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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문제다"

이효성의 언론마당 <18> 방송계의 개혁과제

금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그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과 그를 당선시킨 유권자들의 요구와 기대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개혁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방송계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방송계에는 상당한 개혁이 필요하기도 하다. 개혁은 낡고 잘못된 법과 제도와 관행을 새롭게 바로 잡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들과 함께 그것들을 다루고 행하는 사람들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책임자의 교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아무리 사람을 교체해도 그에게 개혁의식과 실천력이 없으면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방송계가 필요한 개혁을 할 수 있으려면 방송의 전문성과 함께 개혁성과 실천력을 갖춘 인사가 방송계의 요직을 맡도록 해야 한다. 마침 우리 방송계의 요직에는 대대적인 새로운 인사개편이 있게 된다. 3년 전인 2000년 1월 새로운 방송법이 발효되었고, 방송위원들의 임기를 비롯해서 공영방송사의 이사와 집행부의 임기가 3년이다.

따라서 금년 2월과 3월에 방송계 요직의 임기가 끝나고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방송계에 대대적인 인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 인사의 여하에 따라서 우리 방송계의 향후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는 반드시 전문성, 개혁성, 실천력을 고루 갖춘 사람들이 발탁되는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사가 강조되는 이유는 저간의 경험 때문이다. 손질해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방송관련 법과 제도는 1999년 2월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상당히 개혁적인 수준으로 그 기초가 마련되어 현행 방송법과 관련법들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개혁된 법과 제도가 그 정신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 개혁적인 법과 제도를 취지에 맞게 제대도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사람들로 인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들이 방송계를 주도할 수 있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하는 일이 방송개혁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방송계가 이루어야 할 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방송위원회의 정책 행정 기구로의 전환이다. 현 방송법은 방송위원회를 방송물 심의기구에서 방송 정책 및 행정 기구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방송위가 과거의 심의기구적 성격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정책 행정 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말하자면, 방송위가 우리 방송영상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보다 더 확고히 구현하고, 방송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 방송의 총괄기구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위가 이런 평가를 받는 까닭은 방송위가 방송 행정과 정책을 담당함에도 강력한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조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기구로서 방송위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방송위도 정부조직법에 포괄하여 정식으로 정부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위의 지리멸렬에는 방송위원들의 전문성과 개혁성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책 행정 기구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송위를 정부 조직법상의 행정기구로 만드는 일과 함께 방송위원들의 전문성과 개혁성이 요구된다.

우리 방송계가 이루어야 할 또 하나의 개혁은 방송사들로 하여금 공공성과 공정성 그리고 개혁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 방송은 선거보도에서 신문보다 훨씬 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997년의 대선에서는 극우 군소잡지인 <한국논단>이 자가발전을 위해 주최한 어불성설의 사상검증 토론회를 거대방송사들이 체신머리도 없이 갑자기 생중계를 했는가 하면, 이번 대선 기간 동안에도 특정 방송사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방송을 했다는 지적을 많이 많았다. 법과 제도에 의해 공정해야 할 것을 요구받는 방송사가 대선에서 편파적이었다면 이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 특히 국가기간 방송사로서 KBS의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KBS는 모든 국민을 위한 방송임에도, 친일명단 발표, 서해교전 사건, 여중생 압사사건 등의 보도에서 보듯이, 국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보수세력에 경도된 보도를 하면서 개혁을 열망하는 다수 시청자의 바램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KBS는 개혁을 바라는 국민 다수의 열망에 부합하기 위해 자기개혁은 물론 사회 여타 부문의 개혁을 고무하고 선도하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KBS2의 경우에는 광고를 의식해 지나치게 흥미본위의 저질 오락 프로그램을 남발함으로써 상업방송보다 더 공익성이 낮은 방송으로 평가되고 특정 프로그램은 시민단체의 폐지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KBS는 오락 프로그램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명색이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60%를 넘고 이 때문에 오락 프로그램들이 시청율을 의식해 저질로 치닫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신료를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광고를 전면 폐지하던가 광고수입의 비율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우리 방송계의 또 하나의 과제는 방송영상 산업의 육성과 진흥이다. 우리나라는 케이블 텔레비전, 위성방송의 도입으로 200여개의 채널이 생겼다. 게다가 이동전화기를 이용한 방송 서비스도 곧 개시될 예정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방송을 위한 기술과 채널보다는 채널을 메울 컨텐츠가 더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방송영상물 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는 일이 방송계의 급선무다. 방송영상 산업을 시급히 육성하지 않으면, 문화산업의 개방화에 따라 외국의 방송영상물이 풍부해진 우리의 채널들을 메우게 될지도 모른다.

방송영상 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높이면 부가가치가 높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유망산업이다. 이미 우리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 등은 동남아시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우리 방송영상 산업이 더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에는 아직 너무도 부족하다. 우리는 하루빨리 방송영상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대방송사들이 자체제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외주제작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존 방송사가 외주제작 체제로 전환하는 일 자체가 개혁적이므로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외주제작 비율을 보다 더 큰 폭으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다 더 근본적인 방안으로 주한미군에서 되돌려 받은 채널2로 영국의 채널4와 같은 방송사를 설립하는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

채널4는 기존 방송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과 형식의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는 대안 방송사로서 영국인의 다양한 방송취향을 만족시켜 줄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에 의존하는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영국의 방송영상물 산업의 육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방송 특히 텔레비전 방송은 신문보다 더 신뢰받고 더 많이 참조되는 강력한 매체가 되었다. 이제 그 사회적 역할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과거처럼 신문에 주눅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제 우리 방송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정치권력이든 언론권력이든 과감하게 비판하고 개혁을 고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위원회는 방송 정책과 행정을 담당한 방송 총괄기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방송계의 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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