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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개탄 “리우-10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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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개탄 “리우-10이라니까!”

윤재석의 지구촌 Q&A <3>

Q) 지구의 미래! 이 말은 한때 가슴 벅찬 희망으로 다가오던 문구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는 듣기만 해도 가슴 답답한 말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인간들이 저지른 각종 오염으로 인해 초래된 지구 환경 생태의 훼손 때문이죠.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의 명운(命運)이 걸린 환경문제를 놓고 각국의 지도자와 민간기구 대표들이 모여서 지구 환경의 미래를 놓고 회의를 열고 있죠.

A) 지난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돼 9월 4일까지 열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가 바로 그것인데요. ‘리우+10’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회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57개국 정상과 정부 관계자, 비정부기구 민간단체 지도자 등 1백89개국 6만여 명이 참가해서 규모면에서 사상 최대의 정부간 회의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관계자와 민간기구 관계자들 3백여명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내용들이 논의될지요?

A) 회의 명칭의 별칭인 ‘리우+10’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1백17개국 3만여 명 참가-에서 채택한 ‘의제(Agenda) 21'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어떤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향후 10년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게 됩니다.

당시 세계지도자들은 △수질 및 공기오염 등에 따른 환경 파괴 방지 △생태계의 다양성 보전 △지속 가능한 경제 개발 추구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빈곤 개선 등에 뜻을 함께 했고 이후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무려 3백여개의 조약들을 체결했거든요.

***잃어버린 10년, '리우+10'이 아니라 '리우-10' 비아냥**

Q) 리우정상회의 이후 지난 10년의 지구환경 개선 노력에 효과가 있었나요.

A) 한마디로 지구환경이 더욱 뒷걸음질 친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번 회의의 별칭을 ‘리우-10’이라고 바꿔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발표돼 이번 요하네스버그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월드워치(미국 워싱턴 DC소재 환경연구소-소장 레스터 브라운)의 ‘지구환경보고서 2002’에 따르면 1990년대 10년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 이상 늘었고 에이즈 사망자는 3백만 명이 넘어서 90년보다 6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반젤리스 비탈리스 수석고문은 지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선진국들이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데 쓰기로 한 돈은 5백60억 달러지만 같은 기간 이들 국가가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지원한 돈은 5백70억 달러로 오히려 10억 달러가 더 많아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으며, 매년 스위스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는데 열대 우림 훼손의 주범인 삼림업은 세계적으로 매년 3백50억 달러의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선진국들은 빈국에 대해 연간 5백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자국의 농업 지원을 위해서는 3천3백50억 달러를 쓰고 있어 선진국-빈국간 균형 성장을 스스로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Q) 빈곤의 문제 또한 환경문제의 차원 위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 문제가 아닌가요.

A) 이 부문의 노력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부문의 하나죠. 리우 회의 당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7%를 빈국 지원에 내놓겠다고 했던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수표에 그쳤고 후진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규모는 92년 이후 세계 경제가 30%나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6백90억 달러(92년)에서 5백30억 달러(2000년)로 떨어졌고 제3세계 부채 규모는 34%나 증가해 2000년 2조 5천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일부 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만이 이를 실천에 옮겼으며 선진국들의 국제 지원 기금은 90년대 초 GDP 대비 0.35%에서 2000년엔 0.22%로 줄었습니다. 연간 총생산을 기준으로 1990년대 선진국들의 경제 규모는 모두 10조 달러 이상 불었지만 80개 빈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 전보다 더 낮아져 하루 생계비 1 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인구가 현재 12억 명, 2 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꾸려나가는 인구는 무려 20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Q) 리우회의 후 지난 10년이 뒷걸음질친 10년이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더욱 큰 의미를 갖겠는데요.

A) 그렇습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화석연료 소비절감과 삼림 황폐화 중단, 에이즈나 말라리아 등 후진국형 전염병 퇴치, 그리고 생필품이 부족한 10억 명의 인구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논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려 함으로써 실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물과 에너지, 농업생산성, 생물다양성, 건강의 5가지 주요 영역을 다루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그 때문에 지난번 리우회의의 복사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야말로 '환경'불량국가**

Q) 지구환경문제의 최대 현안의 하나인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는 역시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의 자세가 관심거리인데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불참한다는 소식이더군요.

A) 지구온난화문제 뿐 아니라 빈국 지원문제, 삼림황폐화 문제, 생물다양성 문제 등 모든 사안에 미국의 존재는 절대적이죠. 그래서 벌써부터 부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데요.

이라크를 칠 전쟁준비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해 교토의정서 탈퇴 선언으로 어차피 회의에 참석해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을 알고 미리 피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부시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대신 보냈습니다. 부시의 불참이 이번 회의의 의미에 대한 평가절하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죠.

그래서 미국과 부시의 무성의에 대해 “미국이야말로 불량국가, 다시 말해 환경불량국가”라고 비아냥거리는 축도 있습니다.

미국내에서도 부시의 불참에 대한 비난은 거셉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1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기고에서 “미국은 환경문제에 관해 전세계의 '공공의 적'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 왔으며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면서도 자국의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극단적인 '자국이기주의'를 자행하고 있다”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세계정상회의 불참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의 마이클 도어시 사무총장도 "미국 정부는 오염된 물과 공기, 지구환경 변화 등 환경위기를 직접 감당해야 하는 수십억명의 일반 시민보다는 대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지구환경 보호노력을 계속 저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국적기업과 시민단체의 한판승부**

Q) 시에라 클럽 사무총장의 비판에서도 언급됐습니다만, 이번 회의에 즈음해 환경오염의 주요원인이라고 할 대기업들, 특히 다국적기업들의 교묘한 줄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더군요.

A) 그 형세를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오염배출 다국적기업들과 국제 환경단체간의 한판 승부가 되겠는데요.

이번 회의의 성과가 어느 정도이든 아니든 간에 제반 논의 사항 중 여기에서 결정되는 내용에 따라 다국적기업과 환경단체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죠.

특히 다국적기업들은 이번 회의에서 오염물 배출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가 결의될 것을 우려해 TV광고 등을 통해 친(親)환경적 기업이미지를 적극 홍보하고 나선 반면, 환경단체들은 이를 '눈 가리고 아웅'정도로 폄하하며 지구정상회의에 규제 채택 압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회의에 즈음해 요즘 다국적 기업들의 기업 홍보광고는 맑은 시냇물과 독수리, 고래, 호랑이의 활기에 찬 모습 등 '자연'의 영상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업 스스로가 알아서 오염물 배출을 자제하는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적극 호소할 예정입니다. 또 기업들은 자신들의 목표는 친환경적인 경제성장과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마리아 리바노스 카타우이 국제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기업활동은 그 어떠한 외부적 평가에 의해서도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반면, 영국의 '크리스천 에이드'라는 환경단체 대변인은 최근 기업들의 갑작스러운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광고에 대해 "심각한 지구 오염 실태를 가리기 위한 '돼지 목욕시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기업들이 주장하는 '자율규제'라는 것은 실상 친기업적인 정책을 의미한다"고 덧붙여 비판합니다.

NGO들은 이번 지구정상회의에서 거대 기업들의 오염물 배출에 대해 하나의 국제적인 잣대로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협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데다, 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회의를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를 주관하는 유엔이 기본적으로 각종 국제적 사업에 필요한 돈을 거대기업들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기 어려운 실정이거든요. 10년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첫번째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약속'들이 거의 지켜지지 않은 배경에도 이같은 현실적 이유가 깔려 있습니다.

유엔의 국제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그 동안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돼지 목욕시키기'라는 반대급부를 얻어왔습니다. 그들은 UN 산하 각종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제휴를 과시하는 한편, 유엔 로고를 그들의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 사용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많은 NGO들은 '환경 살리기'에 대한 기업들의 역할에 강력한 회의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다국적기업들이 이번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를 농단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31일 4백여 시민단체 7만여명 대규모 시위계획**

Q) 이처럼 다국적기업과 이를 옹호하는 국제기구들에 대한 불만은 곧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던데요. 요하네스버그에서도 예외 없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죠?

A) 시위는 회의 개막 전부터 발생해 회의가 계속될수록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밤(현지시간) 회의장 인근의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에서 7백여명이 회의에 대한 항의로 경찰청사까지 촛불 가두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섬광 수류탄까지 발사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바 있고 이날 오전에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회원 12명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항의해 케이프타운 인근의 쾨버그 원전 벽에 올라갔다가 체포된 적도 있습니다.

개막 첫날인 26일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남아공의 농민과 어민 수백명이 자연 자원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짐바브웨와 에티오피아의 반체제 운동가들은 각각 자국 정부에 반대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지요.

특히 4백여 반세계화 단체들은 31일을 'D-데이'로 잡아 7만명 이상을 동원한 가운데,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격차에 항의하는 뜻으로 빈민가에서 회의장까지 3.2㎞를 행진한 뒤 회의장 주변을 인간사슬로 봉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남아공 당국은 사실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8천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회의장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Q) 지구촌의 환경오염을 해소하고 빈곤을 타파하기 위한 모임이 호화 만찬 등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는데요.

A) 27일자 영국의 `더 선(Sun)'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26일 WSSD 회의가 개막되자마자 대표단이 묵는 호텔 만찬장에 바닷가재와 철갑상어알젓, 최고급 스테이크 등 온갖 산해진미가 올라온 반면 회의장 인근 빈민가에서는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는 극명한 대비가 연출돼 회의의 취지를 모색하게 했다는군요.

이 신문에 따르면 1백82개국에서 온 6만여 명의 대표단 중 이른바 거물급 대표들이 묵는 별 다섯 개짜리 최고급 미켈란젤로 호텔 식당에 공수된 음식재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급 음식재료로 엄선돼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생굴 5천개, 바닷가재 및 각종 조개류 1천 파운드, 최고급 안심스테이크 및 닭가슴살 4천4백 파운드, 연어 4백50 파운드, 남아프리카산 최고급 생선 킹클립 2백20 파운드, 캐비아 수십통, 프랑스식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 등이 준비됐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빈티지 와인'으로 불리는 명산지 포도주와 최고급 샴페인이 전세계 각지에서 수도 없이 공수됐다는데요. 이런 식의 호화만찬을 마련하다 보니 이번 회의 전체 비용은 무려 3천5백만파운드(약 6백40억원)에 달했다는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라도 지구촌의 빈곤과 환경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구정상회의 주요 일정<현지시간 기준>

▶8.26 유엔 세계정상회의
▶8.27 '2010년의 세계' 회의
▶8.28 물 부족 회의와 청정연료 회의
▶8.29 국제법 회의
▶8.30 21세기 건강과 환경 회의
▶9.2 동서양 환경협력 회의
▶9.3 생물ㆍ문화ㆍ인종다양성 회의
▶9.4 교육과 변화의 관리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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