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외국 주재 외교관들을 통해 미국 뉴욕타임스, 홍콩 명보, 독일 노이에스도이취란트(ND) 등 주요 외국 언론들에게 연일 피력하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 명보는 5일(현지시간) 이도섭 홍콩주재 북한총영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기세를 꺾으면 북한도 대화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도섭 총영사는 인터뷰에서 "최근 많은 사람과 신문들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거부했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북한은 핵무기 혹은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상당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미국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화채널을 회복하고 싶었으나 켈리는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우리가 핵무기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총영사는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은 인정했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우리가 왜 이렇게 대답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남이 나를 침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침범하지 않는다. 북한은 작은 나라일 뿐이나 미국은 적대적인 태도로 우리를 핍박하고 있다. 시종 우리는 대화를 통한 위기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최근 경제개혁 조치와 관련해 "평양은 이번 위기를 해결한 후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외부의 의심과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방면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우리는 대화를 희망하나 결코 미국에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등한 입장에서의 북미간 대화재개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4일(현지시간) 독일 전국지 노이에스도이취란트(Neues Deutschalnd, ND)를 통해서도 "미국이 핵합의를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미국 특사에게 북한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핵무기보다 더 성능이 나은 무기들도 보유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시인한 것은 핵개발계획이 아니라 이를 보유할 수 있다는 '권리선언'이었다는 말이다.
박현보 주독 북한대사는 핵무기 개발 권리를 강조한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은 우리에게 언제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무장해제 후에야 우리와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정상적인 논리다. 우리가 어떻게 빈손으로 위협에 저항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협박 시도들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3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끝낼 의지가 있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모든 안보 우려를 대화로 풀어갈 용의가 있다"며 강력한 대화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다음은 홍콩 명보의 이도섭 북한총영사 인터뷰와, 독일 ND의 박현보 주독북한대사 인터뷰 기사의 요지이다.
***홍콩 명보 '미국이 기세를 꺽으면 북한도 대화를 원해'**
북한의 핵 개발 발표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도대체 당시 평양 관리가 켈리에게 무슨 말을 했었으며 북한은 정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이도섭 홍콩주재 북한총영사는 핵무기 언급은 피했지만 북한의 태도를 명확히 언급하고, 하지만 미국이 강경 입장을 바꿔 평등한 입장에서 평양과 교섭한다면 북한도 대화를 통해 이번 분쟁을 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지난 2일 이뤄진 방문인터뷰에서 이도섭 총영사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많은 사람과 신문들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 포기를 거부했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 혹은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를 묻자 이도섭 총영사는 "얘기가 길다"며 부시 정부의 패권주의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클린턴 전 행정부와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했으며 지난달에 이르러서야 켈리 특사를 평양에 파견했다. 이 총영사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상당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미국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다. 우리는 대화채널을 회복하고 싶었으나 켈리는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우리가 핵무기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으며 또 우리가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대화재개를 바라지도 말라고 했다. 그의 태도는 상당히 거칠고 무례했다. 그래서 우리측 관리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위력이 더욱 큰 어떤 무기도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 보유를 인정했단 말인가? 이에 대해 거의 40년 외교관 생활을 해온 이도섭 총영사는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우리가 왜 이렇게 대답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남이 나를 침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침범하지 않는다. 북한은 작은 나라일 뿐이나 미국은 적대적인 태도로 우리를 핍박하고 있다. 시종 우리는 대화를 통한 위기 해결을 희망한다. 미국이 강경 태도를 바꾼다면 우리는 핵 안전을 포함해 그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평등을 기초로 상호간의 분열극복을 희망하며 이미 미국에 다음의 세가지 대화재개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상호불가침조약 체결과 북한의 주권 존중, 그리고 경제제재조치 해제 등 북한의 경제발전 비방해이다.
이 총영사는 하지만 대화모색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미간 대화가 반드시 평등한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적대적인 태도로 북한을 대하면서 94년 서명한 양국의 '핵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설치하고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약속불이행으로 핵무기 사찰을 거절했느냐는 질문에 이 총영사는 "만약 미국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우리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명확하지 않은 핵무기 문제를 갖고 어떻게 한국과 일본의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나는 일본이 왜 그처럼 관심을 갖는지 알고 있으나 우리의 관계수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이다. 일본의 핵 안전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견해와 커다란 관계가 있으며 이 또한 그들의 불신임을 반영한다. 우리는 핵무기 문제를 분리하여 일본과 관계정상화 교섭에 몰두하고 싶다. 이는 앞으로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총영사는 켈리 미 특사가 평양 방문시 '북한이 타협하지 않으면 북일관계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실제로 한국과 일본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양국에 압력을 가했을 것이며, 바로 이러한 배경하에서 북한이 납치됐던 일본인들의 고향 방문을 허가함으로써 또 다른 문제가 파생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최근 북한은 적극적으로 경제개혁을 계획하고 있으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안정 여부가 외국자본 유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 총영사는 이를 인정하고 "이번 북미 분쟁이 북한 경제발전에 저해가 될 것이나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위협을 받는 상황 때문에 북한은 현재 여전히 '군사우선'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경제회복에 급급하고 외교고립을 타파하려는 틈을 타 북한의 양보를 강요하는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동감을 표시하며 "하지만 북한이 가볍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영사는 "평양이 이번 위기를 해결한 후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외부의 의심과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방면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우리는 대화를 희망하나 결코 미국에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이에스노이취란트(ND) '핵무기 보유 권리?'**
ND: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소식은 이곳에서도 큰 우려를 자아냈다.
박보현 주독북한대사: 독일인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야기된 원인은 미국측에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북한에 대한 핵 선제 공격 위협을 가했다. 이것은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다.
ND: 미국은 어떻게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인가?
박 대사: 미국 특사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0월 25일 성명에서 미국이 제기한 핵개발 비난을 반박했다. 긴장이 고조된 원인은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가 남한을 포함한 전세계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데 있다.
1994년 북미핵합의에 의하면 북한은 흑연감속형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2003년까지 2기의 경수로를 건설해 줄 의무가 있다. 핵합의가 체결된 지 8년이 지났는데 첫 경수로 건설공사가 몇 달 전에야 착공됐다. 핵합의 제2조는 북미 양국이 정치적ㆍ경제적 관계를 정상화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계속 위협과 경제제재 정책을 취해왔다. 핵합의 제3조에 의하면 미국은 북한을 향해 어떤 핵무기도 투입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 목표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이 핵합의를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미국 특사에게 북한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핵무기보다 더 성능이 나은 무기들도 보유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ND: 핵위협이 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박 대사: 미국이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며 경제발전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든 현안을 협상을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
ND: 핵무기 개발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인가?
박 대사: 미국은 우리에게 언제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무장해제 후에야 우리와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정상적인 논리다. 우리가 어떻게 빈손으로 위협에 저항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협박 시도들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의지이다.
ND: 북한은 미국과 조약상의 합의를 이룰 경우 핵사찰에 동의할 용의가 있는가?
박 대사: 미국과의 핵합의 제4조에 의하면 핵사찰은 터빈과 발전기 그리고 다른 경수로 부품들이 북한에 공급된 후에 실시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벌써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사찰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핵합의중 한가지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ND: 북한은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가? 북한은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제조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
박 대사: 앞에서 언급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답변을 참조하기 바란다.
(박현보 주독북한대사(64)는 3년 전부터 독일에 근무하고 있으며 대사 부임전 북한 외무성 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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