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3일(현지시간) 스위스의 스키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개막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의 남부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세계사회포럼(Forum Social Mundial: World Social Forum)도 열렸습니다.
WEF와 WSF는 서로 대척적인 성격의 포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같은 기간에 열리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A) WEF는 단일화된 자본주의 전범(典範) 마련을 통해 세계를 한데 묶으려는 세계화 옹호 진영, 즉 '가진자(Haves)'들의 모임으로 지난 1971년 유럽의 재계인사들이 처음 다보스에 모여 출범해 '다보스 포럼'이라는 별칭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2천여명에 이르는 전 세계 정ㆍ재계 지도자들의 모임으로 성장한 WEF는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고급정보를 교환하고 한 해의 세계경제를 조망하며 흐름을 엮어내는 마당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연회비와 참가비 조로 2만5천달러(약 3천만원)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급 국제사교 클럽'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한편 WSF는 획일적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을 비판하는 반세계화 진영이 주축이 돼 결성한 이른바 '못 가진자(Have-nots)'들의 권익을 위한 모임으로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개최된 후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신생 포럼입니다.
WSF는 가진자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가 결국은 지구촌의 부익부빈익빈을 초래할 뿐, 어떠한 유익도 주지 못한다고 인식해 이를 널리 알리고 평등한 사회,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도에서 이처럼 같은 시기에 행사를 여는 것입니다.
Q) WEF와 WSF가 이번처럼 같은 시기에 대항하듯이 열렸던 적이 또 있나요?
A) WSF가 출범한 2001년 이후 계속해서 이렇게 열리고 있습니다.
다보스에서 31차 연차총회가 열리던 2001년 1월 25일,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브라질 제2의 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선 WSF의 출범을 알리는 제1차 포럼이 개막되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제32차 연차총회는 이례적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렸습니다. 사회포럼(WSF)도 1월31일~2월5일 같은 일정으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제2차 대회를 연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계 경제 수도이자 2001년 9.11테러의 최대 피해지인 뉴욕과 반세계화의 성지라할 수 있는 포르투 알레그레라는 대척점상의 두 도시에서 세계화 및 반세계화 진영간에 뜨거운 이념 대결이 벌어진 것입니다.
뉴욕 WEF는 클라우스 슈밥 WEF회장을 비롯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 등 세계 각국의 정ㆍ재계 인사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불안정한 시대의 리더십: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희망'을 주제로 호화롭게 개막되었습니다.
반면 WSF는 이 대회의 창시자로 나중에 브라질 최초의 노동당출신 대통령이 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노동당수를 비롯해 전세계의 좌파진영 및 비정부기구 대표들이 참석해 700여 차례의 워크숍과 100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WSF는 부의 재분배, 특히 남반구 및 제3세계의 부채문제와 선진국 위주로 편성된 불공정한 세계무역체제 등 자본주의 폐해 극복 대책, 문화의 다양성, 여성의 지위 향상 방안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는 한편, 두 곳 모두에서 격렬한 반세계화 시위를 벌임으로써 결국 뉴욕 WEF 포럼이 부의 분배에 대한 고민을 의제로 채택하게 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사진 1> WEF 로고
Q) 올해 양대 포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선 WEF부터---
A) 올해 다보스 포럼은 예년처럼 흥청거리는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뢰 구축(Building Trust)'이란 주제로 열리는 올해 포럼에선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 29명과 81명의 각료, 그리고 1천여명의 기업 대표를 포함해 99개국에서 모두 2천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주제를 신뢰 구축으로 채택한 것은 지난해 엔론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연쇄 회계부정 사건 여파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위기 공감대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사태 등으로 서방과 이슬람간의 불신 역시 극에 달했다는 주최측의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럼의 개별주제는 국제 테러의 주요 배후 인물로 지목돼온 알 카에다 문제를 비롯해 석유와 정치간 갈등, 세계경제 전망 및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의 충격 등 다양한 주제로 모두 270건 이상의 세미나와 토론회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다보스 포럼은 통상적으로 참석자의 60% 가량이 기업인이며 따라서 경제 문제에 회동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맞춰져왔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달리 경제보다는 국제 정세와 관련된 의제가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먼저 우선순위 1번으로 떠오르는 것은 북한핵과 관련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집중 조명입니다.
24일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하는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이 본회의장인 콩그레스 센터에서 새 정부의 포괄적인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가운데 북핵문제와 대북관계에 관한 노 당선자의 구상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어 당일 저녁(한국시간 25일 오전) 다보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이른바 `북한문제 만찬'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날 만찬에는 정 의원을 비롯해, 최근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부대사를 만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모리스 스트롱 유엔 사무총장 특사, 후지사키 이치로 일본 외무성차관보, 미하일 바탈리에비치 마르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 외무위원장 등 북한 문제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만찬을 하면서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사진 2>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의장
이어 26일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테러위협 증대로 인한 국제안보의 위협 대처방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패널이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어서 북핵문제가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낮 `신뢰, 통치, 그리고 리더십'이란 제목의 연설 및 대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관해 더욱 진전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파월 국무장관의 언급은 28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기조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포럼 기간인 27일 유엔의 이라크 사찰 보고서가 안보리에 공식 제출되고 2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되는 등 다보스 논의에 파장을 미칠 국제정치적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
<사진 3> WSF 로고
Q) WSF도 예년과는 다른 성격으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하던데요.
A) WSF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를 올해의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것은 이번 WSF가 세계화 움직임에 대한 단순한 반세계화 항의에 초점을 맞춰졌던 이전 포럼과 달리 WSF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WSF 국제위원회 베노이트 베르게르는 "이번 대회는 다보스에서 벗어나는 변화의 시점"이라면서 "포럼 참석자들은 단순히 세계화에 반대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인간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또다른 세계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세계화 운동가인 수잔 조지도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해 정체성과 대안찾기에 몰두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예년에는 WEF와 WSF의 행사 현장에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부각시켰다면 이번부터는 좀더 내실 있는 논의에 주력하겠다는 것이죠.
이번 포럼에는 이 모임의 산파역이자 이 모임이 탄생시킨 최고 영웅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전세계 157개국에서 10만명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참가하고 1천5백여개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WSF 역시 가장 뜨거운 의제는 이라크에 대한 전쟁위험이 될 것 같습니다.
대회 관계자는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유엔 안보리 사찰보고 시점인 이달 27일이 임박하면서 이라크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번 포럼에서 어떻게 평화가 달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 4> WSF의 산파 역할을 한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Q) 올해 양대 포럼을 통틀어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역시 룰라 바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라죠?
A) 그렇습니다.
앞서도 소개했다시피 룰라 대통령은 WSF의 산파역입니다. 따라서 올해 WSF도 룰라 대통령 주재로 개막될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특징은 룰라 대통령이 다보스의 WEF에도 참석한다는 점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이 출범시킨 WSF의 2003년 포럼을 개막시킨 뒤 곧바로 다보스로 날아가 브라질 대통령 자격으로 WEF에 참석하게 됩니다.
반세계화 운동가에서 한 국가의 대표로 변신한 그가 다보스에서 보일 행보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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