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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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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

[데스크 칼럼]<1> 2012년 한국 언론의 과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진 일들은 앞으로 거대환 전환이 일어날 것을 예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중동 전역에서 터져 나온 민주화 시위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전 세계로 번진 월가 점령운동,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시민후보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과 안철수 현상, 김진숙의 309일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SNS를 통한 시민들의 뜨거운 정치참여 등이 그러하다. 이상의 사태들은 1%만을 위한 기존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나아가 기존의 억압적 체제를 전복하려는 대중들의 에너지가 끓어오르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올해 한반도에서의 대전환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등 남측의 정치분야에서 시작될 것이다. 민주주의 유린과 민생의 파탄, 그리고 남북관계의 후퇴 등 반동적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가 그 첫걸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된 이명박 정권의 한없이 어리석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약탈적 행태 덕택에 정권 교체의 전망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 출범 등 보수세력에서도 변화의 몸부림을 시작했고, 야권의 연대와 통합 또한 그 앞날을 예단할 수는 없는 만큼, 정권 교체는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다. 따라서 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정권 교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곧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잘못을 또다시 저질러서는 안 된다. '정조 이래 200년만에 나타난 개혁군주'라는 평가와 함께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노무현 정부의 행적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경제에 대한 개입을 스스로 포기하고, '구국의 결단'인 양 일방적으로 한미FTA를 밀어붙이고, '북핵연계론'을 앞세워 미국 눈치를 보며 남북관계의 진전에 머뭇거린 실패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진보개혁정권은 어찌하여 신자유주의에 맥없이 굴복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

요컨대 정권 교체는 반드시 해내야 하지만, 그것은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나아가 정권 교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예컨대 백낙청 창비 편집인이 지난 12월 29일 신년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분단체제 극복 작업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구체적 목표 제시, 이를 위한 연구와 토론 등이 민생, 정치개혁, 외교, 국방 분야 등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현재 각 정당이나 학계에서 재벌 개혁이라든가 검찰 개혁 등 실천적 대안 마련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사회적 합의로 정착될 때 비로소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처한 현실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대안 마련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정하게 경쟁시키며 최선의 방책을 끄집어내는 공론장의 역할 말이다.

불행히도 우리 언론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현실정치세력의(보다 중요하게는 재벌 등 경제권력)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그들의 주장을 받아 적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이권과 특혜에 취해 지내왔다. 현실정치세력의 권력투쟁에서 한발 떨어져, 또는 한층 높은 곳에서 그들의 싸움이 공공의 이익과 복지에 부합하도록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어느 한 정치세력의 2중대, 나팔수 역할로 끝나고 말았다.

▲ 종합편성채널 JTBC, MBN, TV조선, 채널A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일제히 개국한 1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언론노조가 주최한 종편 채널 출범 반대 및 미디어랩 입법 촉구 기자회견 장면. ⓒ뉴시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의 타락은 한층 더 심화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그나마 보장됐던 언론(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여지없이 유린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에서는 숱한 양심적 언론인들이 강제 해직됐다. 반면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데에만 놀라운 재주를 보인 '애완견 언론인'들이 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결과는 '공영방송의 완벽한 몰락' '땡전방송의 부활'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전체 언론의 90%가 정권보위(이른바 보수) 언론으로 전락했다. 조중동은 자발적으로, KBS MBC는 정권의 압력에 의해.
그 결과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정권의 착각을 불러왔다. 이런 언론환경 속에서는 민생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민심이 정권으로부터 이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원로 정치인의 지적대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지난 10.26 재보궐선거까지 한나라당이 3연패 한 데에는 이런 정권의 착각도 큰 역할을 했다. 현실의 실상도 민심의 소재도 알 턱이 없으니 변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도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당 지도부의 잘못된 형세 판단 아래 비롯됐다고 한다. 약간의 공작(?)으로 당선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자업자득. 이명박 정부의 무지막지한 언론정책이 언론의 굴종을, 언론의 굴종이 현실의 왜곡을, 현실의 왜곡이 권력의 최면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이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민주정치 또한 제대로 설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따라서 새 정부는 진정한 변화를 필수 전제 조건으로서 권력(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이 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면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자기반성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5년, 한국언론은 무엇을 했던가. 한국언론은 민주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시민 학생들의 피어린 항쟁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수혜자였을 뿐이다. 그런데 언론은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권력이 되어 우리 사회에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이른바 종편이 우리 사회에 어떤 분탕질을 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언론생태계의 정상화와 공론장의 회복, 새 정부와 뜻있는 언론(인)이 해내야 할 중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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