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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일전 축구, 일본 국가 대표 출신이 주심이라면?

[박점규의 동행] 파견법 헌재 공개 변론에서 호텔 노동자가 빠진 사연

드라마 <직장의 신>에 쏠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선이 지금 헌법재판소를 향하고 있습니다. 6월 13일 비정규직법과 파견법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함께 이 사건의 주인공은 호텔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입니다. 김미자 씨(57)는 13년 전인 2000년 5월부터 서울 강남의 유명 호텔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객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룸메이드로 일했습니다.

김 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지하 2층 사무실에서 출근 사인을 한 후 마스터키를 받아 일찍 청소할 방(rush room)을 정리한 후 자신이 맡은 층의 객실을 청소했습니다. 손님이 청소를 요구하거나 방에 놓고 나간 물건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으면 곧바로 객실로 달려가 이를 확인하고 처리했습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객실에 배치해야 할 물품들을 확인하고 체크 리스트에 기록했고, 관리자들의 지시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외국인 고객의 질문에 잘 답변하도록 외국어 교육까지 시켰습니다.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의 주인공, 호텔 룸메이드 여성 노동자

병원의 주요 업무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고, 자동차 공장의 주요 업무는 자동차를 만드는 일인 것처럼 호텔의 주요 업무는 객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김 씨는 호텔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순원기업이라는 하청 업체 소속이었습니다.

그는 호텔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정규직 노동자들과 뒤섞여 일했지만, 정규직 월급의 절반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습니다. 인간적인 모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억울했던 그는 2005년 동료들과 함께 노조에 가입하고, 노동부에 불법 파견을 확인해달라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노동부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호텔은 노동부의 판정을 따르지 않았고, 하청 업체는 그를 해고했습니다.

그는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2년이 경과한 2002년 5월부터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직원이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체불 임금 지급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2010년 2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2012년 1월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년 지났으면 호텔 직원"

김미자 씨는 해고된 지 8년이 됐고 정년이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빨리 대법원에서 이겨서 당당하게 호텔로 돌아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의 싸움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10년에 걸친 싸움에서 이겨서 호텔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나아가 전국의 많은 사내 하청 불법 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회사가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구 파견법의 '고용 의제' 조항이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현대자동차와 인터콘티넨탈 호텔 사건으로 오는 13일 공개 변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에 대해 1차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합니다. 2008년 촛불 시위 참가자들은 야간 시위를 금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습니다. 법원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 제청을 받아들여 재판을 중단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해 결국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 헌법재판소 앞에서 파견법의 '불법 파견 고용 의제' 조항 합헌 결정을 요구하는 금속노조 조합원. ⓒ박점규

'2년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이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현대자동차와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도 2년 이상 근무하면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옛 파견법 6조 3항이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2010년 서울고등법원에 냈습니다. 법원에 재판을 중단하고, 헌법재판소에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2010년 11월 12일 이 제청을 기각하고,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는 불법 파견이므로 2년이 지난 날부터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적시했습니다.

"파견 기간의 제한을 위반한 사용 사업주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 조항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기업과 사업주 개인의 계약 체결의 자유의 제한이 파견 근로자의 고용 안정 및 근로자 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라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08년 예스코 사건에서 대법관 14명 전원 일치로 합법 파견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에도 직접 고용 간주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연히 파견법 6조3항 직접 고용 간주 조항이 합헌이라는 것을 전제로 판결한 것입니다.

근로자 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라는 공익이 기업의 자유보다 중요

고등법원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천하의 현대자동차와 김앤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내고, 국내 최대 재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력과 자본을 동원했습니다.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이 '파견 기간 2년 경과 후 정규직 간주 조항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참고 자료를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뒤 취임 직전인 2011년 4월 초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허 원장은 "기업 경영의 본질적 내용은 인력 수급의 자율성"이라며 "구 파견법의 고용 의제 규정은 기업 경영의 본질적 내용인 기업의 인력 수급을 과잉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위헌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앤장은 이 기사가 언론에 크게 실리자 슬그머니 의견서를 철회했습니다. 노동자들은 헌법 및 헌법 재판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원의 최고 책임자가 현대차 재벌과 김앤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현대차의 헌법소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고, 이는 2년이 지나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김앤장 출신 헌법재판소장

박근혜 대통령은 2009년 동부지검장을 그만두고 4개월 동안 김앤장에서 4억 원을 받은 박한철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10년 동안 현대자동차의 불법 파견 사건을 담당해왔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돈을 받고 일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고, 곧바로 현대차의 소원대로 파견법 6조3항 고용 의제 조항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연 것입니다.

이는 일본 국가 대표 출신이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축구 경기의 주심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돈을 받고 일했지만 공정하게 심판을 보겠다는 주장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과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헌법 재판과 관련된 최고의 권력자가 현대차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출신이거나 의뢰를 받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과 7월경으로 예정된 헌법소원 결정이 공정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김앤장 출신의 박한철 헌재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재판이라는 보는 이유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파견법 6조 3항이 위헌 판정이 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철탑 위에서는 대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 받았고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당사자인 최병승 조합원이 "나 혼자만 정규직이 될 수 없다"며 8개월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대법 판결 이후 그를 정규직으로 발령했지만, 위헌 판정이 나면 인사 명령을 취소할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두 노동자는 10년을 기다렸지만 정규직도 되지 못하고, 체불 임금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청춘을 바쳐 현대자동차를 만들어왔고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낸 1600여 명, 기아차 500명, 한국지엠, 쌍용차, 현대하이스코, STX조선 등 현재 불법 파견 소송을 벌이고 있는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의 희망을 버리고 평생 노예처럼 살아야 합니다.

노동부가 2010년 실시한 사내 하도급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사내 하도급 노동자는 37만 명이었습니다. 노동자 숫자가 훨씬 많은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불법 파견 노동자는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의 법률대리인 김앤장 출신의 헌법재판소장이 주관하는 헌법소원 재판의 결과가 만에 하나 위헌으로 내려진다면 이는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면서 정규직 전환에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100만 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입니다.

사내 하청 노동자 100만 명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위헌 결정

사실 대법원의 판결은 반쪽짜리입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이나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 업체는 사업의 어떤 독립성과 자율성도 갖지 못한, 말 그대로 위장 도급 회사입니다. 따라서 2년이 지난 날이 아니라 고용된 날로부터 정규직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법률 표현으로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입니다.

그런데 현대차와 김앤장은 대법원의 반쪽짜리 판결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한국을 주무르는 막대한 돈과 권력으로 판결을 뒤엎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현대차와 김앤장은 파견법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이 노동자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는 것이니, 시급으로 1000원을 주든 1만 원을 주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벌의 주장대로라면 최저임금법도 위헌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현대차와 김앤장은 파견법이 기업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평생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을 시키든, 어린이에게 노동을 시키든, 임산부에게 위험한 야간 노동을 시키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벌의 주장대로라면 근로기준법의 수많은 조항들도 모두 위헌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중간 착취 근절의 원칙을 파기한 파견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결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돈을 버는 사장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파견 업체와 하청 업체를 통한 사람 장사로 돈을 버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기업 측 논리대로라면 최저임금도, 아동 노동 금지도 모두 위헌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김미자 씨는 이번 공개 변론에 참여하려고 헌법재판소에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6월 4일 회사에서 김앤장을 통해 헌법소원을 취하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노사 간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지만 김 씨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게 일하고 있는 여성 청소 노동자 사건을 공개 변론 토론에서 빼고,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를 '강성 노조'로 집중 부각시키려는 얄팍한 의도입니다.

그래서 김미자 씨는 오는 10일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출근 시간에 1인 시위를 하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고통 받으며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은 소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의 꽃 한 송이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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