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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폭풍에 정책 선거보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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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폭풍에 정책 선거보도 '실종'

언론, 정책보도보다는 정쟁 증폭 역할만

4.15 총선이 2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D-30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각 정당 정책비교 보도에 들어가겠다던 언론의 약속이 메가톤급 탄핵폭풍의 도래로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가장 부실한 선거보도 사례를 남기게 될 판”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정국, 언론사도 ‘안개 속’으로**

대통령 탄핵의 충격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국회가 지난 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전격 가결할 때까지 통과 여부를 낙관한 언론사는 극히 드물었다. 언론사들은 탄핵 통과 이후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정국을 읽어내느라 여념이 없었고, 이로 인해 문화일보와 KBS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내부적으로 준비해 오던 선거보도 준칙 마련과 정당 정책비교안 마련 모두에 제동을 걸었다.

한 신문 정치부의 한 중견기자는 “올해 초부터 정치개혁을 주제로 연재물을 다루는 등 이번 총선만은 이전과 좀 다르게 다뤄보자는 것이 내부의 지배적 의견이었다”며 “그러나 탄핵이라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도 주워담기 벅차져 이제는 정책선거 보도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들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방송사 사정도 비슷해, 유연채 KBS 정치부장은 “올해 초부터 <정치를 바꿉시다. 국민의 손으로>라는 주제로 정치개혁 연재물을 만들어 보도해 왔고, 또 얼마 전에는 10대 유권자 의제를 선정해 6시간 특별방송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이 열리면서 모든 계획이 어그러져 아직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부장은 “다음 주쯤이 되면 그나마 중심을 잡고 유권자 의제를 중심으로 다시 보도물 제작에 들어갈 생각이지만 이 또한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수 MBC 정치부장은 “안되면 선거 기간중에라도 반드시 정책선거 보도를 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각 정당도 그렇고, 언론 또한 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당분간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부장은 “사실 역대 선거는 대부분 보수정당 일색이었기 때문에 정책선거 보도라는 것이 제작주체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는 그나마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정당간의 정책비교에 ‘각’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보정당 약진, 그러나 언론은 ‘먼 산’**

언론은 올해 총선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더불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유력해 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정책선거 보도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 광역 시도에서 열렸던 ‘바람직한 총선보도를 위한 전국순회 토론회’(한국언론재단 후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에서도 대부분의 신문, 방송사 편집(보도)국장들은 “올해만큼은 지역색이나 회사의 이익에 구애받지 않고 진보-보수로 뚜렷해진 정치 지형을 반영해 정책선거 보도를 충실히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사정은 이와 달랐다. 탄핵 정국이 아니더라도 언론의 구태스러운 보도관행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마산, 창원지역의 경우 어느 지역보다 정책선거 보도를 위한 여건이 마련돼 있음에도 지역 언론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언론은 기존 정치권의 눈치를 크게 살피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책선거 보도의 여건을 맞이하고 있다”며 “언론의 정책선거 보도 외면은 훗날 아픈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방송사 정치부 기자는 “이달 초 민주노동당이 회사에 공문을 보내 전담 출입기자 배정을 요청했고, 또 노조를 중심으로 전체 정치보도의 10%를 진보정당 소개에 할애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회사측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언론사 간부들의 의식이 결국 정책선거 보도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 정책보도는 ‘뒷전’, 정쟁 ‘부채질’**

현 시점에서 언론이 정책선거 보도보다 대통령 탄핵 이후 급속하게 정치권의 향배에 매몰되면서 오히려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언론은 지난 15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기자단 사이의 오찬모임에서 나온 “17대 국회가 탄핵 소추 취하” 발언 이후 연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맹공을 중계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은 ‘코드장관’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보수적인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갈등으로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강 장관의 발언은 상당부분 언론에 의해 ‘거두절미’됐고, 보수언론과 야당에 의해 확대 재생산 됐다는 사실이 한겨레신문과 MBC 보도를 통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부에 출입하는 한 신문사 기자는 “민의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언론은 실정법과 국민들의 정서 사이에서 올바른 해결점을 찾아줄 수 있도록 서로를 다독여주어야 한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언론은 한쪽 입장에 치우쳐 누군가를 누르려들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총선 수업 방침 보도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재현되고 있다.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은 18일자에서 “전교조가 추진하고 있는 총선수업은 탄핵정국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입장이 개입될 소지가 있어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정치권의 정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서울신문 시경 출입기자가 전화를 걸어 총선수업에 대한 의견을 묻기에 이에 답했을 뿐”이라며 “전교조가 의례적으로 해온 총선수업을 공개수업 참관도 없이 마치 ‘탄핵수업’인 것처럼 과장하고 정치 쟁점화시키는 태도는 어느 점으로 보나 언론의 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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