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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사실상 대 이라크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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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사실상 대 이라크 선전포고

윤재석의 지구촌 Q&A <19>

Q) 부시 국정 연설이 어제 있었는데요. 주목할 점을 간단히 먼저 정리해 주시죠.

A) 미국 대통령 연두교서, 즉 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는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는데요.

현재 지구촌 최대 현안인 대이라크전과 북한핵 관련, 각종 테러리즘 문제, 그리고 차기 미국대선을 겨냥한 미국내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의료보험 내용까지 들어가 방대합니다.

<사진 1>

부시의 연두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량국가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이라크, 이란, 북한 등에 대해 ‘Axis of evil’, 즉 '악의 축'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밀어붙인 것과 달리 부시는 오늘 “핵과 생화학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Outlaw regimes’, 즉 '무법 정권'들이 전세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톤 낮춘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오늘 연설중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북한핵과 한반도 관련 발언인데요. 부시는 “지금 북한정권이 핵개발 계획을 악용해 공포를 야기하고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으나 미국과 국제사회는 그 같은 위협공갈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부시는 미국이 현재 평화적 해결책을 위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지역 내 이해당사국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의사를 재차 천명했습니다.

부시는 이어 북한의 핵무기가 결국 북한 자신의 고립과 경제침체 그리고 지속적인 고난을 가져올 뿐이라는 점을 북한정권이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어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무장 해제하지 않고 있으며 정반대로 기만하고 있다면서 대이라크 전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 공개할 테니 2월5일 안보리 회의를 열자고 주장하면서도 독자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죠.

<사진 2>

Q) 이라크 전쟁 여부는 세계 각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부시의 국정 연설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여론이 궁금합니다.

A) 부시 연설에 대한 세계의 초점은 역시 대이라크전 관련입니다.

이에 대해 각국은 환영과 우려의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내달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시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간 미국의 대(對)이라크 강경 입장을 적극 지지해 온 하워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또 이라크가 현재 공명정대한 게임을 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를 조롱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면서 “"안보리가 본연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부시 편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을 반대하고 있는 프랑스도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가 특정정보를 갖고 있는 모든 당사국들에 대해 해당정보를 (유엔)사찰단에 제공해줄 것을 요구한 지 벌써 몇주가 지났다"고 덧붙였는데요. 말하자면 조건부환영인 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신중한 반응 속에 미국의 일방주의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인도의 외교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해 인내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모든 것이 미 정부가 일방적으로 행동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를 유보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 중국 TV방송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과 페루간 여자배구경기를 방영해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한 대부분의 나라들과 대조를 보인 것입니다. 대이라크전 강행을 기조로 한 부시의 압박 연설 자체를 평가절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Q) 유엔 안보리 협의 없이 미국이 전쟁을 발발할 가능성도 이야기되는데,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 흐름 중 주목할 내용은 없나요?

<사진 3>

A) CNN과 BBC는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대이라크전을 기정사실화 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BBC 매트 프레이 워싱턴 특파원의 분석이 특이한데요.

프레이 특파원은 오늘(30일) '미국민에게 임전태세를‘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부시의 연두교서는 후세인정권의 사악함에 대한 미국민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프레이 특파원은 부시가 이날 연설에서 군통수권자로서 대이라크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설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대이라크전에 대한 부시의 확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주요국의 반대여론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유엔사찰 보고서의 핵심은 사찰단이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며 사찰시한 연장을 촉구함으로써 부시의 대이라크 공격을 정면 반대했구요. 프랑스를 방문중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어떤 국가도 미친 행위를 저지를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룰라 대통령의 반전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19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의 전쟁영웅 노먼 슈워츠코프 예비역 장군도 이라크전쟁은 아직 정당화되지 못했다면서 부시에게 정면 도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반전입장을 견지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가 사찰단의 임무를 방해하면 러시아는 입장을 바꿔 안보리를 통해 새로운 강경 제재조치를 도입하려 하는 미국에 동의할 수 있다"며 입장 선회를 시사해 주목됩니다.

Q). 이라크 전쟁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뭔지 짚어주시죠.

A) 가장 큰 문제는 대이라크전쟁이 부시 미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입각한 밀어붙이기라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이 이라크를 치려는 속셈은 중동지역에서의 헤게모니를 확실하게 쥐겠다는 것과 원유의 안정적 확보, 이 두 가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부차적으로 미국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수산업의 경기 활성화도 포함됩니다만, 아무튼 확실하지도 않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감행과 알 카에다 같은 국제테러조직 지원을 빌미로 국제사회 대부분이 반대하고 유엔마저 신중을 요구하는 대이라크전을 강행할 의사를 연두교서에서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은 미국, 아니 부시 행정부의 제국주의적 발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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