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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주최 공천토론회서 한나라 '혼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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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주최 공천토론회서 한나라 '혼쭐'

각계인사 "정치개혁부터 동참하라" 성토, 이문열 고군분투

한나라당은 9일 공천심사위원회 주최로 ‘밀실에서 광장으로’라는 제목의 개혁공천 국민대토론회를 프레스 센터에서 개최했다.

한나라당 외부공천심사위원인 이화여대 김석준 교수의 사회로 두시간여 진행된 이날 회의는 한나라당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 김영래 한국 NGO학회 회장, 박인제 대한변협 전 공보이사, 서경석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그리고 한나라당 외부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 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비난 수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섯 명의 토론자들은 “한나라당의 개혁공천은 결국 당권경쟁에 다름 아니고, 정치개악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물타기’”라며 일제히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개최한 이날 토론회는 결국 혹 떼려다 붙인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이 같은 비난에 이문열 씨만이 외로이 한나라당을 두둔했다. 이문열 씨는 “한나라당이 보수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데 일조하고자 한다”며 각 토론자들의 논리에 대해 반박했다.

***김문수, “‘신장개업 당’은 차떼기로 정치불신 가져와”**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은 노동운동권 출신의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주위에서 '당신은 한나라당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 당은 안바뀐다. 당신이라도 탈출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철새정치인보다 더 나쁜 것이 ‘신장개업 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철새정치인은 혼자 옮기면 되지만 ‘신장개업 당’은 도매급으로, 차떼기로 정치불신을 가져오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창당해야 된다, 당명을 개정하라, 전당대회를 일찍 열어 지도부를 새로 뽑자는 소리도 있다”고 밝힌 뒤 “우리가 정하고 만든 정당에 잘못이 있다면 욕먹고, 고칠 것은 고치고, 심판받을 것은 받아야만 한국정치의 미래가 있다. 2백~3백년 지속되는 정당을 만들 것이다”며 자신에게 쏠린 당내 비난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더불어 ▲탈당.경선불복 등 해당행위자,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등의 공천배제 ▲비례대표 전원 신인, 50% 여성할당 ▲불법부정 경선 시 경선당선자의 사후 탈락 등의 공천기준을 밝혔다.

***“한나라, 기득권 보수세력, 권력투쟁세력”**

김 위원장이 주제 발표를 마치자 토론자들은 기다렸다는듯 한나라당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서경석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는 “공천을 제대로 깨끗하게 하겠다는 얘기에 앞서, 당장 정치개혁부터 제대로 해야 되지 않냐”며 “몸체가 개판이라 환멸감에 빠져있는데, 여기에서 공천을 제대로 한다고 할 때, 국민들이 믿겠나”고 말했다. 그는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에서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있는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며 “앞뒤가 바뀌었다”고 선(先)정치개혁·후(後)공천을 주장했다.

서 대표는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은 기득권을 보수하는 세력”이라며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을 안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기득권유지하기 위한 모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기득권 보수세력, 권력투쟁세력으로 보여지고 있다”며 “양심적 보수세력, 정책세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작업으로 국민 불신 호도하기 위한 것”**

김영래 한국NGO학회 회장은 “서경석 대표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고 했는데, 나는 앞뒤가 바뀐 정도를 떠나서 한나라당에서 이같은 토론회를 통해 공천작업에 박차를 가해서 국민들을 선거정국으로 몰아, 국민들에게 불신을 준 것을 호도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냐”고 공천 토론회 개최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한나라당이 정치개혁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천을 잘해도 지금까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구당은 사실상 위헌상태인데 어떤 식의 공천신청을 받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라며 서 공동대표와 마찬가지로 선(先)정치개혁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한국NGO학회의 회장으로서 행자부에서 NGO에 제공하는 예산을 한나라당이 주도해 감축한 것을 비판하며 사회권력과 정치권력의 균형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을 말할 자격 있는가”**

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는 “한나라당에 공천개혁을 보는 시각이 시민사회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곱지 않다”며 “과연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을 얘기할 자격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한해만큼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분노와 냉소가 반복됐던 해는 없었다. 1년내내 정치개혁이 화두였고, 이 시점에서 정당개혁은 하나도 진전된 것이 없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다”고 정치권의 정치개혁 과정에 대해 비난했다.

김 대표는 “공천개혁이 국민을 호도하거나 당의 권력다툼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한나라당이 공천개혁을 얘기하기 위해 먼저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서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정치개혁은 가능할 수도, 후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뒷전인 채 공천개혁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뒤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 先정치개혁을 전제한 뒤 공천작업에 대해서는 ▲인적청산 ▲권위주의, 부패, 구태, 인권탄압의 상징적 인물 교체 ▲여성 등 정치신인의 과감한 기용과 이를 위한 제도적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쇠한, 군사정당의 뿌리가 정리안된 정당”**

박인제 대한변협 전공보이사는 “한나라당이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선동했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은 노쇠한 정당, 군사정당의 뿌리가 제대로 정리 안되고 있는 정당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공천 분란이 당내 권력투쟁, 밥그릇 싸움으로 볼지는 이견이 있지만,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전이사는 “정당지지도가 한나라당이 1당인데, 지지율이 20%밖에 안된다”며 “그래도 1당이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에 당에서 정치개혁에 대해 옛날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참으로 국민의 요구를 모르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이사는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낙선운동에 상당히 피해를 봤다지만, 왜 이 피해를 한나라당에서 많이 받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앞에 좋은 상품을 내놔야 한다”고 개혁공천의 필요성엔 동의했다.

그는 최근 불출마 선언을 한 오세훈 의원의 예를 들며 “16대에서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당선된 사람이 오 의원”이라며 “젊고 신진기예한 오 의원이 정치권에 들어가서 가장 우수한 의정활동한사람으로 평가받는데, 지금 개혁공천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4년 후에 또 좌절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제도와 정치문화 자체의 쇄신을 요구했다.

***“5·6공 시국사범 김문수가 보수정당 공심위원장이라니”**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5.6공 시절의 시국사범이었던 김문수 의원이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이 되다니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은근히 김 위원장을 비꼬았다.

김 처장은 한나라당을 향한 토론자들의 비난을 중언하지는 않고, 낙선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천 작업의 구체적인 어려움과 방법 등을 제시했다. 김 처장은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명단을 먼저 보지 말고, 원칙과 기준을 우선적으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정치개혁과 공천작업의 순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한나라당이 태도에 있어서 모순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치개혁을 거부하면서 개혁공천을 한다면, 사실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열, “징계·책임추궁의 공천배제는 안돼”**

토론자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외부공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씨가 홀로 한나라당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씨는 “이제 한 사회에서 정치적 태도로서의 보수와 진보, 내용으로서의 좌우,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논의의 시대는 지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요즘엔 보수라는 말이 욕설처럼 들리기 때문에, 다른 당보고 보수라고 말하면 화 낼 정도이고, 불행한 일은 보수라는 말이 수구 기득권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정치용어와 동의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불가피하게 껴안아야했던 현대사회 모순과 부조리들을 들어내고 한 사회에서 반드시 존재해야하는 건전한 보수가 될 수 있도록 하려한다”며 “한나라당이 갖고 있어야 할 보수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나라당이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냐고 하는데, 어떤 조직이 자격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혁을 할 만큼 합리적이고 잘되어있는 조직만이 자격이 있다면 그 조직은 개혁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5·6공 세력에 대한 배제의 문제에 대해서도 “특정 공화국 출신, 나이 많으면 안된다는 등의 기준들은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끌어안은 한나라당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책임 추궁이나 징계의 의미로써의 배제논리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도 “정치개혁이라는 절박하고 사활적인 과제로서 개혁공천을 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많은 분들의 용단과 은퇴가 이어질 것이며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못한 분들도 할 것”이라고 ‘개혁공천’ 의미를 강조하며 서둘러 토론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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