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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걸프전과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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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2 걸프전과 세계경제

윤재석의 지구촌 Q&A <8>

<한동안 '지구촌 Q&A'를 비워 죄송합니다. 이번 Q&A는 제가 지난 10월7일 오후 부산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경제의 이해'시간에 행한 특강 '미국의 대(對)이라크 공격과 세계 경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중 이라크전(戰) 발발 가능성과 경제전망 및 경제 관련 수치는 최근 상황으로 바꿨습니다.>

Q)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를 대상으로 한 제2차 걸프전을 개전키로 확정한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가 더욱 침체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이라크발(發) 세계 공황의 서막'을 타이틀로 내건 성급한 언론까지 있을 정도로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방침은 지구촌 전역을 우려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A) 가장 가시적인 것이 각국 증시의 동반 추락 현상입니다. 요 며칠 반등하기는 했습니다만 미국 증시는 지난 9일 다우지수가 5년래 최저치인 7286.27, 나스닥지수는 6년만에 최저치인 1114.11로 마감된 것을 비롯해 각국의 증시가 모두 연일 하락하는 동반 추락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의 경우도 14일을 기점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역시 하향이 잦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른 미국이 올해 들어 '대이라크 전쟁'을 획책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독일과 프랑스조차 반대 입장인데요. 사실 미국의 경제가 또다시 전쟁을 할만큼 건강한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A) 미국 경제는 클린턴 2기 마지막해인 지난 2000년 3월 주가 폭락후 그해 가을, 정보기술(IT) 거품의 소멸로 신경제가 받쳐주었던 펀더멘털이 붕괴되면서 유래 없이 9년간의 최장기 호황을 뒤로하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해 최근에는 아주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지난달 24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시카고은행의 로버트 맥티어 총재가 전미기업경제모임에서 "미국 경제가 뭔가 잘못 돼 가고 있다"고 발언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발언이 있기 며칠 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연방기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2명의 FOMC 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이날 발언 후 나온 9월 중 시카고지역구매관리자협회의 제조업지수는 48.1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8월 54.9였던 이 지수가 후퇴를 시사하는 50 이하를 나타낸 것은 지난 1월 이래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의 도래 조짐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 같더니 다시 불황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 말고도 미국 경제의 저성장을 예고하는 지표는 너무 많습니다. 골드먼삭스는 지난 1일 미국이 올해 당초 예상치인 3%보다 낮은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회사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고 있어 걱정"이라며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는 등 경제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업활동의 둔화와 함께 그동안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도 점차 힘을 잃어가는 모습인데요.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3.3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해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밝은 부분을 꼽으라면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택시장이 그나마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초저금리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 신규 및 기존 주택의 판매가 양호한 편입니다. 하지만 주택 착공은 감소 기미를 보이기 시작해 부동산경기도 이제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향후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민간 경제조사기구인 컨퍼런스보드가 전날 발표한 8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0.1% 하락)보다 나쁜 0.2%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3~6개월 후의 경기를 짚어볼 수 있는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올해 최저였던 지난 1월 수준으로 밀렸습니다.

Q)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까요?

A) 호매츠 골드먼삭스 부회장은 올해 말~내년 초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놓았지만 FRB는 당분간은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최근(9월24일) 천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보다 취약한 경제 여건이 미국 경제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긴 FRB의 발언은 물가보다 성장이 우려되는 형국이라는 얘기로 한마디로 금리를 더 낮출 여유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측은 이같은 FRB의 태도를 "FRB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실탄을 아끼고 있다"는 비유로 대신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은행 간 하루짜리 대출에 적용되는 연방기금 금리)는 연 1.75%로 40년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Q) 지금 미국이 경제를 비롯한 제반 상황이 11년 전의 '제1차 걸프전'때와 닮은꼴이라는 분석도 있죠?

A) 미국 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현 상황은 미국이 이라크를 처음으로 공격했던 11년 전(1991년1월17일) 직전과 유사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전쟁 당사자가 미국과 이라크라는 점이 그렇고 미국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미국 정치 일정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죠.

1차 걸프전 당시보다 더 나쁜 측면도 있습니다. 1차 걸프전 때 FRB는 경기부양을 위해 전쟁 전 8.0%였던 금리를 91년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6.25%로 인하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 금리수준은 지난해 연이은 인하 조치로 1.75% 수준까지 떨어져 40년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아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탄력있는 통화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Q) 미국경제에 연동된 세계 경제가 침체된 미국 경제와 이라크 공격 수순 밟기에 따라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A)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최근의 세계경제를 '더블 딥'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더블 딥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라는 심각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즉,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산과 물가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우선 미국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투자가 7분기 연속 감소하는, 즉 1년9개월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잡지는 지난 2년간 미국이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어 낙관할지 모르지만 이는 물가 상승과 GDP갭(실질 GDP-잠재 GDP)의 관계를 간과한 소치라 고 지적했습니다.

물가의 향후 진로가 대체로 GDP갭의 크기에 달려 있다는 논리인데 실질 GDP가 잠재 GDP수준 미만일 경우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GDP가 잠재 수준까지 다시 높아져 마이너스 상태의 GDP갭이 사라질 때까지 물가가 계속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죠.

미국의 GDP성장률이 잠재GDP성장률(3~3.5%) 미만에 머물러 있을 경우 GDP성장률갭은 확대될 것이며 물가 하락 압력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올해 미국의 예상 GDP성장률이 2.0%이고보면 미국이 이미 디플레시대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올 만 합니다.

그 여파로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도 4분기 연속 경제성장이 감소한 끝에 지난 2․4분기 2.6%성장을 기록했으나 소매매출은 4.8%가 감소했고 디플레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경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특히 세계 3강이라는 독일 경제는 기업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전망인데요. 전문가들은 올해 유로화권 성장전망을 1%미만으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입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일시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고유가의 영향은 물가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며, 고유가는 성장을 억제하는 세금과 같은 작용을 해서 중기적으로 디플레 위험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죠.

Q) 미국 경제의 취약성과 세계 경제의 침체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A) 간단히 말해 이른바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를 표방한 팽창주의의 노골적 발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1991년 가을 소련의 해체로 유일 초강대국(Hyper power) 자리에 오른 미국은 '지구촌 경찰' '세계의 헌병'을 자임하면서 세계 경영의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2001년 초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같은 독단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발생한 9․11테러 이후 미국은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지구촌 전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산시켜 오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은 아프간과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이어 최근 카프카즈 지역의 그루지야까지 파병을 결정, 그 촉수를 전지구에 뻗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의 나라들이 예전 소련 휘하에 있었던 나라들인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지난 1월 20일 취임후 최초로 행한 연두교서에선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이른바 '악의 축(Axis of evil)'로 지칭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면서 지구 관리에 대한 야심을 유감없이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팽창주의적 태도를 절묘하게 꼬집은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9월24일 영국 채널4TV는 '로마: 제국의 모델'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천년전의 로마제국과 놀라울 정도의 유사점을 갖고 있는 미국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세계 경영 본능'을 꼬집었습니다.

영국 역사학자들의 분석을 토대로 소개한 미국과 로마의 유사점 중에서 혀를 차게 하는 절묘한 비유를 몇 개 골라 봤습니다.

▶압도적인 군사력 = 로마는 당시의 초강대국으로 최고의 훈련과 최대의 예산, 최상의 장비 등으로 무장한 군대를 자랑했다. 미국은 국방예산(2002~3년 회계연도 3790억달러)이 뒤를 잇는 9개국의 국방예산 합계보다 더 커서 지구상 어느 곳에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기술적 우위로 미국은 이제 경쟁상대가 없다.

▶식민지 = 미국은 과거 로마나 영국이 했던 것과 달리 공식적인 식민지를 거느리지 않지만 전 세계 40여개국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거나 군사기지 사용권을 갖고 있어 이들 국가를 직접 통치할 경우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역사학자 챌머스 존슨은 전 세계에 걸쳐 수백 개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기지들이 과거 제국식민지의 현대판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의 190개 회원국 가운데 132개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세계 구석구석에 군부대를 두고 있는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로마적이다.

▶검투사 경기와 군사작전 중계방송 = 로마의 제국교과서 제1과는 거대한 군사력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전 세계가 그 힘을 알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는 당시의 선전기술로 콜로세움에서의 검투사 경기를 통해 세계에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고 오늘날에는 미국이 군사작전을 24시간 중계 방송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도로와 라틴어-인터넷과 영어 = 제국교과서 제2과는 기술의 중앙집중. 로마는 병력과 보급물자를 이후 1천년이나 따를 자가 없을 정도의 놀라운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해준 곧은 도로를 갖고 있었다. 또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이 엔지니어링의 혁신이 로마를 상업적으로도 부흥시켰다. 로마의 이 곧은 도로들은 오늘날 미국에서 정보고속도로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인터넷도 군사적인 도구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미국 상업의 중심이 됐다. 그 과정에서 영어는 로마시대의 라틴어처럼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변방의 반란과 후세인, 빈 라덴 = 로마제국의 변방에는 변방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이 한때 총애했던 사담 후세인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때 훈련시켰던 오사마 빈 라덴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공통점 = (두고 봐야 할 사항이고 미국인들이 로마와 자신들을 동등하게 놓기 두려워하는 점) 제국은 쇄하며 멸한다는 역사적 사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로마를 멸망으로 이르게 한 '과잉확산'의 유혹에 굴복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게 반미주의자들의 주장이다.

Q) 미국이 주체할 수 없는 국방력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분석도 있죠?

A) 미국의 2002-2003회계연도(10월1일~내년 9월30일) 국방예산안은 3천7백90억 달러로 지난 회계연도보다 무려 14.5%(4백80억달러)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는 20년만에 최대규모로 하루에 10억 달러 이상을 국방비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특히 2001 회계연도에 52억달러였던 테러전쟁 예산은 2백72억달러로 늘어 증가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주요국 국방예산은 러시아(6백억달러), 중국(4백20억달러), 일본(4백20억달러), 영국(3백40억달러), 사우디(2백72억달러), 프랑스(2백53억달러) 등입니다.

Q) 1개 지역사령부로도 독자 전쟁수행 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죠?

A) 그렇습니다.
미군은 9개 통합군사령부로 나뉘어 있는데 통합군이란 한 사령부안에 육․해․공군이 모두 소속돼 작전을 수행하는 연합체제를 말합니다.

일단 통합군사령부는 크게 지역을 기반으로 한 5대 지역사령부와 4대 특수사령부로 나뉩니다.

주한미군이 소속된 태평양사령부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한 중부사령부 등이 바로 지역사령부들이죠. 이들 지역사령부 아래에는 각군으로부터 편성된 육․해․공군과 심지어 특수부대까지 있어 지역사령부 하나로 독자적인 전쟁이 가능합니다.

Q) 결국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재미를 보는 세력은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라는 얘기도 거의 상식화된 비밀 아닙니까?

A) 당연합니다. 미국의 국방력은 바로 미국의 군수산업과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미국의 공화당 정권이 군산복합체와 긴밀한 공생관계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탈냉전시대의 도래로 한때 주춤했던 미국 군수산업은 최근에 다시 '빅뱅' 궤도로 진입했습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2백70억달러)'과 '미사일방어(MD)계획(6백억달러)'은 군수산업을 키우는 기초이며 논리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시의 MD 계획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로비와 맞물려 무한질주하고 있습니다. "부시의 '악의 축' 규정은 MD구축을 위한 발언"이라는 조지프 바이든 상원외교위원장(민주)의 일침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형 군수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한 천문학적 규모의 미 국방예산은 결국 군산복합체를 살찌우는 원동력인 셈이죠.

Q) 이미 지구촌이 미국무기로 뒤덮여 있지 않습니까.

A) 현재 전 세계에서 팔리는 무기의 절반이 미국산이라고 합니다. 유혈 충돌을 반복하고 있는 중동에서부터, 수십년 적대관계인 핵보유국 인도,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무기 판매는 거의 무차별적이어서, 보잉(96년 맥도널 더글러스 합병 방산부문에 뛰어듦),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같은 미국의 초대형 군수업체들은 98년 이후 매년 50~100%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가속화한 것은 9․11 테러입니다. 이 사건은 백악관이 방위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도록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장애물은 저절로 걸러졌고 군사전략 강화→국방예산 증액→군수산업 활황→국방력 증대라는 흐름도가 자연히 형성됐죠.

미국 노동인구의 2%(2백20여만명)를 고용하고 있는 미 군수산업은 평화유지라는 명분 외에 경제활성화, 고용안정이라는 부수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원유의 안정적 확보 및 중동에서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미국이 이라크를 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A) 9․11 이후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사우디를 '악의 핵'으로 규정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아주 차갑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사우디 내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우디 정부가 마침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석유회사들의 유전 개발 참여를 금지시키기로 하는 등 양국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사우디를 대체할 원유 공급원으로 이라크를 꼽았던 것이죠. 이 와중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국을 소외시키고 동맹세력을 만들기 위해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석유기업들에 총 4백40억 배럴에 이르는 이라크 유전의 개발권을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최대의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원유매장량을 합친 엄청난 규모이거든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에 집착하는 근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원유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이라크 반체제 세력들이 "후세인 정권 전복에 협조하지 않은 나라들은 신(新)정부가 수립되면 후세인 정권과 맺은 석유공급 계약이 휴지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이라크 공격은 신정부 하에서 유전개발계획을 미국의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장악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와 관련해 미국의 진보주간지 네이션 10월7일자는 "대(對)이라크전쟁은 병사와 국민의 피를 담보로 한 석유전쟁"이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Q) 부시의 공화당이 11월5일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전쟁 카드를 쓴다는 분석도 있죠?

A) 그래서 미국 민주당이 발끈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는 지난 9월25일 "부시가 이라크 공격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공격 결의안의 의회 표결에 반대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물론 이같은 엄포와 달리 지난 9일과 10일 미 연방 하원과 상원은 연이어 부시의 대 이라크 공격 결의안을 승인했음)

대슐 원내총무는 이날 상원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을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고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부당하게 상원을 공격한 데 대해 정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이틀전 부시가 중간선거 유세에서 국토안전부 신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국가 안보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거든요.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50석으로 공화당보다 1석이 많습니다. 이번 선거에선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석의 3분의 1을 새로 뽑을 예정입니다.

Q)) 전비(戰費)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까?

A)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이 9월16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전 비용은 최대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미국의 GDP가 약 10조달러임을 감안하면 전비는 1천억 달러(1백20조원)~2천억달러(2백40조원)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돈으로 침체되어 가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속셈이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유가상승과 그로 인해 소비지출이 조금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정부의 지출 증가가 자극으로 작용, 더블 딥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Q) 이라크 공격 시기는 언제가 될 것 같습니까?

A) 현재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공격 일정은 대략 내년 1~2월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들어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3일 로이터통신은 미 해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올 연말까지 항공모함 4척을 이라크 공습이 가능한 작전반경 내에 배치 완료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습니다.

현재 이라크 공격이 가능한 거리에 배치돼 있는 항모는 지난 6월부터 지중해 부근에 주둔중인 조지 워싱턴호와 7월부터 걸프 해역에 정박해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호 등 2척이거든요.

그런데 미군 중부사령부 출신의 해군 예비역 장성인 스티븐 베이커에 따르면, "현재 주둔 중인 2척 외에 추가로 항모들이 배치되기 전에는 이라크 공격이 힘들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공격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론 조기 공격설도 없지 않습니다.
베냐민 벤-엘리저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달 4일 미국이 11월말까지 이라크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중동문제 전문 소식지인 미들이스트 뉴스라인은 미국이 11월말 이전에 대이라크 군사공격에 돌입할 계획임을 이스라엘에 통고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최대의 행사인 라마단이 11월6일~12월5일 한달 동안 진행되는 관계로 적어도 이 기간동안은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식적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12월6일 이후에나 공격이 가능하리라는 것입니다.

Q) 이라크 공격 후의 시나리오는요?

A)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 목적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트리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벌써부터 이라크 민족회의, 쿠르드 애국연합, 쿠르드 민주당, 입헌군주제 운동, 이라크 민족화합, 이라크 이슬람 혁명 최고 평의회 등 이라크 반정부 조직들을 규합하고 이들을 포스트 후세인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세인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력한 반면, 이들 반정부 세력간 알력과 불신이 너무 극심해 포스트 후세인의 대안으로 삼기는 커녕, 통합 자체가 난망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실시되는 이라크 대선은 후세인에 대한 신임 투표성격을 띠고 있는데, 지난 79년 집권한 후세인을 95년에 이어 이번에도 99%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재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고 보면 미국의 시나리오가 그리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영국 BBC는 지난달 이라크 전쟁이 야기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상정했습니다.

<미군의 파상 공세로 이라크에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고 주변 아랍국들의 수도에서는 대규모 반미․반정부 시위가 벌어진다. 중동지역 정부는 폭압정치를 통한 대응에 나서고 그 중에 한 나라가 무정부상태에 빠진다. 후세인은 스커드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은 보복공격에 나서며 결국 팔레스타인 분쟁은 역내 대결로 확산된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후세인 암살 시나리오입니다.
아주 그럴듯한 이 시나리오는 그 동안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았는데, 의외의 곳에서 터져나와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죠.

바로 지난 1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에 의해서인데요.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라크 전쟁 비용에 관한 질문에 "만일 이라크 국민이 그 일(암살)을 한다면 총알 한 개의 비용이 더 바람직하고 더 싸게 먹힐 것"이라면서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정권교체는 환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물의를 빚자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은 `암살'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라고 말을 바꿨지만 미국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입니다.

Q)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우려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더군요.

A) '제2 걸프전은 이라크발(發) 세계 공황의 신호탄인가!'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라크발 세계공황'이라는 헤드라인을 성급하게 뽑아내는 언론도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불황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미국의 회계부정 사태로 촉발된 세계 증시의 불안도 여전하기 때문이죠. 석유자원의 보고인 중동 지역을 뒤흔들 전쟁이 인류 최대의 에너지원인 석유 공급 불안을 야기할 경우,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지난 9월29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폐막 전날,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은 "걸프지역의 전쟁위기로 유가인상, 주가하락이 잇따라 세계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대이라크 공격의 주도국인 미국, 영국의 반대로 공식발표문에서는 빠졌지만 프랑스의 프랑시스 메르 재무장관은 회담 직후 "이라크 문제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죠.

G7 재무장관들은 회의 뒤 성명을 통해 "세계경제에 리스크(위험)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Q) 세계 경제 뿐 아니라 미국이 그토록 회생을 희구하는 미국 경제에도 암운을 드리울 우려도 나오고 있죠?

A)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17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미 경제에 더블 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가하는 등 제1차 걸프전 때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내는 물론 해외의 경제전문가들도 1991년 걸프전이 미국 경제에 미쳤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고 이같은 선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 공격에 따른 직접 비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전쟁의 실질적인 대가는 지난 91년처럼 단순한 재정적자 확대 측면을 넘어 더 큰 경제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우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에 나설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이번 전쟁은 리스크를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번처럼 단순히 적을 격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축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코너에 몰린 후세인 정권으로선 필사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Q) 문제는 유가(油價) 아니겠습니까?

A) 일단 전쟁이 터져 이라크의 원유공급이 중단되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것이나 문제는 상승폭과 지속 기간입니다. 분석가들은 "6~9개월 가량 고유가가 지속되면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상식적으로 봐도 유가 폭등은 물가 상승을 유발,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기 금리인상은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겠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소비부문마저 정체될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 더블 딥이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가는 중동의 위기가 재연될 때마다 어김없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악재였습니다. 72년 1차 오일쇼크 때는 당시 배럴당 3달러 수준이던 유가를 네 배(12달러)나 끌어올렸고. 이란 혁명으로 촉발된 79년 2차 오일쇼크 때는 배럴당 12달러였던 유가가 24달러로 두 배가 됐으며 이듬해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가세하면서 처음으로 35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91년 1월 제1차 걸프전 당시 배럴당 17달러 선이던 유가는 급기야 40달러까지 폭등했구요.

비관론자들은 전쟁의 충격을 간과하지 말라고 경고하곤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후세인이 막가는 경우인데요. 한 석유문제 전문가는 후세인이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으로 통하는 송유관을 파괴하는 것은 세계무역센터 공격보다 손쉬울 것"이라며 "사우디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Q) 대이라크 공격이 단기적 악재에 불과하고 이미 충격이 많이 흡수됐다는 주장도 있죠?

A) 올들어 배럴당 10달러가 올랐고 지난 6월 부시의 무력응징 선언이후 25%가 올라 이미 원유시장이 면역력을 갖춘 상태이고 당장 이라크의 원유 생산(현재 하루 1백50만~1백70만 배럴)이 끊긴다 해도 세계 일일 산유량(7천6백만 배럴)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고, 또 70년대와 달리 산업의 원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데다 여러 차례 중동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이 남미, 러시아 등지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해 이미 유가 충격은 많이 흡수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이 전반적으로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 악재(惡材)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많이 제기되고 있구요.

파이낸셜 타임스(FT) 14일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왕 칠 거면 빨리 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축도 있다고 합니다.

Q) 심지어 세계 경제가 오히려 좋아진다는 역설도 나오고 있다죠?

A)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이긴 합니다만,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정식으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랜트 알도나스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은 지난 2일 "이라크전으로 인한 복합적인 효과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테러위협의 한 근원을 잘라내 세계경제에 드리운 암운을 제거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동시에 이번 전쟁은 이라크가 생산하고 있는 원유의 국외 유출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결국 제조업 등 원유소비자들에 대한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보다 보름전쯤인 9월15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대이라크 공격의 충격이 제1차 걸프전보다 훨씬 작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쟁의 경제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유가가 과거처럼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죠.

오히려 전쟁을 위해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경제에 긍정적인 자극을 줘 '더블 딥'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인접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다시 폭등할 수 있으며 미국경제는 다음 회계연도에 막대한 재정적자로 신음하게 된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만 말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이 10월2일 '대이라크전과 세계 경제'제하로 설파한 기고문은 중도적 관점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일독할 만합니다.

다음은 그 일부입니다.

<전쟁에 대한 전통적․교과서적 견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부양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단순논리로 설명하기에는 이라크 전쟁은 너무 복잡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와의 전쟁은 비단 국지전(局地戰)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 상품 및 서비스는 물론 투자의 흐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다. 생산이 줄어들 뿐 아니라 투자자 및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민간소비 및 투자 또한 급감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군비 지출 증가로 인해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들은 부정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무역 감소, 유가 상승, 외국자본 유입 감소, 투자 위축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다.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전쟁을 단기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경우 이라크 석유 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재빨리 확보함으로써 국제 원유가의 하락 안정은 물론 이라크의 전후 복구 지원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또 전쟁이 빨리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의 전후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잘못하면 중동 전체가 정치적․군사적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Q) 경제라는 것이 이제는 모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연동하는 생물이기에 제2의 걸프전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A)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감행되어도 국내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쟁이 터지더라도 단기전이 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유가상승에 따른 타격이 우려되지만 고유가 추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세계경제의 일시적 침체가 오더라도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죠.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지금은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둔화세에 따라 석유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공급과잉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쟁이 발발해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30달러 이상의 유가 급등세는 1개월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2의 걸프전은 거시경제 보다는 증시와 연관된 개별 업종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기도 하구요.

동원증권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연료 수입비중이 높은데다 달러표시 차입금이 많은 전력․가스업종과 운송업종이 단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대표업종은 전세계적인 소비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렸습니다.

앞서 미국과 세계 경제를 전망했던 골드먼 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은 한국경제에 대해ꡒ이라크 사태 등으로 경제가 나빠진다면 한국정부가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ꡓ이라며 ꡒ전쟁에 관계없이 한국경제는 안정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ꡓ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도 세계 경제를 이끌 나라로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꼽아 낙관적 전망을 재확인했습니다.

AWSJ은 14일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세계 경제의 회복을 선도할 나라는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한국 중국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경제의 주요 주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신용대출 증가로 인한 내수 호조에 힘입어 올해 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실제로 전세계 경제회복을 주도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미국경제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현재로서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긍정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Q) 그보다는 근본적인 불안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던데요.

A)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한국경제에 줄 임팩트보다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이 더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앞서 AWSJ의 평가에서도 봤듯이 우리 경제의 모습은 괜찮아 보입니다.
경제성장률을 봐도 지난해 3%의 저성장에서 벗어나 상반기에 6.1%나 성장했고, 하반기에도 6%대 성장이 예상됩니다.

문제는 성장의 질인데요. 투자와 수출에 힘입은 성장이 아니라 돈을 풀어 만들어낸 성장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겁니다.

저금리 기조를 지속한 결과 통화 증가율은 지난해 9.6%에서 지난 6월 13.5%까지 치솟았습니다. 자연히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부동산 값이 치솟았습니다.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은 지난해 말 68조8천억원에서 지난 6월 말 90조원까지 늘었는데 결국은 상반기에만 20조원이 주택대출로 나갔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가도 불안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에 불안요인이 많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통화를 관리하는 당국의 고민이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너무 늘어 이제 와서 금리를 올리면 가계 파산이 우려된다"며 "미국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데다 대외 여건이 불안해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은은 지금이라도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대 이라크 공격 결의안을 기정사실화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Q) 실물경제가 불안하다는 수치도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죠?

A)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 5월 4.8% 증가해 살아나는 듯했으나 6월 이후 다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수출이 하반기 들어 두자릿수 증가를 지속하고 있으나 낙관할 상황은 아닙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활발한 소비에 의해 탄력을 받아 온 게 사실인데요. 근자에 들어서 소비심리가 본격 하락세에 들어섰다는 증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중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와 비교해 6개월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103.9를 기록, 연중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아직도 1백 이상 수준으로 6개월 이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가구가 많았지만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고 있어 지난 6월 110.6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107.8, 8월 106.2로 약간 감소하다 9월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위축되고 있는 소비심리는 향후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또 6개월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도 8개월만에 최저치인 97.2로 떨어졌는데, 평가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소비를 늘린 가구보다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Q) 비관론의 기저, 즉 근본적 불안의 문제는 바로 우리 경제 체질의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요?

A) 경제전문가들은 우리경제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저금리 등 경기부양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강도높은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4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발표한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 및 경고를 리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 총장은 이날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한국 경제위기 5년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한 '위기 전후의 한국경제' 논문에서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기보다 팽창적 거시정책을 통해 위기를 관리해 왔으며 이에 따라 경제 주변 여건이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 총장은 이어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지표는 개선됐지만 현 정부의 구조개혁은 적자생존이라는 시장의 원리에 맞는 법적․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정부의 구조조정은 당초부터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의 퇴출보다는 대출만기 연장과 저금리정책 등을 통해 대기업의 파산과 실업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어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총장은 이에 따라 위기 이후 개선된 경제성장률, 물가, 주가, 금리 등 거시경제지표들은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더 강해졌다기보다 단기적인 재정확대와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회복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한국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면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5년만에 가까스로 졸업장을 따낸 우리 경제에 다시금 불고 있는 위기론에 불을 지핀 것입니다.

정 총장의 우려에 조금 과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만, 기초가 불안한 우리 경제에 이라크발(發) 세계 불황의 파장이 몰아친다면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유념해야 할 경고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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