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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펜의 장막'을 걷어치워라"

<기자의 눈>'남 비판할 자격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지난 5일 프레시안이 한국리서치의 신문사 열독률·구독률 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이후 언론계와 광고계, 여론조사업계가 시끄럽다. 조사결과를 입수해 보도한 곳은 본지인데 죄없는 한국리서치 직원들만 신문사 등 회원사들로부터 '왜 그같은 조사결과를 보도하게 내버려뒀느냐' '회원사 비밀을 보장하지 않는 조사기관은 믿을 수 없으니 회원가입을 취소하겠다'는 등의 압력과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

프레시안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도 있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어디서 자료를 입수했느냐"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도 있는데 순위 자체를 그대로 보도하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회원사에게 유료정보로 제공되는 자료를 한국리서치가 본지에 넘겨줬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항의하는 회원사들의 추리력이 놀랍다. 더 큰 문제는 일반기업으로 치면 시장점유율에 해당되는 구독률·열독률 조사결과를 무슨 중대한 '기업비밀'이라도 되는 양 야단법석을 떠는 신문사들의 행태다.

한국 언론은 걸핏하면 기업과 정부에 대해 투명성 제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신문시장의 기초자료가 공개되는 데 대해서조차 이토록 민간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과연 한국 사회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바담 풍'에도 너희는 '바람 풍'하란 말인가.

***'신문사 구독률·열독률이 뭐길래'**

신문의 열독률과 구독률은 어떤 신문이 얼마나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있으며 인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초자료에 불과하다. 여론조사기관은 이를 토대로 각 신문의 독자층과 기호 등을 분석하고 광고주 등 회원사가 요구하는 분석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의 소비자인 독자들 또한 한국 언론시장과 여론의 흐름을 알기 위해 자신이 구독하는 신문, 혹은 타 신문의 경영실태를 알 권리가 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불법경품 등을 동원해 독자들에게 신문구독을 강요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논리로는 성립될 수 없는 행태인 것이다.

사실 한국 언론사들의 관심은 보다 좋은 내용의 기사로 서비스 경쟁을 펼쳐 독자에게 호소하는 신문의 질 향상에 있지 않다. 방송사간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이 공영성을 해치는 주범인 것처럼 한국 신문들은 보도의 질보다는 부수 확대와 증면경쟁에 목숨을 건다. 이들의 경쟁은 실제로 지난 96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간 판촉경쟁을 둘러싼 '남원당지국 살인사건'을 비롯해 지난 해 11월 신문판촉권 독점을 위한 조직폭력배 개입사건 등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열독률과 구독률 자료만을 토대로 자기 신문이 일등이라고 자랑하는 게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일등 신문사'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이류, 정치는 삼류, 언론은 사류"**

"한국의 경제는 이류, 정치는 삼류, 언론은 사류"라는 말이 한때 회자된 적이 있었다. 사회감시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스스로는 투명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하면서 남만 비판하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라 생각된다.

국제투명성기구(CPI)가 지난 달 28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국가별부패지수(TI)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5점을 받아 조사대상 102개국 가운데 40위를 기록했다. 부패한 국가를 가늠하는 커트라인인 5점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각종 게이트를 비롯해 규모를 알 수 없는 천문학적인 선거자금, 건드리면 터지는 탈세·비리사건의 연속인 한국이 부패한 국가가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 차라리 코미디일 것이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부정부패를 양산해내는 주범은 다름아닌 언론이다. 지난 해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신문·방송을 막론하고 언론사들이 저지른 탈세행각과 수법은 그동안 언론이 지적해온 재벌들의 비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스스로 범죄자이면서 사설과 기사를 동원한 지면에선 정치권과 재계, 혹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엄중하게 비판한다. 그리고는 뒤에 가서 한번 빼줄테니 '광고달라' '협찬달라' 강요에 협박을 일삼는다. 파렴치 파렴치해도 이만한 양상군자가 없을 것이다.

***'한국언론재단, 항의 두려워 조사 결과 발표도 못해'**

한국 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투명성이라는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언론재단이 2년마다 전국 수용자 1천2백명 정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수용자의식조사-미디어의 영향과 신뢰도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언론재단은 지난 2000년의 경우 전국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언론매체 접촉 양태 ▲언론매체에 대한 평가 ▲언론전반에 대한 인식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 평가 ▲뉴미디어활용도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민감한 주제였던 언론매체에 대한 평가중 각 사의 열독률·구독률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놓고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니 지금까지 한번도 발표한 적이 없다.

이를 발표했을 경우 예상되는 언론사들의 반발과 항의가 무서웠던 것이다.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데 따르는 위험부담이 너무 많다. 신문사간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민감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경우 괜히 언론재단마저 싸움판에 끼어들게 될 수도 있어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은 투명한 신문사 경영에 대한 검증차원을 떠나 아직도 어느 신문사가 얼마 만큼의 광고매출을 올렸는지, 일년 매출액은 얼마인지, 정확한 유가부수와 발행부수는 몇 부인지도 모르는 석기시대 상황이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있지만 공사에 참여사는 언론사는 그나마 극소수고 발표결과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각사가 주장하는 유가부수의 기준이 달라 조사결과가 발표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독자가 그 신문을 보고 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고주들 또한 주먹구구식 조사결과에 의존해 신문사의 터무니없는 고가 광고요구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반론을 제기할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전전긍긍한다. 시장정상화와 독점폐해를 방지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과 정치인 집단인 국회는 상대가 언론이다 보니 자율성 보장이란 명분하에 대충 대충 넘어가자는 식이다.

***"'펜의 장막'을 걷어치워라"**

지난 두 차례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총리서리 검증과정을 통해 한국 상류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부도덕성이 만천하에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인 한국 언론의 특권의식과 배타성은 여전하며 '펜의 장막'으로 스스로를 가린 채 남의 허물만 비판한다.

언론개혁이 선행돼야 한국사회가 개혁될 수 있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를 언론사 스스로 반성하고 이제라도 발가벗은 솔직함으로 독자 앞에 서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독자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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