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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의 끝없는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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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의 끝없는 힘겨루기

윤재석의 지구촌 Q&A <46>

Q) 이라크전과 잇단 테러 등으로 한동안 세계 뉴스의 초점에서 빗겨나 있던 북핵회담 관련 이슈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다시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 제의를 거부하고 북핵 현안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응하라고 촉구했죠?

<사진 1>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부시 미 대통령

A)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제4세대 중국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지난 7일 미국을 방문해 9일까지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대중 무역적자, 환율문제, 대만 독립 문제 등 양국간 현안문제도 다뤘지만 역시 관심을 끈 것은 북핵 문제였죠.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한 뒤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아니라면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입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우리가 북한에 보내고 있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핵 계획의 완전 폐기가 아닌 북핵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이것은 미국이 그동안 제기해 온 '북핵에 대한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elimination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라는 목표를 재확인한 셈입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같은 입장을 말하고 "미국은 결코 북핵현안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어떠한 보상이나 대가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밝혔습니다.

<사진 2> 원자바오 중국 총리

Q) 앞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 되는데…

A) 북한은 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정치ㆍ경제ㆍ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 미국과 주변국의 중유, 전력 등 에너지지원과 같은 대응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응답은 이를 일축하는 훨씬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즉, 핵 활동 동결이 아닌 완전한 폐기와 6자회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 등의 전제조건을 일체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Q) 이렇게 되면 연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던 제2차 6자회담이 물건너가는 것 아닌지?

A)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소집이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10일 부시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미국 관리는 부시-원자바오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국은 6자회담 개최 문제를 둘러싼 합의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2차 6자회담을 열 수 있는 상황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것은 회담 당사국간의 이견이 아직까지 충분히 좁혀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6자회담이 올해 열릴 가능성이 희박하고 자칫 내년초에도 열리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Q)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연내 개최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죠.

A)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은 1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2차 6자회담의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해서 논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장관은 그렇다고 2차 6자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2차 6자회담이) 연내 열릴 수도, 안 열릴 수도 있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11일 주례 브리핑에서 북한 외무성대변인의 6자회담 관련 발언에 대해 "제2차 회담 개최 의지를 북한식으로 강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한다"며 "연내 개최가 어렵겠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고 본다"고 말해 한발 물러 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Q) 하지만 이러다가 6자회담 재개는 고사하고 북ㆍ미간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건 아닌지?

A) 북ㆍ미간 최대 쟁점은 핵포기와 대북 안전보장 문제를 양측이 어떤 방식으로 약속하고, 어떤 순서와 단계에 따라 풀어나가느냐에 대한 것인데 일단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서 지난 4월23~25일의 북ㆍ미ㆍ중 3자회담과 지난 8월27~29일의 제1차 6자회담 의장국으로 활발한 중재외교를 펴온 중국이나, 북핵 문제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로서는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북ㆍ미 양측을 오가며 절충점을 모색해왔지만 이처럼 긴장국면이 고조되니 곤혹스런 입장이죠.

하지만 양측이 마냥 긴장을 고조시킬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라크전의 늪에 빠져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 강도를 더욱 높이기엔 부담이 큽니다. 특히 대선을 10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앞으로 더욱 완강한 입장을 보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 또한 계속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중국의 압박을 도외시하고 강경 태도를 지속하기엔 역시 부담이 큰 입장이죠.

요며칠 북ㆍ미간에 오간 내용도 기실 따지고 보면 양측이 그동안 견지해 왔던 기본 입장의 재천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기에 앞서 벌이는 일종의 힘겨루기 또는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중앙일보 11일자에 보도된 미 정보당국의 '영변핵시설의 재가동 징후 포착' 기사도 이같은 힘겨루기의 일환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지난 2~4일과 7일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건물밖으로 연결된 석탄보일러에서 연기와 수증기가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는 내용을 미 정보당국이 밝혔다는 것인데요.

북한이 미국의 탐색을 뻔히 알면서 연기를 내보낸 것 자체가 다가오는 6자회담에서의 기선 제압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추정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으로서야 포착된 정보를 당연히 공개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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