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는 13일 서울시립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이 1월 31일 시설 관리 용역업체인 '제이에스씨밀레'에 하달한 공문을 공개했다.
▲ 서울시립대 총장이 '시설관리용역 근무지 집단 이탈 직원에 대한 엄중 문책 요구'라는 제목으로 시설 관리 용역업체 측에 보낸 공문. ⓒ프레시안(김윤나영) |
이에 용역업체 측은 노사 교섭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5일 노조 측 교섭위원 6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고 회사에 통보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교섭위원들이 교섭에 참여할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사 교섭 당일인 26일에는 노조 교섭위원들에게 강제 휴직을 명령했다. 용역업체는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돼 부득이 직권 휴직 명령을 하게 됐다"며 "해당 휴직일은 무급으로 처리되며 임금에서 공제된다"고 통보했다.
노조 측은 "시립대학교의 요구에 따라 용역업체는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고, 현장 소장은 '한 번만 더 교섭에 참여하면 퇴사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학교 방침에 의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는 "학교 측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인 단체교섭에 참가한 조합원을 문책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며 "사용자로서 노조 활동에 불법적으로 지배·개입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조 측은 공문을 보낸 서울시립대 총장과 용역업체 대표를 노동부에 고소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에서 근무하는 시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학교와 용역업체 측에 교섭위원 명단을 사전에 제출하고 수차례 교섭과 대화를 요청했으나 교섭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박원순 이사장' 시립대에 '3개월 파리 목숨'이라니)
시립대에서 근무하는 시설 노동자들은 한 명당 한국예술종합학교의 7배, 세종문화회관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인력 충원을 요구하자 용역업체 관리자는 "인원은 충분하다"며 "인력을 늘리고 싶으면 월급을 절반으로 깎자"고 말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서울시립대분회는 "교섭 요구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모든 노동조합 활동을 무급으로 1년에 1시간 이내로 보장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노동조합 단체협상 참석 여부에 따라서 (징계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근무지 집단 이탈에 대해서 (징계를) 요청한 것이라 부당 노동 행위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징계하는지 여부는 (용역업체가) 사규에 따라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에스씨밀레 관계자는 "시설 관리의 업무 특성상 교섭에 나가는 동안 인력 공백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다"며 "교섭에 나간다고 해서 퇴사시킨다고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교섭위원이 사용하는) 교섭 시간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며 "회사가 1년에 1시간만 교섭 시간을 허용한다고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을 발표하고, 2014년 1월 1일까지 서울시립대에서 일하는 시설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학교 측과 용역업체의 계약이 오는 7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프레시안> 보도 후 서울시립대 측은 이번 공문과 관련, "박원순 시장이 지시한 사항이 아니고, 시설 관리 용역업체에 대한 위탁 기관인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명의로 요구한 사항"이라고 추가로 밝혀왔다.
시립대 측은 "박원순 시장이 지시한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 문제를 박 시장 및 서울시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서울시 예산을 투입해 시립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는 등 서울시립대 이사장으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서울시 측은 여러 차례 보도자료 등을 내며 이를 박 시장의 치적으로 홍보했다.
이와 관련,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대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박 시장이 이사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서울시립대 시설 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3개월 단위 '초단기 근로계약'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노동자들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시 측은 "기다려 달라", "박원순 시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만큼 곧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서울시 측이 태평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의 밑바탕에는 서울시 측이 박 시장의 시정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있을 때는 서울시립대 이사장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시립대의 노동 문제 등이 불거질 때는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앞으로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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