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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아무래도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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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아무래도 글렀다

[데스크 칼럼] 오만한 당에 표를 줘야 할 이유가 대체 뭔가?

'박재승 쿠데타'라고 했다. '저승사자'라고 그를 불렀다. 신계륜 사무총장, 김민석 최고위원, DJ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 박지원 DJ 비서실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 이상수 전 의원 등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추풍낙엽이 됐다. 4년 전, 민주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뇌물수수, 알선수재, 공금횡령, 파렴치범, 개인비리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사를 총선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의멸친(大義滅親, 큰 뜻을 위해 가족까지 희생할 수 있다)'. 당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끈 민주당의 공천개혁에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오만'을 공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 씨도 '지역구 세습' 논란을 뒤로 하고 단수 공천했다. 심지어 뉴라이트 출신의 구인호 전 도의원까지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정체성 논란의 대표적 인물인 김진표 의원도 공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확연히 기울었다고 한다. 공천의 잣대라던 도덕성과 정체성은 대체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모를 일이다.

첫 번째 항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란다. 법 논리로는 일리 있는 말이지만 유권자와의 소통이 우선인 정치행위에 대한 변명으론 적합하지 않다. 박재승 위원장은 4년 전 공천 논란 때 이런 말을 했다. "보통 사람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만 훔쳐도 옥살이를 하는데 정치인은 큰 돈을 받아도 사면 받으면 다시 국회의원이 된다. 그런 생각에 민심이 떠나는 것이다. 하나하나 다 살펴주다 보면 개혁은 못한다." 그를 공심위원장 자리에 앉힌 손학규 대표가 "99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모습이 법과 정의구현의 모습"이라며 탈락자 구제를 요청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항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게 '묻지마 공천'의 이유다. 전형적인 현실 안주 논리다. "4년 전엔 공천에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최근 들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2008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의 목표치에 밑도는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그해 초만 해도 60석 내외에 그칠 거란 비관적 전망이 당 안팎을 지배했던 걸 감안하면 정반대의 결과론적 해석도 가능하다. 530만표 차이의 대선 패배 충격에 허덕거리던 민주당에 피가 돌고 활력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엄연한 '박재승 효과' 덕이었다. 심지어 임종석 전 의원마저 당시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박재승 위원장을 모셔오고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천 특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원칙과 기준대로 공천을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오만한 민주당은 야권연대 협상도 농락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고작 4곳, 비수도권에선 단 1곳만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정희, 심상정 대표, 노회찬, 천호선 대변인 등 통합진보당의 간판급 인사 출마지에만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의 양보지역인 충남 예산홍성은 민주당이 자유선진당에 밀리는 곳이다. 터무니없는 민주당의 고자세로 인해 야권연대 협상은 24일 잠정 파기되기에 이르렀다. 야권연대를 집권으로 가는 초석이라고 떠들던 민주당이 정작 협상장에선 상대에게 떡고물 나눠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야당이었고 지금도 야당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권력을 내줬고 탄핵 역풍으로 졸지에 국회의원이 된 '탄돌이'들의 부실한 내공 탓에 소수당이 됐다. 야당이 된 이후에도 4대강 사업, 종편 특혜 등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 국정운영을 막아낸 사례가 없는 무능함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단 한명의 탈락자 없이 현역의원을 재공천하고 때 뭍은 '옛동지'들을 불러들이는 데만 급급한 민주당의 행태는 한미FTA 등 과거에 행한 잘못에 반성을 모르는 한명숙 대표 체제의 유전자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남은 공천심사에서 교비 횡령 혐의로 2심 유죄를 선고받은 강성종 의원, 청목회 사건으로 1심 유죄를 받은 최규식 의원을 공천 배제한들, 이들이 친노이거나 486그룹이 아니라서 잘렸다는 것 외에 무슨 논리적 일관성이 있을까 싶다.

한 대표는 최근 "과반을 하고 싶다"고 총선 목표치를 공식화했다. 달성 가능한 목표냐는 문제 이전에 오만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당이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손에 쥐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노무현의 실패를, 이명박의 실패를 겪고 나니 진보건 보수건 분에 넘친 힘을 가진 집단은 반드시 사고를 치더라는 교훈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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