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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한나라 폭삭 무너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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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문열, "한나라 폭삭 무너져야..."

"정형근-김용갑 잘라야" "싹수 노랗고 절망적"

"싹수가 노랗고 절망적이다."
"차라리 자폭하라 권하고 싶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한나라당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냈다.

***"4년뒤 자민련 꼴 날 것"**

한나라당 외부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문열씨는 28일 일부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한나라당을 원색적으로 맹비난했다. 공천심사 전 과정을 지켜본 대표적 보수론자인 이씨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만큼, 앞으로 한나라당에 미칠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씨는 "한나라당에 들어와 (공천하는 걸) 보니 싹수가 노랗고 절망적"이라며 "한나라당이 침몰하는 게 눈에 보인다. (한나라당과 함께) 자폭하고 싶다"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홍보도 답답하고 말바꾸기를 자주해서 이중으로 욕을 먹는 등 안타까운 분위기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은 폭삭 무너져야 한다. 이는 서서히 가라앉는 것보다 낫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금 추세로 가면 한나라당이 1백석을 못 건질 것 같고 그래도 여기(한나라당) 사람들은 1당은 할 수 있다고 우기는데 80석 언저리 갖고 1당하면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80석에서 85석 정도로 1당 해봐야 아마 4년 뒤 자민련 꼴이 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용갑-정형근 자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씨는 공천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이씨는 "산업화의 그늘과 냉전논리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게 바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라며 "이런 정체성을 당당하게 인정하며 시대와 조화시키려 하지 않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섣불리 다 폐기하려는 것 같다"고 일단 공심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심위가 확실히 (사람을) 바꾸지도 못하면서 개혁공천이라는 명분만 붙잡고 뭘 잘하고 있다고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러나 이처럼 '개혁공천'을 외치고 있는 공심위가 내용적으로는 수구적 공천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씨는 "정작 당이 지향할 가치와 안 맞는, 당 정체성의 마지노선을 넘는 사람까지 단수공천을 정해놓고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한다"고 최근 정형근-김기춘 의원 등이 포함된 단수공천자 발표 과정을 비난했다.

이씨는 '당 정체성의 마지노선을 넘는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익이라는 이념과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구체적인 전력이 문제"라며 인권탄압 논란 대상임에도 단수 후보로 확정된 정형근 의원과 당내 대표적 보수 인사인 김용갑 의원을 들었다. 그는 "김용갑, 정형근 의원은 산업화의 그늘이고 냉전시대의 부담"이라면서 "두 사람은 자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그게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외부 공심위원 나 빼고 다 전국구 욕심 있어"**

이씨는 자신을 포함한 외부 공심위원이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며, 이들 대다수가 전국구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우리가 아는 게 없다보니 거의 대부분 (현역의원 출신 심사위원들에게) 설득이 되고 설득이 안될 논리가 없더라"며 "그래서 무력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국구 욕심이 있는 사람이 나 빼고 전부 다인 것 같다"며 "사실 제일 웃긴 것은 작가가 자기작품 심사하는 것인데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김문수 심사위원장에게 얘기해 외부 심사위원 중 최대 2명 정도만 배려키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보수주의 위기, 한나라 지도부만 못 느껴"**

이씨는 최병렬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이씨는 "최병렬 대표는 당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본인이 대권 욕심은 조금 있는데 누구도 4년뒤에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장악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보수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만 이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다"며 거듭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치즘의 준동을 미리 막지 못한 독일 지식인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 공천심사위에 참여했으나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공천심사는 끝까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히틀러라는 끈 떨어진 하사관이 나치를 조직했을 때 독일 지식인들은 비웃기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그런 지식인의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고 은유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히틀러식 파퓰리즘 정권으로 비유하며 자신은 끝까지 한나라당 변신을 위해 일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문수 등 해명에 진땀**

이씨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 씨 본인과 공천심사위원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씨는 자신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비보도를 전제로 한 얘긴데 공개적으로 알려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위원들에게 설득당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내가 설득당한다고 얘기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정보가 부족하고 실무정치에 어두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그분들을 따라가게 됐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외부 공천심사위원들이 들러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혜련(이화여대 경영학부 부교수) 위원이 "하루 12시간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면서 "들러리 서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춘호(한국여성정치인연맹 회장) 위원도 "처음엔 관료주의적이고 폐쇄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현재까지는 당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며 "우리의 생각이 1백% 먹혀 들어가고 있다"고 이문열씨 주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경재 등 단수공천 논란**

그러나 이같은 진화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공천 진통은 여전하다.

28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인천·경기 지역 후보자 심사를 하고 인천지역 4곳, 경기지역 12곳을 단수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성추행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경재 의원이 포함된 것에 대해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 정개특위 회의실에서 의장석에 앉아있던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을 향해 "여자가 앉아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거 아니냐"며 성추행성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사과한 바 있다.

이외에도 썬앤문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병국(경기 가평·양평), 황우여(인천 연수) 의원이 이날 단수공천자로 확정된 것도 논란이 됐다.

이문열씨는 이와 관련, "썬앤문 비리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고흥길·정병국·황우여·박원홍 의원에 대해서는 일단 공천심사에서 보류했다"고 밝혔었지만, 단수후보자로 확정된 뒤에는 "'보류'라는 말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탈락'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문수 위원장도 "정병국·황우여 의원 지역은 여론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으로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정·부패 비리연루자 공천 배제 입장을 확고히 밝혔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자들에 대해 단수 공천을 확정한 것은 잘못이 아니냐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어 공천을 둘러싼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한나라당이 확정한 단수공천자는 인천지역의 ▲이윤성(남동갑) ▲이경재(서강화을)▲황우여(연수) ▲이원복(남동을) 등 4명이고, 경기지역의 ▲임태희(성남분당을) ▲안상수(과천의왕) ▲전용원(구리) ▲박혁규(광주) ▲정병국(가평양평) ▲이사철(부천원미을) ▲박종운(부천오정) ▲고조흥(연천포천) 등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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