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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모아 미국 혼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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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모아 미국 혼내자”

윤재석의 지구촌 Q&A <11> 중ㆍ러의 다짐

Q) 2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푸틴의 방중 기간 내내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보여준 각별한 우의도 우의지만 양국 정상이 회담 직후 내놓은 공동성명 내용은 더욱 관심거리입니다. 우선 북한 핵 관련 현안에 대해 양국이 입장을 같이 한 것 같더군요.

A) 중ㆍ러 정상회담 후 서명한 공동성명의 상세 내용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의 최대 관심 사항인 북한의 핵 개발 관련을 비롯해 남북, 북일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포괄적인 현안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북에 대해서는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것을 주문했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이 계속되어야 하며 북일 관계의 발전도 지지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Q)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미 협상, 또는 위협의 중요한 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핵의 포기’를 거론했다는 것일 텐데요.

A) 그렇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 4강 중에서 무시할 수 없는 두 나라입니다. 특히 북한의 대형(大兄) 또는 후견(後見) 역할을 해 온 두 나라가 아끼는 아우라 할 북한에 대해 핵 개발을 포기하라고 주문한 것은, 북한 핵 의혹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주변국은 물론, 북한 핵 현안의 제일 당사자이자 최근 이 문제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로서도 대환영할 만한 ‘사건’이니까요.

Q) 앞으로 북한의 태도가 어떨지가 궁금합니다.

A) 북한이 핵 폭탄을 보유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문제는 앞으로 북한이 취할 태도인데요.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이번 입장 표명에 따라 북한이 지난 2개월여 동안 견지해 온 강경 입장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으로 북ㆍ미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끌어내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겠구요.

특히 최근 신의주 특구 해프닝으로 중국으로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른 북한으로서, 또한 올해 정상간 상호 교환 방문을 했을 정도로 러시아와 그 어느 때보다 자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 이 요구를 못 들은 체 할 수는 없겠지요.

Q) 북핵 관련 현안에 대해 북한에만 주문을 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일갈을 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A) 양국 정상은 북핵 현안과 관련된 주문에서 북한과 미국이 94년 제네바 기본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미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 시인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정보기관들을 동원해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을 개발 완료하거나 대량 수출했을 개연성을 기정사실화한 보도를 연일 내놓는가 하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 이사국인 한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기본합의 사항의 하나인 대북 지원 중유 공급을 중단키로 하는 등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미국에 대해, 함께 제동을 건 셈이죠.

Q) 다분히 의도적이고 의미심장한 촉구인 것 같군요.

A) 물론입니다. 미국의 일방주의, 또는 일극(一極)체제 고착화에 대한 양국의 불편한 심기를 ‘제네바 합의 촉구’라는 말로 말문을 연 것이라 하겠습니다.

미국의 반응이 궁금합니다만, 그동안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고 분노해 온 미국에게 “그런 주장을 하려면 당신도 스스로도 제네바 합의를 지키라”는 경고인 동시에 지구촌에서 실제로 사실상의 ‘불량국가(rogue country)’행세를 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인 것입니다.

Q) 미국의 일방주의, 일극체제의 고착화라면 어떤 것인가요?

A) 빌 클린턴 행정부와 대비되는 부시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모두 유쾌하지 못한 대상입니다. 부시는 공화당 후보시절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라고 공공연히 떠벌였다가 중국측의 강한 반발을 샀을 정도로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사이이고, 푸틴 또한 부시의 일방통행식 세계 전략 환경 재편 기도에 대해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하지만 기회만 있으면 브레이크를 걸고 싶은 심정입니다.

부시가 내심 중동지방의 원유 확보와 군수산업 활성화를 위해 강행하고 있는 대 이라크 공격 추진도 양국으로선 못마땅한 현안입니다.

Q) 중ㆍ러 양국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강도 높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뭡니까?

A) 사실 요즘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집단을 제외하고는 미국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적인 세력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 이라크 공격건만 해도 반대가 대세였던 유엔안보리(물론 이 속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돼 있습니다)가 유엔 결의안 1441호를 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세계의 판도를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부시 정권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근자에 들어 미국이 보이는 강력한 팽창주의 때문입니다. 냉전종식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도미노 붕괴사태 이후 세계 경영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노골적인 면모를 보여 온 미국은 지난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이같은 독단 논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국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발생한 9.11테러 이후 미국은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지구촌 전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산시켜 오고 있고 작년 10월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은 아프간과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이어 최근 카프카스 지역의 그루지야까지 파병을 결정해, 그 촉수를 전 지구에 뻗치고 있으며 특히 옛 소련 휘하의 나라들에 파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서부 벨트는 이들 나라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상하이(上海) 협력 기구’ 회원국이거나 잠재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에워싸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군사력면에서도 양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같더군요.

A) 미국의 2002-3회계연도(10월1일-내년 9월30일) 국방예산안은 3천7백90억달러로 지난 회계연도보다 무려 14.5%(4백80억달러)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난해 국방예산 규모를 보면 미국의 국방예산(3천3백10억달러)은 러시아(6백억달러), 중국(4백20억달러), 일본(4백20억달러), 영국(3백40억달러), 사우디(2백72억달러), 프랑스(2백53억달러) 등 2-7위국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규모보다 큰 규모입니다. 한마디로 물량 작전으로도 미국을 감당할 나라가 지구상에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Q) 결국 냉전시절처럼 미국에 대항할 독자적 파워를 갖추지 못한 양국이 힘을 합해 보자는 뜻이군요.

A) 그래서 우선 국제 안보 부문에서 양국은 이번에 이른바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관계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기도에 대해서는 현재 유엔 결의안에 따라 무기 사찰이 진행되고 있는 유엔의 새로운 결의가 나올 때까지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고 테러에 대한 대응도 상하이 협력기구의 틀 안에서 국제적인 테러 대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Q) 미국에 대한 공동 대항도 중요하지만, 푸틴의 이번 중국 방문에선 상호 신뢰의 확인과 협력 강화도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던 것 같더군요.

A) 소련 해체 이후 관계 회복이나 선언적 협력 단계에 머물렀던 양국 관계가 푸틴의 방중으로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동반 협력관계를 실천하는 쪽으로 성숙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에서 양국은 원자재 및 첨단기술 분야의 경협 확대, 군사기술 및 무기새발 지원 등에 합의했는데 특히 25억달러 규모의 시베리아 안가르스크 유전~헤이룽장성 다칭간 송유관 연결 프로젝트 합의는 양국 경협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로 알려졌습니다.

Q) 중국과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밀월을 즐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데요. 그 기저엔 어떤 계산이 깔려 있을까요?

A) 사실 지난 수년 중ㆍ러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찰떡 궁합 상태입니다. 지난 1999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후 2000년엔 새로 집권한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이어 작년엔 장 주석이 러시아를, 그리고 이번에 푸틴이 다시 중국을 방문해 최근 몇 년 동안 양국의 정상이 매년 교차 방문해 온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상호 밀착과 협력 및 동반자 관계 구축이 21세기 양국 국가 발전전략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죠.

특히 이번 푸틴의 방중은 중국 지도부가 후진타오(胡錦濤) 신임 총서기 등 제4세대 지도자들로 개편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번 방중 기간중 푸틴이 이들과 상견례를 가진 것이 주요 일정에 포함된 점 등은 중ㆍ러 관계가 앞으로도 순탄하게 항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유익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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