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검투사' 김종훈과 민주당 'X맨'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검투사' 김종훈과 민주당 'X맨'들

[데스크 칼럼] 강철규 위원장 손에 달렸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의 아이콘이다. 2006년 한미FTA 수석대표를 맡아 짝패인 김현종 전 본부장과 함께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2007년 8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해 지난해 12월30일 퇴임하기까지 한EU·한미FTA를 이끌었다. 4년 5개월, 그것도 두 정부를 거친 최장수 장관이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모두 김종훈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그를 4.11 총선에 공천하자는 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을이 출마지역으로 거론된다. 한미FTA 폐기를 선두에서 주장하는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곳.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되면 강남을은 한미FTA에 대한 민심의 시험대로 부각된다. 김 전 본부장도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다시 묻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뉴시스

새누리당 일각에선 그의 공천을 반대한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야권의 '한미FTA 프레임'에 걸려든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미FTA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는 게 새누리당에 꼭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미FTA 찬반 여론은 아직까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못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날개를 달아준 이 독특한 관료의 존재감은 '착한 FTA'와 '나쁜 FTA'의 구분 짓기를 무색케 한다. 하기에 새누리당이 김 전 본부장을 최종 공천한다면 그의 포지션은 수비수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가 된다.

김종훈 출마설에 민주통합당을 먼저 쳐다보게 되는 까닭은 노련한 '검투사(김 전 본부장의 별명이라고 한다)'가 벼린 검을 받아낼만한 태세인지 의심스러워서다.

민주통합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한명숙 대표는 "한미FTA 발효 이전에 독소조항이 수정되지 않으면 19대 국회와 정권교체를 통해 폐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의 공언대로라면 한미FTA의 상징적 인물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당내 세력의 뿌리가 뽑힐 것 같다. 때마침 당 외곽에선 'X맨 색출 작업'도 시작됐다. 김진표 원내대표, 강봉균, 홍재형 의원 등 경제관료 출신들을 비롯해 지난해 한미FTA 처리 당시 협상파로 분류됐던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된다.

민주통합당이 과연 이들을 물갈이 할 수 있을까? 불과 9개월 전, 민주당 의원들은 김진표, 강봉균 의원을 원내사령탑 감으로 올려놓고 투표를 했다. 이 승부에서 이긴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난 한명숙 체제에서도 자리를 보전했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이 무산된 뒤에야 "원내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며 공개질책이 나왔으나, '김진표의 무능'은 민주통합당 안에 숨어있는 보수성을 토양으로 발현된 것이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강봉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386 세대 국회의원들이 시장경제를 배우겠다며 경제교사로 모셨던 사람이기도 하다.

한미FTA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더욱 제 머리 깎기가 어려운 민주통합당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미FTA를 반대해온 천정배 의원은 최근 "한미FTA가 잘못 협상된 것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국민께 사죄하고 잘못 체결한 협약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지도급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에 대한 책임론을 일부 수용할 뿐 당 차원의 사과나 반성으로 이어내지는 않고 있다.

물갈이 대상부터 소위 혁신파로 불리는 인사들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과거의 원죄와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민주통합당 내부 관계를 들여다보면 한미FTA는 새누리당에 일고 있는 김종훈 공천 논란보다 심각한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당 밖에서 데려온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개혁 추진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강 위원장은 "좋은 후보를 뽑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보려는 것은 정체성"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토건경제의 극복과 복지국가 추진 등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은 말로 지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심부름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는 강 위원장의 일성이 정체성에 걸맞는 인적 교체로 이어질지 지켜보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