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독립 언론의 길을 걷기 시작한 뉴스타파 시즌3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다. 지난해 MBC 노조 파업 당시 불분명한 이유로 해직된 최승호 PD가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PD수첩>에서 굵직한 사건을 취재하며 한국 탐사저널리즘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 최 PD는 해직 후 뉴스타파에 합류, 2년여 만에 다시금 취재노트를 열게 됐다. 복귀 후 그는 곧바로 뉴스 전달 프로그램인 <뉴스타파N>의 앵커를 맡았고, 스페셜 프로그램인 <뉴스타파S>에서는 <PD수첩> 이후 다루지 못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2편을 '마침내' 내보냈다.
<프레시안>은 지난 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1층 강의실에서 4월 '열린 인터뷰'를 최 PD와 가졌다. 인터뷰의 주된 줄거리는 뉴스타파의 성과와 현재, 그리고 김재철 전 사장 퇴임을 전후한 MBC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를 통해 한국 언론의 안타까운 자화상도 짚어보았다.
최 PD는 한국 언론의 오늘을 "질문이 없는 저널리스트만 있는 시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뉴스타파가 메우고 있노라고 자평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날, 논현동 사저 앞에서 최 PD만이 이 대통령에게 4대강 관련 질문을 던진 모습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PD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권력 견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이야기를 옮겨 싣기에 바쁜 오늘날 한국 언론의 현실을 고발했다.
공영방송, 즉 KBS와 MBC 등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사장 문제가 불거졌던 공중파 방송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장 선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최 PD는 말했다. 뉴스타파가 비록 힘을 내고 있고 여러 독립 언론이 언론으로서 소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방송의 영향력이 워낙 커, 이들이 진정 해외 공영방송처럼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국의 언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PD와의 열린 인터뷰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으나,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았다. 웃음의 원인에는 거짓말 같은 한국 언론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 진행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MBC에 있었다면 이런 취재 못 했겠죠." 최승호 PD. ⓒ프레시안(최형락) |
"지금 참 좋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가 지난 3월 27일 뉴스타파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개소식을 가졌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갔습니다. 축하합니다. 최 PD는 뉴스타파 합류로 오랜만에 현업에 복귀하셨죠? 얼마 만입니까?
최승호 : 한 2년 넘게 프로그램을 못 만들었죠.
프레시안 : 참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죠.
최승호 : 사실 제가 해고되자마자 바로 '뉴스타파로 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당시는 이근행 PD(MBC 전 노조위원장)가 뉴스타파에 있던 때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제가 참여를 결정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MBC에서 해고됐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였거든요. 워낙 그 상황이 말이 안 돼서 '금방 사태 회복되고 복귀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상당히 사태가 길어지게 됐고, 그 때문에 다시 제의가 왔을 때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참여를 결심했죠.
프레시안 : 작년 6월 해고되셨죠. 사측에서 따로 사유를 알려주던가요?
최승호 : '직장 내 질서문란'입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 말고는 그분들이 특별히 저한테 얘기한 건 없어요.
프레시안 : 김재철 사장이 사퇴하셨어요. '조금만 더 버틸 걸'하는 후회, 혹시 안 하셨나요?
최승호 :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새로운 사장이 오면 MBC 분위기도 바뀌겠죠. 설사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못 만든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후회 안 합니다. 지금 참 좋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에서는 앵커뿐만 아니라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취재도 하시죠. MBC 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취재환경이 좀 열악할 것 같네요.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뭐가 있습니까?
최승호 : 일단 아쉬운 점부터 얘기하죠.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스태프 구성부터 딸리죠. MBC는 인원이 갖춰져 있으니 각 부문 스태프들이 준비를 다 해줍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해야 하죠. 하다못해 취재 나갈 때도 MBC 때는 운전기사가 있고 렌트카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죠. 차를 준비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조연출이 직접 운전까지 해야 하고요.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일도 아무래도 많죠. '6m의 비밀'을 찍을 때 절실히 느꼈는데, 정부 관계자가 '뉴스타파는 등록 언론사가 아니니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당당하게 거부하더군요. 참 웃긴다 싶더군요. 자기들이 인터뷰를 안 한 상태로 방송이 나가면 그들에게도 좋을 게 없어요. 저희가 오보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상관 없다는 거죠.
좋은 점은 명확합니다. '6m의 비밀'이나 국정원 사태와 같은 걸 취재할 수 있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습니다. MBC에 있었다면 이런 취재를 못 했겠죠. 이런 프로그램을 MBC에서 만들었다한들 바로 사장이나 본부장한테서 직접 압력이 들어왔을 겁니다.
비단 MBC뿐만이 아닙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직접 방송사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고, 그 경영진이 취재를 막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니, 기자나 PD들이 질문을 안 해요. 당장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퇴임식, 얼마나 취재하기 좋은 상태였습니까. 언론사 기자들이 100명은 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저 중요한 사람에게 질문을 안 했어요.
프레시안 : 취재도 하고 앵커도 하십니다만, 현재 직접 취재하신 건 '6m의 비밀' 한 편입니다. 다음 <뉴스타파S>는 뭘 준비하고 계신가요?
최승호 : 그건 영업비밀이라서…. (웃음) 준비하는 건 있습니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 시즌3가 벌써부터 이런 몇몇 보도 덕분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원 댓글 관련 뉴스타파 보도를 봤는데요, 뉴스타파 기자들도 해킹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죠.
최승호 : 최기훈 기자라고, YTN에서 해직된 기자가 관련 보도를 했어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사건을 취재하면서 트위터에서 국정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정 여러 개가 선거운동을 한 사실을 알게 됐죠. 그 계정들을 조사해보니, 특정 계정이 여당 후보를 칭찬하고 야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식의 글을 올리면 다른 계정이 일제히 이 글을 퍼 나르는 상황이 반복되더라고요.
제가 '국정원이 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 취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특정 세력 혹은 개인이 최 기자 이메일을 해외를 통해 우회해서 해킹하려 했더군요. 이 친구가 평소 보안의식이 철두철미해서 비밀번호를 잘 관리해서 실패했습니다만.
이건 우리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안 밝힌 내용인데, 저도 해킹 당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시도했더라고요? 제 계정은 접속 성공했더군요. 무슨 정보를 가져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메일 계정에는 대단한 정보가 있진 않았습니다.
프레시안 : 누가 했는지는 모르신다는 거죠?
최승호 : 그렇죠.
▲뉴스타파는 새로운 대안 방송으로의 출발을 알렸다. <뉴스타파N>에서 앵커로 활약하는 최 PD. ⓒ뉴스타파 |
"박근혜 정부 아래 뉴스타파 잘 될 것 같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란 이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뉴스로 사이비 언론을 타파하자',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제가 살펴보니, 이 단체 공식 명칭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더군요. 미국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온라인 대안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탐사보도를 지향하는데, 뉴스타파도 탐사보도를 기치로 내건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 철학은 뭐죠?
최승호 : 보통 언론의 원칙이랑 같습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권력 견제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탐사보도를 지향합니다. 권력이 감추려는 걸 추적해서, 캐내서 대중에게 알리는 거죠.
불행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중계보도에 매몰돼 있습니다. 출입처가 다 정해져 있고, 그곳에서 일방적으로 건네는 정보를 그냥 대중에 옮겨주는 수준이죠. 우리가 굳이 탐사저널리즘센터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계보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이를 위해 경력이 오래 된 기자들이 뭉쳤죠. 김용진 대표부터 말이죠. 현재 일하는 사람이 몇 명입니까?
최승호 : 현재 28명입니다. 시즌2에 비해 두 배 정도로 늘어났죠. 국정원을 보도한 최기훈 기자도 시즌3부터 합류했습니다. 새로 기자를 뽑았는데, 신입에 더해 경력자도 뽑았죠. 앞으로 우리가 영속하는 체제로 간다는 걸 공표한 겁니다.
프레시안 : 제가 경영자의 입장에서 바로 드는 생각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언론 대부분이 광고수입에 의존합니다. 광고수입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30명 가까운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저는 좀 걱정이 되네요.
최승호 : 걱정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잘 되지 않겠어요? (웃음) 후원회원들이 굉장히 열정이 넘치십니다.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이죠. 저는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을 굳이 꼽자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처럼 하지 않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웃음) KBS와 MBC가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면 뉴스타파는 힘들어지겠죠. 그러나 현재 정부 상태를 보자면, 뉴스타파는 잘 될 것 같네요.
ⓒ프레시안(최형락) |
최승호 : 현재로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더 심도 있는 취재를 위해서는 인력이 더 필요한데, 그건 부족해서 아쉽죠. 지금은 기자들이 매주 프로그램 하나씩은 무조건 만들어야 하니 좀 더 깊이 있는 취재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서 신입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보다 제대로 된 탐사보도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프레시안 : 현재 뉴스타파 프로그램은 인터넷과 RTV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접근도가 좀 낮은 편인데요, 시청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최승호 : 열화와 같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일요일에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하루 종일 반응들을 보는데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구독하시면, 자동으로 저희가 새 프로그램을 업로드할 때마다 이메일을 통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구독해주세요.
왜 김재철 사장은 그리 질주했을까
프레시안 : 이제 MBC 얘기로 돌아가보죠. 공영방송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뉴스타파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김재철 사장의 3년, 어땠습니까? 왜 김 전 사장이 그처럼 철저하게 노조와 대결구도를 이어갔을까요?
최승호 : 저도 처음에는 그 정도의 사람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분이 현업에 있을 때도 '훌륭한 기자'라는 소리는 잘 듣지 못했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후배들 잘 챙기고, 사람 좋다는 평가 받던 분이에요.
결국 낙하산으로 들어온 다음 자기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나간 것 아닌가 싶어요. 정부가 자신에게 준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거죠.
김 전 사장이 그렇게 된 데는 서로 주고받는 부분도 있었다고 봅니다. MBC 구성원의 저항이 워낙 강하다보니 김 전 사장도 웬만한 강압으로는 저항을 무너뜨릴 수 없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이 분도 끝까지 가 버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 : MBC에 있는 지인에게 전해 듣기론 김재철 사장이 오시면서 '각 국의 가장 무능한 사람이 국장으로 승진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단순히 MBC 보도가 엇나간 수준을 넘어서 아예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오더라고요.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26년 동안 MBC에 몸 담은 사람 입장에서 어떠신가요.
최승호 : 네…. 그 말씀이 일정 부분 맞아요. 평시 조직원들이 보기에는 한 부서의 장이 되기 어렵다 싶었던 분들이 다 승진했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인사가 이해되는 면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시는 분이라면, 김 전 사장의 지시에 충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많았거든요.
여기 와주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직장인이라는 게 다 자식 키우고, 가정생활 걱정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웬만큼만 하면 어느 정도 따라가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김 전 사장이 그런 타협마저 힘들 정도로 일을 하셨어요. 자연히 정상적인 사람은 보직을 맡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죠.
개인적인 소감을 들자면 '저 사람은 무능하긴 해도 사람은 참 좋다'는 생각을 한 분이 계셨는데요, 그 분이 완장을 찬 다음에는 바로 얼굴이 달라지더군요. 웃던 인상에 주름이 팍 생기면서 눈에 긴장감이 생긴 거죠. '권력이 얼굴을 성형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영방송 독립성을 지키는 방법
프레시안 : 좀 껄끄러운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MBC가 이명박 정부의 표적이 된 결정적 계기가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였다고들 합니다. 당시 여권에서는 'MBC가 노영방송이다' '노조에 점령당했다' 'MBC가 민주당 편이다' 이런 비난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승호 :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다만 그런 인상을 주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봅니다. 이른바 보수 쪽 분들이 보셨을 때는 MBC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마침 MBC 출신은 정계 진출해도 다 민주당으로만 가고 한 거죠. 그래서 저는 엄기영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갔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더라고요. MBC에서도 한나라당 가는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민주당 방송'이라는 소리는 덜 듣지 않겠습니까.
광우병 보도의 경우, 제가 할 말은 이겁니다. 기본적으로 <PD수첩>은 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와 굉장히 껄끄러운 관계였습니다. 당장 황우석 사건 때를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 여러 차례 신랄하게 비판했죠. 그래서 노무현 정부 당시 홍보수석실의 회의 주제로 '다음 주 <PD수첩> 주제는 뭐냐'는 게 올라올 정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마치 MBC가 민주당 방송인 것처럼 분칠하고, 마침 그쪽이 권력을 갖고 있어서 더 확산되니 상당수 국민은 또 그렇게 알아듣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황우석 사건이 터졌을 당시 최문순 전 사장이 <PD수첩> 불방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확증이야 없지만 당시 저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MBC가 항상 민주당에 협조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 김재철 사장도 물러났고, 이로써 MBC 정상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다시 MBC가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 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십니까?
최승호 : 단순히 특정 인물이 한 명 물러난다고 해서 바뀌진 않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MBC 사장 선임 구조만 보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 이사 비율이 6대 3입니다. 과반수만 넘으면 사장이 당선되고요. 이 상황에서는 죽어다 깨어나도 야당 측 주장은 관철 안 됩니다. 어느 정권이 와도 마찬가지예요. KBS도 이런 구조는 마찬가지고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공영방송 이사진 배분을 여야 5대 5로 하거나 최소한 6대 4 정도로 한 다음 절대 다수, 예를 들어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때만 사장 선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합의에 따라 사장이 나올 것 아닙니까. 해외 상당수 공영방송도 이런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저는 개인적으로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당 추천 이사라 하더라도 기자와 PD의 자율성을 확대해주면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김대중 정부 당시 김중배 사장이 적절한 예가 되리라고 봅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제로는 김중배 전 사장을 낙점한 건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어찌됐든,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펼까요?
최승호 :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새 정부가 정말 달라졌다면, 제 생각에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일방적으로 방문진에서 통과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6명 여당 측 이사 중 두 분 정도가 겨우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통과됐습니다. 네 분은 여전히 김재철 사장을 지키려고 한 거죠.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정부 쪽의 전화를 받은 여당 측 이사도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 정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긍정적 판단을 내리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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