 ‘개혁 요구’에 대해 서서히 내부 구성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징조가 눈에 띈다.

지난 23일 발행된 조선일보노조 기관지 <조선노보>의 1면 글도 그러했다. 여간해서는 노보에 글을 쓰지 않는 정치부 중간간부인 차장대우가, 그것도 지난 총선 기간 동안 발행된 자사 정치기사 가운데 일부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고백’의 글을 실었다.

김창균 정치부 차장대우는 이 글에서 “이번 총선 기간 중 어느 날 가판 1, 3면에 나간 기사에 대해 한 후배가 다가와 ‘이건 좀 지나칩니다’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래서 나판(시내판이 나오기 직전의 판)이 나올 때까지 사회부 정치부 편집부 10여명의 후배들에게 견해를 물었다. 한결같이 ‘지나치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의견은 부장과 국장에게 전달됐고, 꼭 그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내판에선 2면으로 통폐합됐다. 전 그날 ‘대다수 후배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 말을 않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위기’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15년 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서 회사를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던 (노조) 초대 집행부들은 지금 논설위원이다. 그때 아슬아슬한 수위의 노보 기사를 쓰고 만평을 그렸던 장본인들이 정치부장, 사회부장이다. 적어도 귀를 막고 있는 선배들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부장들이 어려우면 저 같은 중간다리도 있다. 왜 시도도 안 해보고 말문을 닫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노조 사무실 벽의 ‘그 모습’ 찾길…**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상훈 사장이 내부 헤게모니를 틀어쥐기 위해 젊은 기자들을 이용하고 있다”거나 “이름만 ‘젊은 기자’일뿐 논리는 수구기득권의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프레시안이 지난 17일자에서 조선일보 젊은 사원들의 모임인 ‘주니어보드’(사내 명예이사제의 일종)가 방상훈 사장을 만나 “일부 지면에서 편향된 정치기사와 사설․칼럼이 있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고 보도하자, 네티즌들은 조선일보 구성원들이 기껏 ‘일부 지면’에서만 문제를 찾은 것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보였다. 반면에 조선일보 경영층은 "일부의 건설적 제안을 프레시안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선일보 노조도 경영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21일 노보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총선보도 평가 토론회에서 “밖에서 볼 때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목이 있었고, 일부 기사의 비중 판단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보도 내용에 있어서는 사실왜곡 등 결정적인 문제는 없었다는 데 대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조선일보 노조는 국내 신문·방송사 노조 가운데 유일하게 매주 노보를 발간하고 있다.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처럼 비판적인 논조의 노보를 내는 것 또한 경쟁지 노조들이 노보인지, 아니면 사보인지 분간하기 힘든 기관지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 둘 것이 있다. 회사의 사주 또는 최고경영진과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는 노조 집행부가 여전히 주눅들어있고, 수세적인 모습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사무실 벽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대형 사진에 강한 인상을 받곤 한다. 조선일보노조는 지난 88년 10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보다 한 달여 앞서 창립됐다. 또 92년에는 내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파업의 북소리를 울린 경험도 가지고 있다. 노조 사무실에 걸린 사진은 당시 펜 대신 머리띠를 두르고 북을 든 젊은 조선일보 기자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날의 ‘의기’를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길지, 아니면 오늘에도 이어나갈 지는 이제 ‘진짜 젊은’ 노조 구성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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