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표를 위해 전쟁몰이를 하는 미국**
미국과 영국의 전쟁선동 캠페인은 그 타이밍이 너무도 빤해서 심지어 주류언론에서조차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9월 시작됐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후세인은 끔직한 작자였으나 미국의 생존을 명백히 위협할 만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버섯 구름"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9월 초였습니다. 그때부터 후세인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가 미국인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60~70%가 그 공포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UPI 통신의 수석 정치분석가는 "10월 부시는 이라크의 위협에 신속히 대응해야 할 절박한 급박성을 얘기했지만, 두 달 전만 해도 그의 말에서는 전혀 그러한 급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다음과 같은 명백한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9월은 중간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기였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라크전쟁은 선거용이었다는 것이죠. 그는 이어 부시 행정부가 "국제적 모험주의, 선제공격이라는 새롭고 급진적인 군사전략, 그리고 정치적으로 유리하고 시기적으로도 완벽한 이라크와의 대결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더욱 확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정치 쟁점이 전면에 나설 경우 부시와 그 패거리들은 설 곳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 국민에 대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건 또 어찌된 일인가! 새로운 테러공격이나 임박한 위협에 대한 믿을 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9월이 시작되나 국가안보가 핵심 이슈의 자리를 차지하고 말다니..." 그것도 단지 알 카에다 뿐만이 아니라 무시무시하고 군사력을 갖고 있는 이라크까지 가세해서 말입니다.
많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복잡한 분석보다는 주류 인사들이 한 말을 인용하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은 부시와 그 패거리들이 "멸종 위기에 빠진 우파 과두지배세력들의 고전적 전략"을 따르고 있다며 "이는 (적들이 우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해) 대중의 불만을 민족주의적 열기로 돌려놓는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같은 전략은 워싱턴을 장악한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이 한편으로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크게 잠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통한 일방적 세계 지배"라는 그들의 공개된 계획을 추진하려고 할 때 결정적 중요성을 갖습니다.
<사전: 책표지>
이 전략은 중간선거에서 가까스로 먹혀들었습니다. 2002년 가을 선거에서 (공화당과 부시가) 근소한 차이로 이겼지만 의회를 장악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선거 분석 결과 투표자들은 사회,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행정부에 반대했지만 이들 국내정치 이슈는 안보 문제에 가리워졌습니다. 안보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경우, 유권자들은 대체로 현 집권층을 지지하기 마련입니다. '용감한 카우보이여, 빨리 나타나 우리를 구해달라'는 것이지요.
역사가 보여주듯 악랄한 정치지도자가 대중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지요. 이는 부유한 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 등이 대다수의 사람들과 미래의 세대들이 누려야할 훌륭한 삶의 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대통령선거가 시작되면 공화당의 전략가들은 국민들이 연금이나 일자리, 건강보험 등 생활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분명 원치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로서는 엄청난 적들에 의한 파괴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주고, 우리를 파괴하려는 막강한 적들과 싸우러 나서는 영웅적인 정치 지도자를 찬양할 편이 훨씬 쉽습니다. 그 적은 이란이 될 수도 있고 중남미 안데스 지역 국가들에서의 내전일 수도 있습니다. 목표물은 아주 많습니다. 그 목표물이 미국의 공격에 무력한 상대이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현 부시 행정부의 전략ㆍ인물은 레이건시대의 재판**
이러한 생각들은 현 정치 지도자들의 제2의 본성입니다. 이들 대부분이 레이건 행정부에서 재활용된 인물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죠. 그들은 또한 레이건 행정부때 사용됐던 각본들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회적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위해 나라를 적자상태로 내몹니다, 그리고 나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981년에도 그랬죠,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놓어 자신들의 명령에 복종토록 하도록 하기 위해 온갖 악마들을 불러 모읍니다. 80년대의 악마 중 하나로는 리비아의 저격수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을 암살하기 위해 워싱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얘기됐죠. 니카라과 군도 악역을 맡았습니다. 이들이 이틀내로 텍사스로 진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어찌나 심각했던지 레이건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했습니다. 위협은 또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우리를 폭격하기 위해 그레나다의 비행장을, 지도상에서 이 비행장을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용할 것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또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인을 보는 족족 죽이려 하고 있으며 카다피는 "미국인을 지구상에서 멸종시키기 위한 "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도 있었습니다. 레이건은 두렵다고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젊은이들을 파괴하려고 드는 중남미의 마약장수까지... 미국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사진: 후세인>
한편 정치 지도자들은 전체적인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대신 일부 부문에만 부를 집중시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국내 정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 또한 레이건 행정부 때의 각본을 재활용한 것이죠. 그러나 이제는 대중들도 그 내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국내외적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들이 통제력을 잃었을 때에도 이같은 구도가 해체되지 않고 제도화시키기 위해서 "멸종위기에 빠진 우파 과두지배체제의 고전적 전략"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국내 정치적인 고려보다 더 중요한 요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것들도 중요성 측면에서 국내정치전 요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9.11테러는 이라크의 거대한 석유 자원을 통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지난 1945년 미 국무부는 이라크의 석유에 대해 걸프 지역 자원의 핵심이라면서 "전략적 힘의 엄청난 근원이며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리품들(material prizes)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은 석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이 문제가 됐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정보기관은 앞으로 미국은 서반구(미주지역)와 서아프리카 지역의 보다 안정적인 석유 공급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전리품"에 대한 통제력입니다. 통제력을 장악해야 여러 모로 미국에게 엄청난 부를 몰아줄 수 있으며, 영국에도 좀 나눠줘야겠죠, 이 "전략적 힘의 엄청난 근원"을 "일방적인 세계지배"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시 일당이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세계지배라는 목표는 이제 "낡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은 물론, 미국의 보수적 주류계층(conservative establishment)마저 겁먹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상을 현실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혼란스러운 그림(mixed picture)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희망을 가져야 할 근거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멉니다.
<번역: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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