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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구 해체'와 '진보 육성'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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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겨레, '수구 해체'와 '진보 육성'에 충실해야"

한겨레 소속기자, 자사 탄핵정국 논조 실명 비판

한겨레신문에 소속된 현직기자가 탄핵정국과 관련한 한겨레신문의 논조를 외부 언론매체에 실명으로 비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겨레신문 소속으로 현재 전국언론노조 교육국장을 맡고있는 조준상 기자는 최근 민주노동당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판갈이넷'(www.pangari.net)에 언론노조 교육국장 명의로 기고한 글을 통해 한겨레 논조가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인 열린우리당에 편향돼 있다며, "수구를 해체하는 것과 함께 진보를 육성하는 '쌍끌이'논조"를 요구해 한겨레내에서 논쟁을 낳고 있다.

***"적어도 탄핵은 쿠데타가 아니다"**

조 기자는 '<한겨레>와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선"탄핵정국에서 표출된 촛불 시위를 '탄핵무효' '민주수호'라는 구호로 요약하는 한겨레의 시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해될 수도 있지만 탄핵 정국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탄핵 정국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냉철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탄핵 정국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총선 연기나 개헌 등 이른바 노골적인 정권 찬탈 시도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탄핵 그 자체는 정권 찬탈 시도라고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 쿠데타'이든 '의회 쿠데타'이든, 쿠데타는 '정권 찬탈을 위한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와 '불법성'이 핵심 요건이지만 지금은 주관적인 착각으로 드러난-탄핵을 통해 '친노-반노' 국면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려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계산을 정권 찬탈 음모라고 규정한다면-총선전략과 쿠데타 음모를 동일시하게 되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며 "자신들의 판단 착오를 방송의 편파보도로 떠넘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모습 역시 '쿠데타'의 연장선에 있는 '방송 장악 음모'라기보다는 방향감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자중지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탄핵 정국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관계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상식에 부합하다"며 "이는 <한겨레>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진보정당 원내진출 의미 되새겨야"**

조 기자는 또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서 한겨레신문이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굳이 구분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수구정당'이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신자유주의적 보수정당'으로 볼 수 있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부패'에 대한 이미지 정도"라고 평가했다.

조 기자는 "탄핵은 수구 헤게모니를 해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한겨레신문 또한 여기에 주목하는 듯 하다"며 "(그럼에도) 한겨레신문은 3월 18일자 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의 칼럼 <시험대에 선 민주주의>를 통해 또다시 열린우리당을 찍으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수구를 해체하는 것과 함께 진보를 육성하는 '쌍끌이'를 <한겨레>에서 볼 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얼마 전 민주노총이 탄핵을 정권 찬탈로 이용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결의한 모범을 상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준상 기자는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를 시작으로 경제부, 문화부 등에서 일해 왔으며, 2002년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에서 지면개선위원회 간사로 활동한 바 있다. 조 기자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전국언론노조에 파견돼 교육국장 겸 정치위원회 정치국장을 맡고 있다.

***한겨레, "치우친 적 없어…흐름 봐주길"**

조 기자의 이같은 비판은 한겨레신문 내부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흔히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미 언론사들이 정파로 나뉘어 논조를 달리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겨레신문만이라도 한번쯤 이같은 무거운 주제를 현실 속에서 접목해 보고 또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일선 기자들이 현장에서 올리는 기사와 데스크를 거쳐 지면에 반영되는 완제품 사이에는 일정 정도 거리감이 있게 마련"이라며 "총선이라는 큰 사안이 있어 당장 기자들 사이의 토론을 거치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한번쯤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이번 문제제기를 바라봤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 기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다.

한 논설위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결코 한겨레신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또는 진보정치의 대두를 소홀히 다루지 않고 있다"며 "지금 시기는 사안 하나하나를 뜯어서 분석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하는 때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조준상 기자가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

***<한겨레>와 대통령 탄핵정국**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함께 지난 3월 12일 대통령 탄핵 발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형성된 이른바 '탄핵 정국'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합법의 탈을 쓴 의회 쿠데타"라는 열린우리당의 규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한겨레>는 열린우리당의 이런 성격 규정에 동의해 왔다.

<한겨레>는 탄핵 발의가 이뤄지던 3월10일 '한나라-민주, 쿠데타 하려는 것인가'란 사설에서 "정당하지 않은 탄핵 발의는 국회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의 탈권을 겨냥한 일종의 쿠데타라고 할 것이다…다수 야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고 썼다. 정당성이 결여된 탄핵은 '쿠데타'라는 얘기다.

이런 기조는 이후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꾸준히 유지된다. 3월 15일치 1면 머릿기사는 <"민주주의 지키자" 시위 확산>이란 제목으로 10만명의 광화문 집회를 보도했다. <민주화 결실 붕괴 시도에 분노 폭발>이란 제목의 3면 머릿기사에는 "수구세력 마지노선 건들자 민주세력 재결집"이란 소제목이 달렸다.

같은 날 사설 <촛불의 파도와 민주주의>는 "그 촛불은 3.1만세운동부터 4월혁명, 6월항쟁을 거치면서 겨레가 키워온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화산에서 분출되는 불길이다.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에 대한 단호한 거부의 몸짓이기도 하다. '탄핵 무효' '민주수호'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뜨겁고도 진지하다"고 설명했다.

3월 15일부터는 도정일 경희대 교수(영문학)의 칼럼 <불행한 희극을 환희의 희극으로>를 시작으로 각계 원로들의 릴레이 기고가 실렸다. 16일치에는 <대한민국은 건재하다>는 소설가 조정래 동국대 석좌교수의, 17일치에는 <탄핵세력의 역사적 뿌리>란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장의, 18일치에는 <시험대에 선 민주주의>란 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의 칼럼이 각각 실렸다. 촛불 시위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국회에 대한 '분노의 심판'이며, 탄핵은 국민주권에 대한 수구세력의 난폭한 도전이라는 게 각 칼럼의 주요한 논지였다.

탄핵 정국에서 표출된 촛불 시위를 '탄핵무효' '민주수호'라는 구호로 요약하는 한겨레의 시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해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 민주화의 맥락에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동의하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탄핵 정국의 발단과 전개과정은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탄핵 정국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총선 연기나 개헌 등 이른바 노골적인 정권 찬탈 시도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탄핵 그 자체는 정권 찬탈 시도라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는 '쿠데타'의 의미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그 유명한(?) 법원 판결에 의존한다. 그것이 '군사 쿠데타'이든 '의회 쿠데타'이든, 쿠데타는 '정권 찬탈을 위한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와 '불법성'이 핵심 요건이다.

지금은 주관적인 착각으로 드러난, 탄핵을 통해 '친노-반노' 국면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려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계산을 정권 찬탈 음모라고 규정한다면, 총선전략과 쿠데타 음모를 동일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판단 착오를 방송의 편파보도로 떠넘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모습 역시 '쿠데타'의 연장선에 있는 '방송 장악 음모'라기보다는, 방향감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자중지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탄핵 정국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관계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는 <한겨레>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시각이다. 대통령 탄핵은 지금의 헌법의 틀 내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상적이자, 기존 정치권 사이의 차이가 극히 적어 사소한 말다툼마저 정쟁으로 비화해 탄핵 소추까지 이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일탈적인 현상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떤 행동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국회의 건의에 대해 대통령이 이를 지속적으로 무시할 경우 현재 헌법의 틀 안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탄핵이다. 지난해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이런 권력관계의 일반논리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한겨레> 3월 16일치 6면에 실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4단체 공동성명 '부패수구집단의 쿠데타, 전 국민적 분노로 꼭 징벌'은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불편한 공존'을 보여준다.
<한겨레>와는 달리 탄핵 정국이 던지는 시사점의 하나로 '진보정치세력 등장 필요성'을 제기하고도 있는 이 성명은 3.12 대통령 탄핵을 "시대착오적인 반역"이나 "의회쿠데타"로 규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부패수구-파벌보수 집단)과 구분되는 보수진영의 제분파인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대통령 또한 이번 정쟁에서 면책될 수 없다"고 꼬집는다.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수구세력에 의한 '의회쿠데타'라는 성격 규정은 '정쟁'이라는 표현과 양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은 수구세력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수구정당'이라는 데 나는 이견이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수구정당'이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적 보수정당이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부패'에 대한 이미지 정도다.

당략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열우당보다 민주당이 낫기도 하다. 적어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침략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국군을 파병하는 것에 반대했다.

탄핵을 발의한 야당들 사이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록 쿠데타는 아니지만 탄핵이 수구헤게모니를 해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도 나는 동의한다. 이는 탄핵 정국의 발단과 전개과정은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탄핵 정국의 전개과정에서 진보진영은 수구세력의 역사적 헤게모니를 분쇄하는 쪽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가 바로 여기에 집중했다고 보지만, 지금까지 설명했다시피 그런 개입은 탄핵을 '의회 쿠데타'라고 무리하게 규정하지 않더라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무리수를 뒀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레>에서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탄핵 정국에 묻혀버리고 만다.

3월 18일치 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의 칼럼 <시험대에 선 민주주의>를 읽으며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 우리는 '시라크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시라크를 찍었던 그때(2002년 5월)의 프랑스에 비견되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는 염 이사장의 말은 또 다시 열우당을 찍으라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수구를 해체하는 것과 함께 진보를 육성하는 '쌍끌이'를 <한겨레>에서 볼 수는 없을까.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위해 분투하는 민주노총은 지난 3월16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에서 탄핵 정국이 총선 연기나 개헌 등 사실상의 '정권 찬탈' 시도가 있을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결의했다. 쌍끌이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준상 전국언론노조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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